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없어요?
-양말이 필요한데.
-발이 다 젖어서 마른 양말이 필요한데.
마라톤 용품 판매상은 양말로만 대목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양말을 너무 적게 갖고 나왔으니.
간밤에 눈이 내리고 난 뒤 기온이 올라가면서 주로는 눈과 얼음, 물이 혼재하는 형국이었으니 달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주 애를 먹은 레이스였다. 어떤 구간은 얼어 있었으나 어떤 구간은 눈녹은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차가운 물이 신발 사이로 스며들어와 양말과 발을 적시는 느낌은 진저리를 칠 만큼 싫었다. 달리는 사람들은 모두 발이 젖었다. 아무리 마른 자리를 찾아 디디어도 한계가 있었다. 일부러 바닥에 통풍구가 없는 신발을 선택해서 신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마라톤 풀코스 달릴 때 신는 신발이 아니라 부담이 생겼다. 그 부담을 반바지로 넘어서려고 했으나 츄리닝 긴 바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강바람이 만만치 않게 불어 대었기 때문이었다. 기온이 영상으로 올랐다고 하지만 체감온도는 여전히 영하권이었다.
전마협에서는 전원이 산타모자를 쓰고 레이스를 하자고 제안하였다.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면 산타모자를 준다고 하였다. 동참하였다. 그러나 얼마나 작게 만들었던지 머리에 모자를 끼울 수가 없었다. 장영기 회장에게 더 큰 사이즈 없느냐고 물었더니 어쩔 수 없다고 하였다. 산타모자 대신 원래대로 버프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
긴팔 티셔츠 두 장, 목도리용 버프, 모자용 버프, 장갑, 긴바지에 주최측에서 제공한 방풍비닐을 뒤집어쓰고 출발하였다. 뚝섬한강공원에서 구리까지 갔다 오는 구간, 6킬로미터쯤 달리면 구리와 서울 경계가 나온다. 풀코스는 2회 왕복이니 하루에 구리를 두 번 갔다오는 레이스가 된다.
지난 두 달 동안 스피드를 올렸으니 오늘은 천천히 달리기로 했다. SUB-4 정도에만 욕심을 내기로 했다. 그런데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없었다. 3시간 20분과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는 있는데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없었다. 나 스스로 페이스를 체크해야 하는 고단한 레이스가 되었다.
1킬로미터 지점까지 가는 데 6분 25초나 걸렸다. 2킬로미터는 12분, 3킬로미터는 17분 10초가 걸리면서 서서히 SUB-4에 근접하였다. 오른편에서 나타난 올림픽대교를 바라보며 방풍비닐을 벗었다. 의외로 바람이 잔잔하군. 그때는 몰랐다. 돌아올 때 맞바람이 기다리고 있으리란 사실을. 더워지면 츄리닝 바지를 벗어서 손에 들고 뛰어야지 하는 생각까지 하고 달렸다. 4킬로미터 지점에서 기록 체크. 22분 30초. SUB-4 기준으로 볼 때 10초가 빨라졌다. 6킬로미터 지점에서 구리에 들어서고, 8킬로미터 지점에서 구리암사대교 아래를 지났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 한 분과 보조를 맞추게 되었는데 그 분은 하프였다. 풀코스와 하프가 동시 출발했으니 하프 주자가 내 기준이 될 수는 없었다. 하프 주자와 경쟁하지 마라. 풀코스는 하프를 두 번 왕복해야 하는데 한번 왕복하는 주자들과 어찌 보조를 맞추겠는가. 나만의 레이스가 필요하였다. 10킬로미터 지점 54분대 통과. 조금 빨라졌다. 강동대교를 바라보며 반환. 주변의 하프 주자들이 매우 빨라졌다. 츄리닝을 입고 어떻게 그리 잘 달리느냐는 어르신의 칭찬이 있었지만 이제 곧 골인점이 나타날 분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몸매를 그대로 드러낸 타이즈를 입고 달리는 여성 주자들. 그들이 나를 제치고 나가도 나는 발끈하면서 스피드를 올리지는 않았다. 골인 아치가 보이면 날아 들어가는 하프 주자들과 달리 나는 다시 몸을 돌려 한번의 레이스를 더 해야 하니까.
돌아가는 길, 엄청 추웠다. 칼바람이 몰아치는데 방풍 비닐 버린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발은 이미 젖었다. 물 마시고, 포카리스웨트 마시고, 쵸코파이 먹고. 콜라도 마셨다. 츄리닝 바지에 들어 있는 스포츠겔이 흔들리며 '나를 먹어'라고 외치는 것같았다. '아직은 아니야. 무겁지만 조금 더 기다려. 그래도 25킬로미터는 넘겨야지.' 따뜻한 꿀물을 마셨다. 어느새 하프를 달린 것이다. 1시간 54분대 후반. 이대로만 달리면 3시간 50분 언저리로 레이스를 마치게 된다. 체력이 남아 있을까? 찬바람의 저항을 견디어 낼 수 있을까? 긴 바지와 저가 마라톤화가 두번째 하프에서도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두번째 하프는 그래도 주로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 눈이 더 많이 녹아서 마른 자리가 제법 눈에 띠었다. 다시 바람을 등지고 달리니 추위도 누그러졌다. 산수(算數)하면서 달리는 레이스. 1킬로미터 표지판이 나오면 그 거리는 22.0975가 된다. 4킬로미터 표지판이 나오면 25.0975가 되고. 23.0975킬로미터 지점에서 화장실에 들렀다. 주로에서 유일한 화장실. 그곳을 놓칠 경우 노상방뇨해야 한다.
몇몇 주자들이 내 앞으로 치고 나갔다. 시각장애인 주자도 나를 제쳤다. 나만의 레이스를 펼치는데 내가 일정한 페이스로 달리고 있는지 아니면 쳐지고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페메가 없다는 것이 재차 아쉬웠다. 주변의 달림이라도 많으면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리고 있느냐고 묻기라도 하겠지만, 대화를 나눌 상대가 전혀 없었다. 주로에는 50미터, 100미터 간격으로 서로 떨어져 고독한 레이스를 펼치고들 있었다. 어느덧 구리암사대교를 지나고, 30.0975킬로미터 지점에 도달했다. 마침내 스포츠겔을 먹었다. 2시간 43분으로 통과했다. 반환. 바람에 밀린 츄리닝 바지가 살에 바짝 붙을 정도였다. 너무 바람이 셌다. 지금까지 바람이 셌던 마라톤 대회가 뭐였더라 기억해 내면서 바람을 이기려고 애썼다. 10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 2시간 54분 경과. SUB-4를 하려면 66분 정도로 남은 10킬로미터를 달리면 되었다. 여유가 있었다. 갑자기 에너지 고갈되는 상황이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다. 평소보다 일찍 나와 집 주변의 눈까지 치우느라 다소 애를 먹었고, 토요일 7호선 전철을 타다 보니 내내 서서 대회장까지 이동해야 했으니 체력 소비가 있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에너지 고갈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남은 10킬로미터를 52분에 주파하였다. 마지막 5킬로미터를 남기어 놓고 만난 급수대에서 중반에 나를 제치고 나갔던 여성 주자를 제쳤고, 265회 완주에 도전하며 내내 앞에서 달리던 주자를 제쳤다. 추격의 발걸음 소리가 뒤에서 울렸지만 4킬로미터 남았을 때는 조용해졌다. 몇 차례의 오르막이 나왔지만 페이스를 늦추지 않고 쳤다.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지라는 심정으로. 킬로미터당 5분 20초이던 페이스가 4분 30초까지 될 때까지 치달렸다. 골인 아치는 바람 때문에 누워 버려서 철거된 지 오래. 전자패드를 밟고 들어가 바로 완주기록증을 받았다.
3시간 46분 25초 90
5만원으로 장만한 아식스 젤라이튼 마라톤화(지금은 단종된 모델)로 이렇게 달릴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지옥의 연말연시 레이스를 잘 시작한 것같다.
2014년 12월 20일부터 2015년 1월 11일까지 20여일 동안 풀코스를 다섯 차례 완주하는 레이스.
체력을 배분하여 달려야 한다. 이 풀코스를 달릴 때 다음 풀코스를 위하여 체력을 남겨 두어야 한다. 후반 스퍼트같은 것은 자제해야 한다.
워낙 매서운 바람을 이겨내느라 츄리닝 바지에 버프까지 끌어올리고 달린다.
골인할 때는 바닥에 쌓였던 눈이 죄다 녹아 주로는 물웅덩이 투성이었다.
1. 대회요강
☞ 일시 | : | 2014년 12월 20일(토) 출발 : 오전10시 00분 |
☞ 장소 | : |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 수변무대(7호선 뚝섬유원지역) |
☞ 주최 | : | 전국마라톤협회, (주)올레그룹 |
☞ 주관 | : | 전국마라톤협회 서울지사 |
☞ 협력 | : | 미즈노선글라스,월드런,삼익전자,전마협페이싱팀 |
2. 참가종목
종 목 | 참 가 금 | 기 념 품 | 제 한 시 간 | 비 고 |
5km 걷기 및 건강 달리기 | 40,000원 | 미즈노선글라스, 완주메달 | 1시간 | 칩사용안함 |
10km | 40,000원 | 미즈노선글라스, 완주메달, 기록증 | 2시간 | 칩사용 |
Half | 40,000원 | 미즈노선글라스, 완주메달, 기록증 | 3시간 | 칩사용 |
Full | 45,000원 | 미즈노선글라스, 완주메달, 기록증 | 5시간 | 칩사용 |
매니아 (10km. Half) |
20,000원 | 기록증, 완주메달 | 2시간/ 3시간 |
칩사용 |
매니아 (Full) |
25,000원 | 기록증, 완주메달 | 5시간 | 칩사용 |
◈ 매니아란? 기념품을 원하시지 않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제도 입니다
◈VIP분들중 기념품을 원할때는 30,000원을 입금해주셔야 합니다
![](http://www.run1080.com/uploadFolder/img_games/gift_simg_694.jpg)
3. 시상내역
종 목 | 구 분 | 순 위 | 시상 내역 | |
5km | 종합 남*여 | 1~5위 | 1위~5위 상장, 트로피 | |
10km | 종합 남*여 | 1~10위 | 1위 ~3위 상장, 트로피, 부상품 4위~10위 트로피 | |
Half | 종합 남*여 | 1~3위 | 1위~3위 상장, 트로피, 부상품 | |
연대별 남자 30대~60대 |
1~10위 | 1위~10위 트로피 | ||
연대별 여자 30대~60대 |
1~5위 | 1위~5위 트로피 | ||
Full | 종합 남*여 | 1~3위 | 1위~3위 상장, 트로피, 부상품 | |
연대별 남자 30대~60대 |
1~10위 | 1위~10위 트로피 | ||
연대별 여자 30대~60대 |
1~5위 | 1위~5위 트로피 |
◈연대별 인원이 20인 미만인 경우 앞 연대에 포함 되어짐
◈신청인원이 20인미만인 경우 연대별시상이취소되며, 종합시상으로 이루어집니다.
◈기록은 넷타임이며,순위는 건타임 방식으로 처리됩니다. (연대별은 넷타임으로 시상합니다)
◈ 입상금은 2주이내에 입금됩니다.
◈ 대회당일 시상식이 진행되며, 시상식 미참석하신분은 요청시 시상품이 택배비 본인부담으로 배송됩니다.
※시상 나이구분 (연대별)
구분 (년 대) | 년 도 |
30대 (40세 미만) | ~1975년 12월 31일 |
40대 (40세이상~50세 미만) | 1974년 1월 1일 ~1965년 12월 31일 |
50대 (50세이상~60세 미만) | 1964년 1월 1일 ~1955년 12월 31일 |
60대 (60세이상~ ) | 1954년 1월 1일 ~ |
4. 단체대항전 (기록 합산순)
구 분 | 순 위 | 시 상 내 역 |
5인1조 경기 (HALF 코스부문) |
1 ~ 5위 |
1위 상금30만원 |
◈단체 대항전은 한 단체에서 2팀 까지 가능
◈사전 신청팀(담당사무국으로 인터넷신청 후 전화신청)에 한하며 별도의 배번호 부여
◈5인 1조 골인시간 합산하여 순위 결정
◈여성부 별도 시상이 없으며 5팀 미만 신청시 취소됨
※ 이번 대회는 개인 및 단체전 중복시상입니다※
※ 상금 30만원 부터는 세액은 본인이 부담하며, 상금입금에 필요한 각종 서류 추후 제출 (개인, 단체시상)
5. 접수안내
☞ 문의전화 | : | ☞ 전마협 대전본사 TEL : 042)638-1080,1082,1084,1086 Fax : 042)638-1087 ☞ 전마협 영남지사 TEL : 054)535-1080 Fax :054)531-1082 |
☞ 접수기간 | : | ~ 2014년 12월 8일 까지 |
☞ 접수방법 | : | 인터넷접수(www.run1080.com) |
☞ 택배신청 | : | 주최측부담으로 대회 약 6일전 일괄배송 |
☞ 입금계좌 | : | 하나은행 65791-0006-34004 예금주: 한국사회체육 |
'도전! 마라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 새해맞이 마라톤(2015/01/01)-FULL (0) | 2015.01.06 |
---|---|
공원사랑 힐링 마라톤(2014/12/28)-FULL (0) | 2014.12.31 |
2014 시즌마감 42.195 RACE(2014/12/07)-FULL (0) | 2014.12.08 |
2014 여성경제신문 창간기념 마라톤대회(2014/11/30)-HALF (0) | 2014.12.01 |
자원봉사마라톤(2014/11/29)-HALF (0) | 2014.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