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9회 한중일 금융보험인 마라톤(2013/05/04)-HALF

HoonzK 2013. 5. 5. 21:38

나가는 길에 커피방아간 PC방에 들러 상혁이 아버지와 몇 마디 나누며 시간을 좀 보낼까 했는데 안 계셨다.
늘 쓰던 PC가 꺼져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에 자리를 뜨신 것같았다.
사장님의 소재를 묻자 직원은 무심하게 모른다고 했다.
이런 새벽에 사장님을 왜 찾느냐는 눈빛.....

덕분에(?) 너무 일찍 마라톤 대회장에 가 버렸다.
조촐한 대회에 서둘러 가다 보니 얼마나 한산하기 짝이 없었는지.....
동시간대에 열린 대회가 많아 참가 인원이 분산된 것은 있지만 이쪽은 너무 적은 인원이었다.

상암에서 소년소녀가장돕기 제8회 퀸가족마라톤, 안양천에서 안양천사랑 제9회 양천마라톤, 미사리에서 제5회 CBS 희망마라톤, 화성에서 제14회 화성 효마라톤.

 

한국보험신문은 왜 이 날을 골랐을까?
그리고 나는 왜 이런 대회를 골랐을까?
홈페이지 관리도 거의 하지 않는 이 대회를.
역시 기념품 때문이다. 등산바지를 기념품으로 건 대회는 자주 없으니까.
문제는 바로 다음 날 풀코스를 달려야 한다는 게 부담인데 풀코스와 풀코스 사이 하프를 두 번이나 달리다니 무리하고 있다. 일요일 풀코스 출발은 8시이기까지 하니 허허허.

하프 남자 참가자 91명에 하프 여자 참가자까지 합쳐도 100명이 되질 않는다.
여기에 금융보험인과 일반인을 따로 시상하니 웬만큼 스피드가 있는 주자는 트로피와 상품을 노려볼만 했다.
이 적은 수의 참가자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메이커가 있었다.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갔다.
한 분이 앞에 갔고, 다른 분은 뒤에 갔다.
뒤에 가는 진명선 페메와 함께 달렸다.
노동절마라톤에서 1시간 45분 페메를 했다고 했다.
-페메 없었던 것으로 알았는데 있었나요?
-주최측에서 풍선을 준비해 주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을 거예요. 나중에 보니까 따라 오시는 분들은 따라오시더라고요.

이 분은 춘천마라톤에서 벌써 7번이나 페메를 했다고 했다.
진명선 페메 덕분에 다소 홀가분한 기분으로 달렸다. 1시간 40분 이내에 골인하겠다는 집착을 버리니 이렇게 편안한 것을.
반환한 이후 몸도 풀리고 해서 스피드를 내어볼까요 했더니 아직은 참으라고 했다.
15킬로미터 가거든 치고 나가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래, 아직은 아니야.
하프는 15킬로미터부터, 풀은 35킬로미터부터 치고 나가야 한다는 것.
돌아올 때는 햇볕을 바라보고 달려야 하니 눈이 부셨다.
진명선 페메는 내게 앞으로는 선글라스 착용을 해 보라고 하였다. 눈부심도 방지하고 먼지도 막을 수 있으니.
300번에 육박하는 대회에 참가했지만 선글라스를 끼고 달린 대회는 딱 한 번밖에 없다.
눈가에 땀이 흐를 때 정말 성가신 선글라스였으니까.

15킬로미터를 넘어선 후 조금 지나서 치고 나갔다.
-먼저 가겠습니다.
-네. 밟아보세요.

썩 빠르게 치고 나가지는 못했다.
그저 페메 앞에서 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더운 날씨에 긴 츄리닝을 입고도 잘 달리고 있는 주자가 있어 보조를 맞추었다.
그 주자는 몹시 고통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도 좀처럼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았다.
나한테는 고마운 일이었다. 외로운 싸움에서 동반자가 생겼으니.
17킬로미터부터 20킬로미터 지점까지 함께 달렸다. 한마디 말도 나누지 않고.
이제 그도 나와 보조를 맞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나머지 1.1킬로미터는 어쩔 수 없는 독주를 했다.
하프밖에 달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힘들었다.
마지막 100여 미터를 남기고 주자를 제쳤는데 자존심을 건드렸나 보다.
그는 무섭게 스피드를 올렸다. 추월 금지라고 몸으로 말헸다.
나도 질 수는 없었다.
고등학교 체력장 때처럼 전력질주했다.
노동절마라톤 때보다 3분 30초쯤 늦추어 달렸기 때문에 충분히 힘이 남아 있었다.
그를 다시 추월하여 30미터 쯤 앞에서 들어왔다.

 

그러나
골인 후 왼쪽 발바닥 아치가 몹시 쓰렸다.
처음에는 그냥 무리했나 했다. 대회장을 떠나서 광명으로 갔다.

 

발을 디딜 때마다 쓰렸다.
몇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양말을 벗어보니 발바닥에 주름이 잡혀 있었다. 이게 뭘까? 물집이었다.
둥근 형태가 아니라 길쭉한 형태로 여러 줄. 이런 물집도 있나?
배번 옷핀을 꺼내어 발바닥 곳곳을 찔러서 즙물을 빼내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지?
풀코스를 39번 달리면서, 하프코스 91번을 달리면서, 심지어 100킬로미터 완주를 해도 물집 한번 생긴 적이 없었는데.
군대에서 그렇게 행군을 해도 물집 한번 생긴 일이 없었는데.
뒷꿈치부터 딛어야 하는데 하도 많이 뛰다 보니 그런 것 생각하지도 않고 앞꿈치 뒷꿈치 상관없이 딛어서 그런 것일까?
오랜만에 하프 전용 마라톤화를 신어서 적응하지 못한 것일까?
그냥 노동절마라톤 때 신었던 아식스 네오젤라이튼을 그대로 신을 것을.
그나저나 다음날이 풀코스인데 발이 이래서 어쩌나? 6주째 풀코스인데.....
그래도 생각해 본다. 달릴 때마다 핑계거리를 찾아 헤매었다는 것을.
오늘은 잠을 제대로 못 잤어. 몇 일 동안 피로가 쌓였어. 코스가 너무 힘들었어.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
하프코스를 달리고 다음 날 풀코스 뛴 적이 있었지. 경험이 있는데 무슨 걱정인가?
내일은 천천히 달릴테니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것 아닌가?
8시에 출발하니 그렇게 덥지는 않을 거야.

 

 

 

 

 

 

 

 

모자: 바이저 버프

겉옷: 노스페이스 여성마라톤 기념티셔츠

속옷: 미착용

신발: 아식스 젤 SP트레어너(하프마라톤 대회 전용)

장갑: 미착용

바지: 아식스 러닝팬츠(대구에서 구입)

양말: 아식스 중목

목도리: 미착용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오른쪽 무릎 두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