도전! 마라톤!

공원사랑 힐링 마라톤(2014/12/28)-FULL

HoonzK 2014. 12. 31. 18:49

크리스마스와 12월 27일 오전에 달릴 기회를 놓쳤다.

12월 27일 저녁에는 고기 먹자는 제안을 서슴지 않고 받아들였다.

왜? 아무리 풀코스라도 천천히 여유있게 달릴테니까.

허리가 묵직해도 상관없다. 올해 25번째 풀코스 완주를 기념하는 마음으로 달릴 것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식사하였다.

대회장에 8시에 도착했더니 이미 달리기를 시작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대회 출발 시간인 9시에 스타트 라인에 선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았다. 10킬로미터 주자 네 명을 제외하면 10명이 되지 않았다.

총 47명이 풀코스 완주자로 대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것을 보면 꼭두새벽부터 달리기 시작한 사람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출발 시간을 적어놓고 출발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9시 츄리닝 바지, 긴팔 웃옷 두 장 입고 출발하였다.

오후에 영상으로 올라간다고 했지만 아직은 영하였고, 햇빛이 비치지 않는 음산한 날씨라 춥게 느껴졌다.

반환점까지 거리 표지판이 전혀 없어서 페이스 조절같은 것은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풀코스 출발자 가운데 꼴찌로 달리고 있었다.

15분쯤 달리고 나서 한 명 제치고, 40분 가까이 달려서 또 한 명을 제쳤다.

페이스메이커도, 거리 표지판도 없는 마당에 SUB-4를 맞춘다는 게 힘들 수밖에 없었다.

내 기준이 될 만한 분이 딱 한 분이 있기는 했다. 늦게 달려도 늘 SUB-4에 달리는 의계님.

그런데 그 분은 나보다 200미터 이상 앞서 있었다. 도림천을 따라 달리다 보면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도 많았다.

천상 반환한 다음에 내 기록을 체크해 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달리다 보니 먼저 출발했던 주자들을 많이 만났다. 500회를 넘게 완주한 김용구님도 보이고, 르노삼성자동차 대야점님도 보였다.

만날 때마다 파이팅을 외쳐 드렸다.

 

1차 반환했다. 10.55킬로미터 56분 소요. 골인지점으로 돌아와 쵸코파이와 콜라를 마시고 나왔다. 1시간 53분 소요.

이건 8일 전보다 페이스가 빠른 것.

의계님과 26킬로미터 지점까지는 함께 할 수 있었다.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옆에서 또는 뒤에서 달렸다.

조금 발걸음을 빨리 하시는 듯도 했지만 그때마다 따라잡았다.

징검다리를 건너는 지점에서 만나는 급수대에서 의계님이 페이스를 늦추었다. 이제는 나 홀로 달려야 했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달렸다. 돌아올 때 급수대에서는 페트병의 뚜껑을 직접 따서 음료수를 마시는 일까지 있었다.

손이 얼어서 쉽지 않았다. 거기서 1분 가량 잃었다.

달리는 동안 화장실에 두 차례 다녀 왔으니 거기서도 2분 가까이 잃었다.

상기님이 배번에 붙인 물품보관 스티커를 떨어뜨려 내가 대신 주워서 달렸다. 마주할 때마다 건네주려고 했는데 이 분은 하이파이브하자는 뜻으로 해석하고 손바닥만 내밀고 지나갔다.(그 분의 물품보관 스티커라는 사실을 한번 보고 기억한 것도 그렇지만 바닥에 떨어진 스티커를 그 분 것이라 바로 확신한 것도 어이없었다. 별 걸 다 기억하는 남자가 된 셈이다.)

 

지옥의 연말연시주 기간이니 무리하지 말아야 했다. 32킬로미터 정도 지났을 때 파워젤을 먹었다.

에너지가 보충되었을까? 그냥 보충되었다고 믿었다.

오늘은 체중 감량하는 날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거리의 부담을 줄이려 애썼다.

살 빼려고 이렇게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사람도 있는 것이야.

 

5킬로미터 정도 남았을 때 3시간 21분대였다.

SUB-4는 넉넉하고 3시간 40분대까지 가능했다.

거기서 매우 빠르게 치고 나갔다. 남은 거리를 22분 정도로 달렸으니 거의 5킬로미터 단일 대회에 나온 수준으로 달렸다.

골인하자마자 기록증을 받았다.

 

3시간 43분 39초

 

5만원짜리 훈련용 아식스 젤라이튼 마라톤화를 신고 최고 기록을 세웠다.

공원사랑 마라톤 코스에서도 최고 기록을 세웠다.

47명의 풀코스 완주자 가운데 기록으로 볼 때 9등이었다.

26킬로미터 지점까지 동반주하였던 의계님보다 15분이나 빨리 골인하였으니 매우 빠른 레이스 운용을 한 것이었다.

이 코스에서 가장 빨리 달렸던 기록이 3시간 52분대였는데 요새 왜 이러는가?

바로 전 날 저녁 푸짐하게 육류를 섭취했던 사람이 맞는가?

 

이렇게 올해 풀코스 25번을 완주했다.

생애 77번째 풀코스 완주 기록을 세웠다.

 

500회 완주한 분이 있어 식당에서 국밥도 주고 고기도 구워주며 송년회를 겸하는데 국밥만 먹고 나왔다.

이틀 연속 고기 먹는 것은 부담이니까.

 

이제 문제는 있다.

2015년 1월 1일과 1월 3일 연달아 풀코스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