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5회 충주사과마라톤(2013/11/02)-26KM

HoonzK 2013. 11. 6. 05:07

 

3월 청주에 이어 11월 충주다.

봄에는 하프, 가을에는 26킬로미터.

탄금호를 한 바퀴 돌다 보니 26킬로미터가 된다.

몇 년 전부터 나가고 싶었던 대회를 이제야 나갔다.

새벽에 1시간 남짓 자고 벼락같이 일어났다.

라면을 끓여먹었다.

PC방에 잠깐 머물다 버스타고 센트럴시티 터미널로 갔다.

새벽 6시 첫차를 놓칠까봐 노심초사하였다. 전력질주.

557분에 무인발권기에서 표를 발급받아 버스에 올라탔다.

1시간이나 잤을까? 너무 뜨거운 히터 열기에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충주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한 것이 740.

 

충주세계무술공원까지 걸었다.

26킬로미터 출발까지는 2시간이나 남아 있었다.

벤치에 누워서 잠을 청하다가 포기했다. 쌀쌀한 날씨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흑백>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었다.

 

피로가 큰 부담이지만 26킬로미터 정도야 버틸 수 있겠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먼발치에서 혼자서 몸을 풀었다.

1010분이 되어서야 출발하였다.

충주세계무술공원을 빠져나가 우회전하자마자 탄금대가 보였다.

오른편으로 탄금호가 보였다. 바람이 없는데다 비구름까지 내려앉아 잔잔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프는 2시간 이내, 10킬로미터는 1시간 이내 완주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지만, 26킬로미터는 아무 기준도 없으니 그저 부담없이 달리면 되었다. 풀코스와 풀코스 사이에 몸풀 듯이 달리면 되는 것.

3시간 페이스메이커가 옆에 있었다.

2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는 몇 십 미터 앞에 있었다.

2시간 20분 페이스메이터는 백여 미터 앞에 있었다.

지난 춘마에서 25킬로미터를 2시간 75초에 통과했으니 지난 주 페이스로 달린다면 26킬로미터는 2시간 10분에서 15분 사이의 기록이 나와야 했다. 2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도 빠른 게 아니었다. 

일단 2시간 40분 페메를 쫓아가기로 했다. 잠을 좀더 잤어야 했고, 라면은 먹지 말아야 했다. 몸이 무너지는 느낌이 났다. 비구름까지 지면을 덮고 있으니 몸은 축 늘어졌다. 천천히 페이스를 올리는 게 현명했다. 누가 앞으로 나오더라도 승부를 걸면 안 되었다.

 

10킬로미터 주자들이 내 앞으로 밀려 왔다.

빠르네 빠르네를 중얼거리며 내 페이스를 지켰다.

5킬로미터를 29분에 끊었다. 2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인 김충태씨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지난 주 춘천마라톤에 출전한 후 감기에 걸려 혼이 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회의 페메는 한 명씩이기 때문에 빠질 수가 없었다고 하였다.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지금 페이스를 풀코스로 환산하면 기록이 어떻게 되는 건가요?

-4시간 조금 넘습니다. KM당 6분 9초로 달려야 하는데 지금 6분으로 달리고 있어요. 후반에 속도를 늦추어 맞추려고요.

-그게 계산하기 편하겠네요. 독도사랑마라톤모임이시네요. 늘 고생하시는데 도움 잘 받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어느 대회 가세요?

-11월 10일 청주오송KTX마라톤대회 갑니다.

 

페메는 끝까지 이븐페이스로 달려야 하는 고충에 대해서 위로해 드리고, 힘드시겠지만 26킬로미터 페메하시고 나면 감기나을 것이라고 격려까지 하며 함께 달렸다. 동네 주민 한 분이 너무 여유있다며 한 말씀 하셨다. 어떻게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다 하면서 달리느냐고.

 

국제조정경기장을 지난 6킬로미터 지점부터는 페이스가 좋아지고 있었다.

2시간 40분 페이스에서 2시간 30분 페이스까지 올라온 느낌이었다.

 

5킬로미터까지는 거리 표지판이 없어 5킬로미터 반환점, 10킬로미터 반환점을 통하여 2.5킬로미터 지점, 5킬로미터 지점을 파악했는데 6킬로미터부터는 매킬로미터마다 거리 표지판이 나오니 페이스 조절이 용이해졌다.

6.5킬로미터 지점부터는 박차를 가하였다. 오르막이 나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조정지댐을 건너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다. 출발 직전 화장실에 사람이 너무 몰려 소변도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이제야 홀가분해졌다.

시간을 잃어 버렸지만 그래봤자 30초.

10킬로미터 기록이 56분대 후반.

조정지댐을 건너면서 쵸코파이를 먹었다.

2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는 100미터 이상 떨어뜨렸지만 2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는 풍선조차 보이지 않았다.

달리는 내내 탄금호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도 아니다. 논밭을 지나는 동안 시골에 와 있는 착각이 들었다.

지난 주에는 12킬로미터를 1시간 내외로 달렸는데 이번 주에는 1시간 10분이나 걸렸다. 킬로미터당 5분을 살짝 넘는 페이스가 되면서 몸이 제대로 풀렸음을 느꼈다.

13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1시간 15분. 산술적으로 26킬로미터는 2시간 30분이 나온다.

2시간 20분 페메를 따라가려면 후반 13킬로미터는 1시간 5분에 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13킬로미터를 지난 시점. 이제부터는 킬로미터당 5분씩에 끊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2시간 20분 페메에 절대 따라붙을 수 없다.

춘마에서 5분 5초 페이스로 달렸으니 그보다 5초 빨라져야 한다. 하프만 달린다면 그렇게 달릴 수 있겠지만 장담할 수 없다.

14킬로미터 지점, 18킬로미터 지점, 22킬로미터 지점에서 오르막이 나오니.

18킬로미터 지점의 오르막은 제법 가파르고 길다.

 

눈이 계속 따가웠는데 중국에서 날아온 이물질 때문일 수도 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방해할 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달리기를 도와주는 비였다.

비가 오염된 공기를 씻어주는지 눈도 더 이상 따갑지 않았다.

고마운 비.

 

시간이 갈수록 치열하게 달렸다.

어떻게든 2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를 잡고 싶었다.

노랑 풍선. 노랑 풍선. 애타게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끝내 노랑풍선을 따라잡지 못했다.

하지만 후반의 13킬로미터는 1시간 2분만에 주파하였다. 내 기록은 2시간 17분이었다.

그렇다면 2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는 어디로 갔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제쳤을까?

24킬로미터를 지나면서 자전거도로를 만났고 평탄해졌다. 스퍼트했다.

6.5킬로미터 지점 이후 스피드를 올리기 시작한 이후 도대체 몇 명이나 제쳤던가? 제쳤지만 제침을 당하지는 않았다.

비를 맞으며 골인 아치를 통과하였다.

제법 운동한 기분이 들었다.

 

메달을 받고 옷 갈아입은 뒤 사과국수와 두부김치를 먹었다.

충주공용버스터미널까지 천천히 걸었다. 비를 맞으며.

 

 

 

 

 

 

 

 

 

 

대회명 : 제15회 충주사과마라톤

일시 : 201
3 1102일() 오전10시

장소 : 충주탄금대 세계무술공원

주최 : 중부매일, 충청북도생활체육회

주관 : 충주시육상경기연맹, 충북원예농협

후원 : 충청북도. 충주시

협찬 : (주)에네스티, 광고인쇄 피디코리아

경기종목 : ①26km(하프와 골인지점 두 군데 기록측정) ②10km ③5km

출발시간 : 26km-10시15분, 10km-10시 20분, 5km- 10시25분

참가대상 : 내.외국인 누구나 참가가능

문의 : 충주사과마라톤 조직위원회 043)843-4343

 

 

 

 

 

 

 

 

1킬로미터 남지 않았을 때이고 마지막 스퍼트를 했다.

앞의 분보다 30초 빨리 골인했으니 막판에 매우 밟았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