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회는 원래 풀코스를 달려야 했다.
추석연휴가 끝난 후 주최측에 전화를 걸어 하프에서 풀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배번이 이미 나와버려 안 된다고 했다. 그럼 그냥 하프 뛰지요.
9월 28일 공주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할 수 있다면 코스 변경은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9월 28일 다른 일이 생겨서 70번째 풀코스를 공주에서 하고자 했던 꿈은 깨어졌다.
하프를 뛴다고 생각하니 부담은 확실히 줄었다.
토요일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밀양까지 내려갔다 오고, 일요일 새벽에도 3시 반에 일어나 식사하고 집을 나섰으니 휴식이란 게 거의 없었다.
1시간 40분대는 못 뛰어도 2시간 이내는 주파할 수 있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였다.
금요일 밤 생선초밥 12개 취식, 토요일 오전 팝콘치킨 다량 섭취, 토요일 저녁 밀양 돼지국밥, 일요일 새벽 햄 식사.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오래 걸리는 음식을 주로 먹은데다 휴식도 거의 취하지 못했으니 일요일 달리기 얼마나 싫었는지 모른다.
횡성까지 가서 하프 뛰고 온다고? 좀 그렇군 하는 생각까지도.
정작 달려 보니 배낭메고 등산화 신고 달리는 중량감......
새벽 6시 30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는데 지각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어 10분 이상 늦게 출발해야 했다.
짜증이 났지만 좀더 여유있는 마음을 가지려고 애썼다. 생각해 보니 나는 하프 출전이니 풀코스 주자보다 서두를 필요는 없지 않는가?
코스에 대한 연구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4킬로미터에서 10킬로미터 반환점을 지나 100여 미터 이상 가공할 오르막을 만났을 때는 혀를 내둘러야 했다.
-이것 너무 심한 것 아니예요?
이렇게 중얼거렸더니 광명에서 온 주자가 웃었다.
오르막을 치고 올라간 것까지는 좋았지만 엄청나게 경사진 내리막이 시작되니 돌아올 때 얼마나 힘들겠는가?
2시간을 넘길지도 몰라.
뒤뚱거리는 느낌으로 달리고 있으니.
3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이 16분 후반대이니 불안했다.
10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55분 후반대. 반환점 기록은 57분 17초. 돌아갈 때 페이스를 잘 조절하면 2시간 이내 골인은 하겠네 싶었다.
돌아올 때는 완만한 내리막으로 이어지니 달리기가 조금 수월하였다.
경기도 남부에서 온 커플이 11킬로미터 지나서부터 나를 추월하고 나섰다.
6킬로미터쯤 남기고 다시 만나게 될 오르막에 대비하면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는데 코스가 섬강 자전거도로쪽으로 되어 있었다.
오르막이 없어진 것이다. 3킬로미터쯤 남기고 커플을 추월하였다.
누구에게도 추월당하지 않고 페이스를 조금 올려 보았다.
1킬로미터 남았을 때 오르막이 있었다. 출발할 때에는 돌아올 때 정말 조심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돌아와서 보니 그렇게 부담스러운 오르막은 아니었다.
몇 명을 제쳤다.
기록은 1시간 53분 42초 47.
내내 이븐 페이스로 달린 셈이다. 올해 달린 하프 11번 가운데 끝에서 두 번째 기록이다. 35도를 넘는 날씨에 달렸을 때가 최악의 기록(1:54:38).
아쉬움은 그다지 없었다. 내가 스스로 몸을 혹사하고 방치해서 쳐지는 기록을 얻었으니.....
덜 자고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되는지 내 몸을 실험한 느낌이었다.
또 한 가지. 내 코는 딸기코처럼 변해 있었다. 땀을 닦을 때 손이 코에 닿으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염증이 생겨 부어오른 것이었다.
호르몬 부작용인가?
이 대회는 50등까지 시상했다. 50등 기록이 1시간 32분대이니 내 하프 최고 기록(1시간 33분)으로도 상은 못 받겠다.
다음에 오면 꼭 풀코스를 달리고 싶다.
코스모스 가득한 길을 달리는 즐거움은 만끽하였지만 병지방 계곡의 운치는 놓쳤으니.....
오후 3시에 서울에서 돌잔치가 있어 횡성에 가면 꼭 먹고 싶었던 한우해장국도 먹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셔틀버스는 풀코스 주자들이 모두 골인한 다음 오후 3시에 출발하니 기다리고 있을 순 없었다.
횡성시외버스터미널까지 부지런히 걸어 원주행 버스를 타고,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동서울행 버스를 탔다.
풀코스를 뛰었다면 돌잔치에는 아예 가지도 못했겠다.
다음 하프는 부산에서 뛰겠네. 허수아비님을 정말 오랜만에 뵙겠다.
코에 생긴 염증이 가라앉지 않아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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