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제주감귤국제마라톤
제13회 창원통일마라톤
2013 YTN 손기정평화마라톤
제11회 상주곶감마라톤
제11회 경산삼성현마라톤
제11회 고창고인돌마라톤
2013년 11월 17일 열린 대회로 모두 풀코스 종목이 있는 대회였다.
제주는 요즘 힘든 생활 때문에 한 달 전에 포기하였다. 서울 사는 나로서는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손기정평화마라톤에 참가하는 게 현명했겠지만 지난 해 달린 대회를 또다시 풀코스를 달리고 싶지는 않았다. 2010년부터 3년 내리 하프, 하프, 풀로 이어진 대회 참가는 올해는 빠지기로.....
선택은 쌀 10킬로그램을 기념품으로 주는 고창고인돌마라톤으로 했다.
대학시절 농활 갔던 곳, 서해안 도보여행할 때 지났던 곳, 2004년 소년체전 개최 때 들렀던 곳, 선운산과 방장산에 다녀올 때 들렀던 곳.
다시 가고 싶었다.
새벽 4시에 생선과 김치, 조미김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개인택시를 잡았다. 택시비 오른 이후 첫 탑승.
서울에서 고창 갔다오는 셔틀버스비만큼 많이 드는 택시요금.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1Q84> 좀 읽고 있으려니 의외로 버스가 빨리 왔다.
새벽 5시부터 나온 마라톤 용품 판매상에게는 혀를 내둘러야 했다.
손기정평화마라톤이 열리려면 아직 멀었는데....
단골 판매상에게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드리고 움직였다.
버스는 여의나루역과 종각역을 들렀다 오기 때문에 이미 좌석을 어느 정도 채우고 있었다.
아무도 앉지 않은 자리를 찾을 수 없어 계속 뒤쪽으로 갔다.
어두운 버스 안에서 누군가 아는 체를 하신다.
광화문마라톤클럽의 안수길님이었다. 영주소백산마라톤 대회 다녀올 때 알게 된 분.
하프코스 레이스패트롤의 대부.
-책을 들고 있기에 금방 알아보았지요.
이 분은 내 책을 가져가 스마트폰의 플래시로 무슨 책을 읽는지 꼼꼼하게 살핀다.
몇 마디 나누다가 잠을 청하고.....
잠을 잔 것인지 만 것인지 모르지만 일주일 전의 부산마라톤 대회보다는 사정이 조금 낫다.
앞좌석에 앉은 사람이 등받이를 살짝만 튕겨도 잠을 깨어 버리지만.....
마음씨 좋은 기사 양반. 늦은 사람 기다려준다고 20분이나 차 출발을 늦추는 바람에 신갈과 천안에서 타시는 분들이 추위 속에서 어지간히 기다렸다.
불평불만이 마구 터져 나온다.
아무리 늦어도 대회장에는 1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하는데 40분 전 도착하니 여유가 없었다.
짐도 맡겨야 하고 몸도 풀어야 하고 화장실에도 다녀와야 하고.....
고창읍성 형태로 지어진 고창공설운동장.
방장산 산행을 하다 보면 만나게 되는 곳.
3년 전 <남자의 자격>에서 멤버들이 하프마라톤을 도전할 때 참가했던 대회가 바로 이 대회였다.
<1박 2일>의 위세를 맞먹는 지위까지 올라가게 된 계기가 되었던 고창고인돌마라톤.
부랴부랴 물품 보관부터 마치고 스트레칭할 자리를 찾다 보니 박연익씨가 보였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맡으시니 오늘도 역시 동반주하기로 했다.
3시간 45분 페메를 따라가지 못할 바에야 3시간 59분대의 정속 주행을 하기로.
출발 후 5킬로미터까지는 워밍업이다.
다른 달림이들은 출발 전에 조금씩 달려 주지만 나는 결코 미리 달리는 법이 없다.
아직도 뭐하러 미리 힘을 빼나 하는 초보적인 생각을 한다.
박연익, 허광환, 정하수.
광화문마라톤클럽의 4시간 페이스메이커.
이들을 따랐다.
그런데 첫 1킬로미터가 다른 대회때보다는 빨랐다.
자연스럽게 4시간 페메 앞에서 달리게 되었다.
사진기 들고 달리는 마라토너 류성룡씨가 뒤에서 나타나 인사를 하였다.
남원마라톤클럽의 손모철씨와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 주에 대회가 있다는 홍보물을 등에 달고 다니니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었다.
이 분은 바로 전 날 풀코스를 달렸다고 했다. 올해만 풀코스가 100번이 넘었다고 말하신 것같다.
자기는 힘들면 걷는다고 했다. 하프는 1시간 15분대까지 달린 적이 있고, 풀코스 최고 기록은 2시간 56분대라고 했다.
이 분을 그대로 따라 달리다간 제 풀에 지칠 것같아 살짝 페이스를 떨어뜨렸다.
맞바람이 어찌나 센지 2주 연속 무슨 팔자가 이런가 했다.
그래도 10킬로미터까지는 55분에 달렸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10킬로미터를 56분 50초 정도에 달린다고 봤을 때 괜찮게 달리는 편이었다.
하프 이상을 달리는 사람들만이 고창고인돌마라톤대회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하프 반환 지점에서 만났다.
완만하게 올라붙은 언덕쪽에 고인돌이 즐비했다.
일부러 스피드를 늦추고 감상했다.
10여 킬로미터를 달려와 고인돌 유적지를 보는 즐거움.
바람이 불어와 사람을 얼리니 수분이 땀으로 배출되지 않고 소변으로 나왔다.
10킬로미터 지점에서 파이팅을 외쳐 준 여성산악회 주자(여성산악회인데 남자분이다. 왜 그런지 물어보지는 못했다.)를 보내고 난 뒤 다시 만나기까지는 2킬로미터나 더 가야 했다.
12킬로미터부터 7킬로미터 이상 이 분과 함께 보조를 맞추었다. 두 분이 합류하여 네 명이 달리게 되었는데 이 멤버가 계속 유지된 것은 아니었다. 뒤로 밀려나고 다른 분이 들어오고 하면서 멤버가 바뀌었다. 하지만 네 명의 그룹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산악회 주자와 나는 계속 함께 하고 있었다. 해를 등지고 달렸기 때문에 그림자 네 개가 앞에서 끌어주는 느낌이었다.
달리다 보니 선운산 도립공원이 보였다.
산에 올랐을 때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기암 절벽을 볼 수 있었다. 차타고 지나가면서 번개처럼 보고 마는 풍경이 아니라 달리면서 차근차근 새겨보는 그림.
고인돌 유적지에 이은 인상깊은 장면.
숨이 찰 것도 없었지만 가끔 하품은 나는 레이스.
풍경을 바라보며 너무 여유를 부려서일까?
10킬로미터 이후의 페이스는 늦어지고 있었다.
반환점 기록 1시간 58분 59초 18.
사실 컨디션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피로도 누적되어 있고, 전날은 여주에 가서 온종일 촬영하고 늦게 집에 들어온데다 간밤에 피로 회복도 제대로 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좋을리 없었다. 덥지 않고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니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었다.
반환하고 난 뒤 4시간 페메 그룹을 찾았다. 건너편에서 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4시간 15분 페이스메이커 그룹이었다.
박연익씨 어디 갔을까?
의아스럽기만 한데 뒤에서 지축을 울리는 발소리.
10여명의 발걸음 소리가 요란했다. 살짝 곁눈질하니 붉은색 티셔츠와 노랑 풍선이 보였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 그룹이 내 뒤에 바짝 붙어 있었기 때문에 반환할 때 못 본 것이다.
-안녕하세요?
박연익 페메의 목소리였다.
-이렇게 함께 달리게 될 줄 알았어요.
내가 초반에 몇 분 빨리 빼기는 했지만 결국 4시간 페메와 함께 달리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단 말씀.
나 혼자 페이스를 맞출 필요가 없어지면서 편안해졌다.
거리표지판은 거센 바람 때문에 모두 넘어갔기 때문에 거리는 병행해서 설치한 거리 표지 깃발로 판단했다.
돌아갈 때는 누적 거리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17KM라는 깃발을 만나면 남은 거리가 17KM요, 이제 25.2킬로미터 달렸다는 식으로 계산하면서 달려야 했다.
반환한 이후 30킬로미터까지 편안했다.
박연익 페메와는 즐겁게 대화했다.
올해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해 주셨던 대회는 100% SUB-4를 했다며 감사했다.
2월의 고구려마라톤, 3월의 광주마라톤, 4월의 영주소백산마라톤, 6월의 한강서울마라톤.
함께 달리긴 했지만 페메를 담당하지 않으셨던 7월의 옥천, 9월의 철원에서는 모두 SUB-4를 실패했음도 밝혔다.
기준이 되어 주셨으면 SUB-4를 했을 것이며, 페이스메이커 명단에서 박연익님을 만나면 매우 반갑다는 말까지 했다.
바람이 아무리 불었지만 이마를 꽉 조여주는 버프를 썼기 때문에 벗겨질 염려도 없었다.
티셔츠와 배번 사이로 바람이 들어오면 배번은 한없이 부풀어 올라 떨어져 나갈 듯이 요란하게 울었다. 그때마다 손으로 내리 누르고 달렸다.
고인돌 유적지를 다시 만나면서 달리는 동안 유일하게 만나는 간이 화장실을 만났는데 화장실을 만났으니 소변을 참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화장실에 들렀다 오다 보니 페이스메이커 그룹과 70미터나 떨어졌다.
부지런히 달렸지만 스피드가 도무지 올라붙지를 않아서 따라잡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32킬로미터쯤 오면 바짝 붙을 줄 알았는데 나란히 달린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다.
5킬로미터 내내 따라붙으려고 해도 여의치 않으면 SUB-4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우려감이 들었다.
고창고인돌마라톤의 후반부는 쉽지 않다.
35킬로미터에서 39킬로미터까지 이어지는 코스가 오르막이다. 게다가 골인지점의 트랙까지 오르기 직전 300미터의 가파른 오르막도 감수해야 한다. 35킬로미터에서 나타나는 오르막은 얼핏 보면 평탄한 것같아서 멋모르고 스피드를 올리게 되지만 그 바람에 지치게 되는 코스이다. 달리다가 뒤돌아 보면 안다. 평지라고 생각했던 주로가 오르막이었다는 사실을.
35킬로미터 지점에서 수육, 두부, 김치를 갖고 나온 주민들이 있었다. 시간이 아까웠지만 수육 두 점과 김치 한 조각을 먹었다. 페이스메이커들도 여기서 페이스를 늦추고 간식을 먹었기 때문에 마침내 따라잡을 수 있었다.
36킬로미터 지점에서 살짝 앞으로 치고 나가자 박연익님이 소리쳤다.
-안녕히 가세요.
내가 앞서 달린 것은 잠시 100여미터쯤. 오르막이 아직도 3킬로미터는 더 이어지는데 치고 나갈 수 없었다. 페메와 다시 모였다.
내가 스피드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월곡지하차도를 빠져나왔을 때였다. 이제 내리막이 시작되고 있었다.
41킬로미터 지점을 지나기가 무섭게 왼편으로 고지에 군림한 듯한 위세로 고창공설운동장이 보였다. 곧 좌회전.
악몽의 300미터가 시작되었다.
치열한 오르막이었다.
그 오르막에 올라붙은 두 명의 사람이 보였는데 둘 다 걷기 시작했다.
땅을 내려다보고 달리다 가끔 전방을 살피는 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걷고 있는 사람들이 내 뒤로 왔다.
그리고 운동장에 들어섰다. 트랙을 한 바퀴 돌아 피치를 올렸다. 트랙을 달리는 동안에도 한 명을 제쳤다.
3시간 57분 26초 60.
박연익 페메를 기다렸다.
군산월명마라톤클럽의 축하 플래카드를 안고 골인하는 박연익 페메.
212번의 풀코스 완주의 기록이 플래카드에 꼼꼼하게 새겨져 있었다.
골인해서 군산월명마라톤클럽회원들과 기념 촬영하시는 박연익씨에게
주먹을 불끈 들어올려 감사를 표시하였다.
또 한번의 풀코스 도전. 완주했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LIG마라톤 기념티셔츠
속옷: 미착용
신발: 아식스 젤 SP트레이너(하프마라톤 대회 전용)
장갑: 미착용
바지: 아식스 러닝팬츠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미착용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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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파랑색 티셔츠에 내가 보인다. 좀 작기는 하지만....
류성룡씨가 3시간 30분대로 달리면서 찍어주신 사진.
20킬로미터쯤 달렸을 때이다.
가장 오른쪽이 박연익 페메. 가장 왼쪽에 계신 분홍색 조끼가 여성산악회 마라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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