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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화성 효(孝) 마라톤대회(2014/10/03)-5KM

HoonzK 2014. 10. 3. 16:58

2011년부터 매년 신청하는 대회.

원래 올해 5월 3일 열리기로 했던 대회인데 세월호 침몰사고의 여파로 연기되어 개천절에 열렸다.

그 바람에 강남국제나 김제마라톤은 못 가게 되었다.

매년 신청을 하지만 간 적이 별로 없었다.

2011년에 10킬로미터 대회에 신청한 이후, 그 이후에는 5킬로미터만 신청했다.

5킬로미터를 달리기 위하여 화성까지 가야 하는가? 그렇게 되묻다 다른 일을 했다. 2012년, 2013년에 다 그랬다.

만 원 주고 기념티셔츠 한 장 샀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 대회의 메리트가 있다면 5킬로미터 50등까지 쌀 10킬로그램을 준다는 것이었다.

노려볼만 하지 않은가?

2011년 대회 때 초등학생도 어깨에 10킬로그램이나 되는 쌀 푸대를 메고 가는 진기한 광경이 있었다.

그때 그랬다. 5킬로미터를 달릴 걸.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대회가 열리면서부터는 대중교통편이 너무 힘들었다.

새벽 5시 40분에는 집에서 나서야 하는 어려움을 감당하기에는 5킬로미터가 너무 짧았다.

 

25분 정도 이내로만 달리면 50등 안에 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거리 4.6킬로미터라고 해도 24분 이내로만 뛸 수 있다면 돌아올 때 쌀을 받아서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요즘 페이스가 좀 올라온 느낌이니 속도를 내어 한번 달려 보는 것도 괜찮을 것같았다.

사당역에서 7시가 되기 전에 8155번 버스를 타면 늦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두꺼운 옷을 끼어 입고 자다 오만가지 꿈을 꾸다가 2시간 반 쯤 자고 모닝콜 듣고 놀라서 일어났다. 사당역에서 나는 왜 1008번 버스를 탔을까? 화성시청이라는 이정표에 너무 현혹된 것 아닌가? 의왕톨게이트에서 내려 8155번 버스를 타려고 했으나 한 정거장만에 노선이 달라졌는지 8155번 버스는 없었다. 결국 수원역 가는 버스를 탔다. 전철로 환승하여 병점역으로 갔다. 거기서 택시를 타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하다가 수원 사시는 분과 연락을 취했는데 때마침 지방 가시는 길이라 타이밍이 맞았다. 화성종합경기타운은 향남읍이라는 시골에 있었다. 무려 2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다.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아주 애를 먹을 뻔 하였다. 경기장 가까이서 차에서 내려 걸어가면서 배번을 달았다.

 

쌀쌀한 날씨.

하프 출발하고, 10킬로미터 출발하고......

베테랑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자리 싸움이 심한 5킬로미터 부문.

출발할 때 꽉 들어찬 사람들 때문에 치고 나가지 못해 몇 십 초 손해를 보았다. 그게 나중에 아쉬운 결과로 나타났다.

꾸준히 스피드를 올려 20분 25초에 골인하였는데 나는 어이없게도 52등이었다. 51등, 53등하신 분들과 쓴 웃음을 지으며 서로 위로해야 했다. 50등 한 사람과 불과 1, 2초 차이였으니......

힘이 남아 있었는데...... 이 정도 페이스면 50등 안으로는 충분할 거야라고 생각했었는데.....하하하.

골인했는데도 운영요원이 등위표를 주지 않아 처음엔 의아해 했었다.

3킬로미터 지점에서 배번에 도장을 받았기 때문에 실격도 아닌데.....

 

쌀을 받지는 못했지만 오랜만에 스피드를 계속 올리는 훈련을 한 것은 좋은 일 아닌가?

가끔 5킬로미터 대회 출전도 괜찮을 것같다.

5킬로미터 전용 아디제로를 신었다면 좀 나았겠지.

지금 귀하는 몇 등으로 달리고 있습니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빨라졌겠지.

잠을 조금만 더 잤으면 더 나아졌겠지.

8155번 버스를 처음부터 타고 1시간 쯤 자면서 대회장으로 갔다면 괜찮았겠다.

내년에는 제대로 준비해야지. 무조건 선두에서 서서 출발하고, 속도도 조금 올려야지.

 

돌아올 때는 1시간 이상 버스 안에 서 있어야 했다. 몹시 피곤해서 혼났다.

달릴 때보다 집에 돌아오는 과정이 열 배는 힘들었다.

 

 

 

 

 

 

 

 

만원 주고 산 화성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