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하프코스를 달리려고 했는데 풀코스로 그냥 밀고 나간 게 무리였다. (하프 100회를 채우고 나니 웬만하면 풀코스를 달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해남과 구례에 다녀오느라 1월 1일 풀코스 출전 이후 운동량이 절대 부족했다.
구례에 가서 세 차례 달려 주었으나 어설픈 LSD 수준이었다. 차라리 횟수를 줄여서라도 찐하게 LSD를 하든가, 강도높은 스피드 훈련을 하는 게 나았으리라.
눈에 띠게 옆구리살이 늘어나 놀라기까지 하였다. 뒤뚱거리며 뛰는 게 펭귄 수준이다. 사진 찍힌 모습을 보니 뚱땡이가 따로 없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
하프까지 지난 1월 1일보다 페이스가 좋아 SUB-4는 가볍게 하리라 보았다.
하지만 후반 들어 점점 지쳐갔다. 더 이상 내게는 챙길 스포츠젤도 없었지만 급수대에서 쵸코파이나 바나나를 찾아도 다 떨어졌다는 봉사 학생의 대답만 돌아왔다. 11시에 출발했으니 점심 때 달리는 것이라 주최측은 간식을 충분히 준비했다고 공언까지 했는데 ㅠㅠ. 10킬로미터, 하프, 32킬로미터 그룹과 겹치는 후반에는 간식 먹기가 불가능해졌다. 25킬로미터 이후 에너지를 보충할 자원은 오로지 물, 운좋으면 게토레이였다. 무거운 몸은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먼발치로 따돌리고,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가 앞에 보일 정도로 기세가 좋았는데 33킬로미터를 지나 화장실에 다녀온 후 몸놀림이 급격하게 둔화되었다. 안양천변에는 화장실이 둔덕이 있어 계단을 올라갔다 와야 했는데 거기서 시간도 많이 잡아 먹었고, 수평 이동하던 몸이 수직 이동을 하니 버겁기 짝이 없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알았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엄청 따라붙고 있다는 사실을.
32.195킬로미터를 통과한 시점이 2시간 59분 59초였기 때문에 남은 10킬로미터를 1시간, 즉 KM당 6분 페이스로만 달려도 SUB-4는 가능했다.
문제는 6분 페이스를 넘길 수도 있다는 것.
초반에 송희수 형님 따라간다고 힘을 많이 쓴 것도 문제였다.
형님은 오늘 날을 잡았는지 3시간 34분대로 달렸다. 지난 1월 5일 악명높은 여수에서 SUB-4를 했다더니 자신감이 붙은 모양이었다.
오늘은 4시간 페메를 따라가겠다고 공언하셨던 분이 왜 생각을 바꾸셨는지 모르겠다.
점점 지쳐가는 몸. 무거워지는 몸. 어떻게 달리고 있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
츄리닝 바지는 더욱 부담스럽고.....
35킬로미터 지점을 전후하여 4시간 페메가 자꾸 내 앞으로 나왔다.
이건 아닌데. 정말 아닌데.
안간힘을 써서 그를 제쳤다. 이후 급수대에서 쵸코파이 조각이라도 먹어서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39킬로미터 지점. 올 것이 오고 말았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와 그를 따르는 세 명이 내 앞으로 나서는데 더 이상 따라갈 수가 없었다.
40킬로미터 지점을 지날 때 100미터까지도 뒤떨어졌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보다 늦게 들어가면 SUB-4는 실패 아닌가?
또다시 4시간을 넘게 달리는 단계로 내려가는가?
페메를 잊었다. 어차피 나는 페메보다 늦게 출발선을 통과했으니 좀 늦게 결승선을 밟더라도 SUB-4 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39.195킬로미터 지점, 3시간 42분이었다.
40.195킬로미터 지점, 3시간 48분이었다.
41.195킬로미터 지점, 3시간 54분이었다.
다행히 는 SUB-4에 성공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보다 100미터 이상 뒤쳐져 골인했으나.
턱걸이.
내 뒤에 따라 들어온 사람은 10초 차이로 SUB-4에 실패했다.
다음에는 이렇게 힘들게 달리지 말아야지. 준비 좀 제대로 하자.
훈련이 귀찮아서 횟수 한번 줄이고 강도 조금 낮추면 실전에 가서 댓가를 치르기 마련이니......
힘들더라도 훈련할 때 힘든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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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서 사진 찍으시는 류성룡씨가 찍어주셨다.
지난 해 새만금마라톤 3:45 페메를 하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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