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애환(讀書哀歡)

벽초 홍명희 <임꺽정> 화적편 직전까지.....

HoonzK 2014. 7. 17. 22:50

1 봉단편

2 피장편

3 양반편

4 의형제편 1

5 의형제편 2

6 의형제편 3

7 화적편 1-청석골

8 화적편 2-송악산, 소굴

9 화적편 3-피리, 평산쌈

10 화적편 4-자모산성

 

언젠가 읽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소설 가운데 하나가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이었다.

그 책 열 권이 강북문화정보도서관 종합자료실 신간 서가에 오롯이 꽂혀 있는 것을 보았다. 아무도 빌리지 않은 새 책.

당장은 빌릴 수 없으나 몇 일 후 다른 책을 마저 읽고 빌릴 때 1권과 2권이 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인기있는 대하소설 1권과 2권을 도서관에서 빌린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빌려서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알리라. 6월 초에 다시 찾았을 때 정말 1권과 2권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들른 석관동미리내도서관. 이곳에는 1권부터 10권까지 비치되어 있었다. 대출증을 만들고 바로 1권과 2권을 빌렸다. 남과 북의 출판권자와 저작권자(홍석중: 홍명희의 손자)가 직접 만나 저작권 계약을 체결한 최초의 작품이자, 유일한 정본이라는 사계절출판사의 <임꺽정>을 마침내 손에 넣은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 일단 1권부터 6권까지 읽었다. 7권을 읽기 전 좀 쉬어가기로 한다.

 

행간에 뜻풀이가 들어 있어 이색적이었다. 생소한 어휘가 적지 않았다. 숨겨진 국어의 보고라고 할만 하였다. 읽으면 읽을수록 재독(再讀)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 일단 10권을 다 읽고 나면 언제든지 도서관에 들러 서가에서 빼어 읽기로 마음먹었다.

 

채치다: 재촉하여 다그치다(1권 34)

홀제: 뜻하지 아니하게 갑작스럽게(1권 38)

엄장: 풍채가 좋은 큰 덩치(1권 63)

휘뚜루: 무엇에나 닥치는 대로 쓰일만하게(1권 68)

결찌: 어찌어찌 연분이 닿는 먼 친척(1권 69)

 

그런데 일단 보니 임꺽정을 전국구 캐릭터로 만들고 있는데 이게 사실일까 싶다.

백두산에도 가고 금강산에도 간다. 송도에 가서 황진이를 만나고, 월출산에서 토정 이지함을 만나 제주도까지 동행하기까지 한다.

 

읽는 사람이 의심하면서도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믿게 되는데 그렇다면 작가의 글발이 보통이 아닌 것이다.

'~것과, ~것과, ~로 들었고, ~는 이야기와, ~는 이야기를 들었고'하면서 남의 이야기 전달하는 사설이 신바람난다.

글 잘쓴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로군 싶었다.

사람의 생활 공간을 묘사하는데 마치 중종시절 와가를 들여다 본 것처럼 생생하기 짝이 없다. 얼마나 사전 조사를 하여야 이렇게 손에 잡힐 듯한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3권 양반편이 지루하긴 했다. 민초들 이야기보다는 지배자들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임꺽정의 본격적인 활약은 도대체 언제부터야라고 되묻기도 했는데 소설은 계속 내게 요구하고 있었다. 제목은 <임꺽정>이지만 너무 임꺽정에게만 매달리지 말라고. 임꺽정의 활약상을 만나기까지 임꺽정을 둘렀난 인물들을 소개할 시간을 충분히 달라고. 아울러 기나긴 사설을 들으며 순간순간을 즐겨야지 끝을 향하여 달려가려는 욕심을 내지 말라고. 역사와 민초의 삶에 깊이 빠져서 곰곰이 생각에 잠겨 보라고. 이왕지사 국어 공부도 좀 하라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다음 읽고 또 읽어도 작품을 제대로 감상했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니 이 책을 평생의 벗으로 삼으라고.

 

박유복의 복수극, 곽오주의 비애를 다룬 4권은 3권보다 읽기 훨씬 편했다.

5권에서는 임꺽정의 친구들(?)이 줄줄이 나와 무용담에 치정담까지 들려준다. 길막동이, 황천왕동이, 배돌석이, 이봉학이.

6권에서는 임꺽정을 도와줄 서림이 책사로 등장하고, 임꺽정과 그의 무리들이 관아를 들이치기도 하는 과정에서 의형제를 맺는 장면이 나온다.

38살 동갑내기 임꺽정과 이봉학, 37살 동갑내기 박유복과 배돌석, 34살 황천왕동, 27살 곽오주, 22살 길막봉이 의형제를 맺으면서 화적편 4권에 대한 포석을 마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임꺽정 이야기가 시작되리라.

그런데 잠시 쉬어간다. 원래 그러기도 해야 하는 법이니.....

찬 바람 슬슬 날 때 네 권을 몰아쳐서 읽을 것이다.

다 읽고 나면 매년 틈틈이 도서관 서가에서 <임꺽정>을 꺼내어 다시 읽으리라.

민초들 삶을 생각하면서도 읽고, 국어 공부하면서도 읽고, 낮에도 읽고, 밤에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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