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잉글랜드 대 이탈리아, 10시 코트디부아르 대 일본의 월드컵 중계 방송을 포기했다.
그렇다고 새벽 1시의 콜롬비아 대 그리스, 4시의 우루과이 대 코스타리카 경기를 본 것도 아니다.
콜롬비아 대 그리스 전반전 시청 후 취침, 우루과이 대 코스타리카 후반전 시청으로 타협했다.
월드컵 기간의 마라톤은 정말 힘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2010년 월드컵 기간 중 달린 10킬로미터 대회만 해도 최악의 기록으로 골인했다. 완주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도 못한다.
2014년 월드컵, 네 살을 더 먹었으니 더 힘들겠고, 10킬로미터가 아닌 하프를 달리니 더 정신차리지 못할 일이었다.
원래 월드컵 경기는 거의 다 생방송으로 보겠다는 마음으로 덤비지만 이번에는 잤다.
그동안 풀코스 달리기 직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데 비하면 이번에는 많이 잔 셈이다.
토요일 저녁으로 쇠고기 먹은 것은 잘못이겠지만, 그 바람에 잠을 일찍 자지 못한 것도 실수지만.....
그래도 하프니까.
한강시민공원의 너무나 익숙한 코스. 눈을 감고 달려도 될 정도로 많이 달린 코스.
가양대교 방향이기 때문에 오르막 내리막이 없이 그저 평탄하기만 한 코스.
몹시 덥고 피곤한데다 옆구리살이 출렁거리고 엉덩이가 상체를 바닥으로 내려 앉히는 느낌이라 달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볼까?
그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
첫 1킬로미터를 5분 30초로 달렸으니 광화문 페이싱팀의 빨강 유니폼과 노랑 풍선은 멀어지고 있었다.
다음 1킬로미터는 5분 10초로 달렸다.
그 다음 1킬로미터는 5분 25초로 달렸다.
3킬로미터부터 4킬로미터까지는 지축을 울리는 뒤뚱거림으로 4분 55초까지 뽑았다.
지각한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가 동료들을 찾아 뒤에서 치고 나왔다.
이때 상상했다.
나 역시 지각한 1시간 45분 페메이다. 동료들과 합류해야지.
4분 30초에서 40초 페이스로 치고 나가니 서서히 1시간 45분 페메 그룹과 가까워졌다.
9킬로미터 지점에서는 그들과 동반주하고 있었다.
20명쯤 되는 인원이 모이다 보면 페이스 조절은 쉬워지지만 급수하는 일이 쉽지 않은 법.
뒤쪽에서 따라가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물을 마시기 위하여 줄을 서서 기다리기까지 한다.
내가 그 꼴이 났다.
급수대에 닿기 전 스피드를 올려 물을 먼저 마시고 빠지는 것이 요령인데.....
페메와는 순식간에 10미터 이상 차이가 나 버렸다. 그걸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이제는 해를 마주보고 달리기까지 해야 하는데다 오전 10시를 넘어가면서 자전거족들도 늘어나니 잘 피해 달려야 했고.....
반환 직전 스피드를 올리고, 후반에는 늦추는 이상한 레이스가 되어 버렸다.
11킬로미터 이전에는 힘들기 짝이 없었는데 그 이후에는 편안해졌다.
편안한 조깅. 후반의 레이스는 그랬다.
1시간 45분 이내 완주를 포기해 버리는 게 이런 것이었구나.
왼쪽 눈이 뻑뻑했지만 42.195킬로미터가 아닌 21.0975킬로미터를 달린다는 것은 매우 편안했다.
3주 연속 풀코스를 달리다 돌연 하프코스. 이 홀가분한 거리.
| |||||||||||||||||||||||||||||||||||||||||||||||
| |||||||||||||||||||||||||||||||||||||||||||||||
|
'도전! 마라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World Run 마라톤대회(2014/07/20)-FULL (0) | 2014.07.28 |
---|---|
제10회 토요마라톤(2014/07/05)-연습주 (0) | 2014.07.17 |
제19회 제주관광마라톤축제(2014/06/08)-FULL (0) | 2014.06.26 |
제11회 새벽강변국제마라톤대회(2014/06/01)-FULL (0) | 2014.06.13 |
2014 소년소녀 가장돕기 제9회 퀸 가족마라톤 & 걷기 대회(2014/05/31)-5KM (0) | 2014.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