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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서울 달리기대회(2013/10/20)-HALF

HoonzK 2013. 10. 21. 04:19

2013 서울달리기 강훈식님 기록은

01:42:27/ 챔피언칩

   10/20 12:55 pm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고단한 몸을 이끌고 서울광장으로 가서 청계천로를 따라, 또 한강변을 따라 뚝섬한강공원까지 기를 쓰고 달려서 얻은 기록이었다. 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한 대회라 주로는 달림이들로 가득 들어찼다.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 뒤에서 출발하면서 따라붙는 게 현명했지만 일부러 뒤로 갈 수 없을 만큼 인산인해였다.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보다 1분 쯤 빨리 출발하면 1분 쯤 늦게 출발하는 것보다 엄청난 부담이 된다. 시간이 갈수록. 그와 함께 들어가서는 1시간 44분대로 달릴 수 없을테니..... 신경써야 했다.

첫 1킬로미터. 몸이 무거워 속도를 못내었다. 옆구리를 만져보니 두툼하게 살집이 잡힌다. 춘천마라톤 일주일 전이면 군살없이 날씬해져야 하는데 여전히 몸이 무거웠다.

과체중을 끌고 가다가 1킬로미터 지점에서 뒤에서 치고 나온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 세 명에게 추월당했다.

따라붙어야지.

헉헉거리며 발걸음을 올렸다.

정확히 1시간 45분에 하프를 완주하려면 km당 4분 59초로 달려야 하는데 부담스러운 속도였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땀도 많이 났다. 몇 킬로미터 더 나아가기도 전에.

5킬로미터를 넘어서기 전에 4분 50초대로 달릴 수 있어 다행이긴 했다.

살곶이공원을 지나 한강변으로 들어서기 전에 페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10킬로미터 지점이었다. 지난 주 10킬로미터 대회에서 달린 기록보다 1분 이상 빨라졌다. 아직 11킬로미터를 더 뛰어야 하는데 오버페이스는 아닐까 우려되었다. 포기할 수는 없다. 택배 차량에 실려 서울광장을 떠난 짐은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에 가 있으니 짐을 찾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뛰어내어야 한다. 대회장에 늦게 도착하여 짐을 맡기지 못한 젊은이 한 사람은 결국 배낭을 매고 뛸 수밖에 없었다. 뜀박질 꽤나 잘 할 것같은데 짐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악전고투하고 있었다.

 

2킬로미터 지점부터 10킬로미터 지점까지는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기 위하여 애먹었다면, 10킬로미터 지점부터 16킬로미터 지점까지는 페이스메이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숨을 고를 수 있었다. 16킬로미터 지점에서는 자연스럽게 페이스메이커 앞으로 나오게 되었다. 초반에 손해 본 시간을 보충할 기회를 얻었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낼 수는 없었지만 지속적인 스피드는 유지할 수 있었다. 18킬로미터 지점을 기다렸다. 그때부터는 오버페이스가 되더라도 견딜 수 있을테니......

 

 초로에 든 어르신이 페이스를 급격하게 올리며 치고 나갔다. 나의 새로운 페이스메이커로 정하고 따라갔다. 나보다 훨씬 호리호리한 분이니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기고 계셨다. 나 자신을 자극하였다. 그 분을 따라잡을 순 없었지만 기준이 되어 주어 감사하였다. 마지막 1.1킬로미터는 1킬로미터만 뛰는 시간과 맞먹었다. 지난 주 풀코스 달릴 때 보았던 주변 달림이들의 움직임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졌다. 페이스가 올라온 이후에는 어떤 고통도 견뎌낼 수 있었다. 다음 주에도 가능할까? 3년 내리 3시간 30분대 기록으로 완주했던 춘천마라톤의 기록이 올해에는 얼마나 퇴보할까? 일주일 내로 옆구리살을 모두 제거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프야 헉헉거려도 감당해낼 수 있겠지만 풀코스는 질적으로 양적으로 다른 마라톤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