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0회 대전3대하천마라톤(2013/04/21)-FULL

HoonzK 2013. 4. 22. 12:50

픽업해 주신 의찬이 아버지 덕분에 대회장에 편하게 왔다.
날씨가 추우니 반팔만 챙긴 나로서는 무척 걱정이 되었다.
출발 직전 10분 전까지만 해도 화장실 주변을 맴돌며 보온에 신경쓰고 있었다.

 

어떻게 될까?
후반에 지옥을 경험할 것인가?

오전 9시 정각 풀코스, 하프코스 동시 출발.


엑스포다리를 다 건너기 직전 카메라 하나가 나를 보고 있었다.
카메라가 있으니 달림이들이 손을 흔들었는데 그 카메라는 나만을 위한 카메라였다.
'다 비켜주세요. 저만을 위한 카메라니까요'
의찬이 아버지, 나를 찍기 위하여 다리를 건너 오셨단 말씀. 송구합니다.

엑스포아파트 단지를 지나 용신교를 건너기 전까지는 도로를 따라 달렸다.
천변을 처음부터 달린다고 오판하고 있어서 당황스러웠지만 생각보다 길이 넓어졌으니 달리기가 오히려 수월해졌다.

문제는 담배 냄새였다. 담배 냄새 때문에 어지간히 침을 많이 뱉었다.
바람이 많이 부니 담배 냄새는 어디서도 났다.

 

첫 1킬로미터는 6분이나 걸렸다. 하지만 5분 20초, 5분. 이런 식으로 빨라져 6킬로미터를 넘어서기가 무섭게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이래도 되는 거니? 지난 주보다 15분이나 빠른데.

전반에 10초 빨리 달리면 후반에 10분을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양진호씨와 오길환씨.
오길환씨는 계속 소리치며 달림이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구간 기록 5분 21초입니다.
-구간 기록 5분 18초입니다.
-앞에 급수대입니다. 서행하겠습니다.

-후반에 쥐가 나시는 분은 지금 다리에 물을 적셔 주세요.
-구간 기록 5분 15초입니다. 이 페이스를 유지하겠습니다.
-지금 함께 하시는 분 전원이 3시간 44분대에 골인할 수 있도록 달리겠습니다.

10킬로미터를 넘은 순간 3:45 페메를 따르는 사람은 나까지 8명이었다.
이래도 되는 거야하는 생각을 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4시간 페메를 따라갔는데 무리하는 것 아닌가?
일단 달려 보기는 하겠지만......
무리중에는 풀코스를 처음 달리는 분도 있었다.
그 분을 위하여 박수까지 치며 격려했다.
3시간 45분 페메를 내내 30킬로미터 넘어서까지 따라 뛰었던 첫 도전자는 후반부에 쳐졌고, 3시간 58분대로 골인했다.
10킬로미터 지점 급수대에서는 물을 찾는 사람들이 너무 몰려 기다리느라 페메와 20여 미터 쳐지기도 했다.
그래도 따라붙어야지.
인터벌 훈련할 때처럼 발을 놀려 바로 뒤쪽에 따라붙었다.
이제는 갑천과 유등천을 따라 폭 3.5미터의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 보니 단조로운 풍광이 사람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가끔 멀리 보지만 될 수 있는대로 페메 풍선을 보고 달리려고 애썼다.
화장실 들르는 시점을 잡는 것도 중요했다.
후반에 가지 않으려면 중간 쯤 가야 했다.
하프 주자들과 결별하고 난 뒤 20킬로미터 지점을 지나 야외 화장실에 들렀다.
이 바람에 페메 무리와 100미터 정도 떨어졌다.
안내 요원들이 주로를 제대로 일러주지 않아 둔덕을 뛰어 내려오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대전갑천달리기 마라톤클럽 회원들은 20킬로미터에서 21킬로미터까지 무려 15분이나 걸렸다고 불평하였다.
그나마 나는 몇 백미터 더 달린 데 불과하니 다행이었다.

살짝 주최측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짧은 거리도 아니고 풀코스인데 앞으로도 유도가 제대로 이루어질까 걱정이었다.
페메만 믿고 가는 수밖에 없는데 페메와는 좀처럼 거리가 줄어들지 않으니.
50미터 전후의 사정권에 두고 있어 언제라도 따라잡을 수는 있었지만 후반에 지칠 것이 걱정되었다.
초반에 빨리 달렸다는 사실과 4주째 달리고 있다는 부담감.
몸보다 마음이 더 문제였다.
2.5킬로미터마다 설치된 급수대는 절대 거르지 않았고, 이따금 쵸코파이와 바나나를 먹어 에너지를 보충했다.
바나나에서 담배 냄새가 날 때가 있어 조심하기는 해야 했다. 바나나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게 칼로 잘라 놓은 사람이 흡연자였다면 바나나에 배인 담배 냄새를 피할 길이 없었다.

 

버드내교 하류인도교를 건너서 돌아오기 전에 26킬로미터 지점을 지났다.
엑스포 다리를 향하여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니 부담감이 벗겨지는 기분이었다.
페메를 따르는 달림이들이 현저하게 줄었다. 나부터 뒤로 쳐져 있으니.
하지만 따라갈 자신은 있었다.
28킬로미터 지점부터는 KM당 5분 이내의 페이스로 달렸다.
31킬로미터 지점에서 드디어 페메와 다시 만났다. 100미터 따라잡는 데 무려 10킬로미터나 달려야 한 셈이다.

이제 페메를 따르는 사람은 세 명 뿐이었다.
35킬로미터 지점을 지날 때 페메 두 분과 나 혼자.
세 사람의 동반주가 시작되고 있었다.
35킬로미터 지점이 나왔으니 치고 나갈까 하다가 참았다.
이 분들과 어느 정도 동반주를 하고 싶었다. 초반에 빨리 달렸다는 부담감도 있었으니 당장 페이스를 올리고 싶지는 않았다.
살짝 대화를 시도했다.
과묵한 양진호씨와 먼저.
-양진호씨는 몇 번째 달리세요?
-절 아세요?
-그럼요. 제가 달릴 때마다 달리시는데다 항상 같은 유니폼을 입고 달리시니 모를 수가 없지요.
-310번째에요.
양진호씨는 다음 주에 음성에 간다고 했다. 일요일 풀코스 전에 연습삼아 토요일 풀코스를 달린다고 했다.
매우 과묵한 것같다고 하니 마라톤 처음 배울 때 '죽은 할아버지가 살아 돌아와 말을 걸어도 대답하지 말고 달리기에만 집중하라'는 교육을 받아 그때부터 그렇게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310번 달리는 동안 나와 함께 달린 오늘이 가장 대화를 많이 한 날이 될 수도 있었겠다.
오길환 페메는 내게 물었다.
-몇 번째 달리세요?
-전 오늘이 38번째고요. 올해 들어 8번째입니다. 지난 해부터 조금 횟수를 늘렸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는데 앞에서 환호성이 울렸다.
의찬이, 의찬이 아버지, 김보익 선생님이었다.
카메라로 내 모습을 담고 있는 줄도 몰랐다.
38번 풀코스를 달리는 동안 아는 사람이 나를 응원해 준 것은 이번이 두번째였다.
의찬이 아버지 말하기를.
-빨리 오세요. 배고파요.
-이보다 더 빨리 뛰라고요?
힘들어 죽겠는데.


38킬로미터 지점을 지나서 반환 지점이 있었다. 갑천대교 하류인도교를 건너면서 페메 앞으로 나아갔다.
'페이스를 조절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갑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결국 말하지 못하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질주했다. KM당 5분대 러닝이 4분대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아마 38킬로미터까지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했으면 아주 편안한 풀코스 완주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좀더 빨리 놀렸다.
200명 남짓한 풀코스 참가자들이 주로에 흩어지다 보니

주로에 달림이들이 별로 많지 않아 그야 말로 외로운 질주였다.
엑스포 다리에 진입한 순간 먼발치에 세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한 사람은 앉아 있었고, 두 사람은 서 있었다. 의찬이 아버지와 의찬이, 김보익 선생님.
카메라 렌즈는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나만을 위한 촬영.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올해 최고 기록으로 골인하였다. 참가 인원이 적기도 했지만 내가 기록한 풀코스 등수 가운데는 최고 기록이었다.
중앙서울마라톤과 춘천마라톤을 제외하면 이렇게 빨리 달린 적이 없었다.

골인한 후 의찬이네의 도움으로 페메분들을 찾아 일일이 인사드렸다.
덕분에 잘 달릴 수 있었다고.
양진호씨는 35km에서 내가 치고 나갔다면 3시간 30분대도 가능했을텐데라고 아쉬워하며 적수를 만난 것같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광화문 페이싱팀의 오길환씨와 인사하고 나오면서 나는 1년 전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바다의 날 마라톤 당시 1247번 배번 달고 나보다 2초 늦게 골인한 달림이였다. 내내 함께 달렸으니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 오길환씨는 페이스메이커 옆에서 내내 함께 달리고 있었다.
(사진 확인)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13년 대구국제마라톤 발렌키 기념 티셔츠

속옷: 착용하지 않음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착용하지 않음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착용하지 않음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

 

대회요강

대전일보사는 2013 제10회 대전3대하천마라톤대회4월 21일(일) 오전9시 대전엑스포시민광장에서 개최합니다.

마라톤애호가 및 시민여러분의 많은 참가바랍니다.

대 회 명 2013 대전 3대하천 마라톤대회
대회일시

2013년 4월 21일(일)

- 풀/하프 : 9시 동시출발

-   10km :  9시10분 출발

-     5km :  9시 20분 출발

집결시간 2013년 4월 21일(일) 오전 8시
집결장소 대전엑스포시민광장
코     스

엑스포시민광장(출발) -> 전민동  -> 용신교 -> 한빛대교 -> 버드내교하류인도교 -> 갑천대교하류인도교 ->

엑스포시민광장(골인)

※ 풀코스기준

참가구분

풀 / 하프 / 10km / 5km

참 가 비

풀 / 하프 / 10km : 30,000원

5km코스 : 15,000원

기 념 품 풀/하프/10km : 스포츠가방,  5km : 티셔츠
참가자격 신체건강한 남녀
접수기간 2013. 4. 5(금)까지
지 급 품 대회안내책자, 배번호, 기록측정용칩(5km제외), 기념품, 기록증, 완주메달
주      최

대전일보사, 대전광역시

 주      관

대전일보사

계좌번호

예금주   대전일보사

농협 1166-01-052118 

하나은행 643-910002-75604 

이미지

 

 

기념품 및 시상안내


 

시상내역

 

 

종 목

(남/여)

하프 (남/여)

10Km (남/여)

5Km (남/여)

풀코스 단체전

종    합   1위

             2위

             3위

             4위

             5위

             6위

50만원

40만원

30만원

20만원

15만원

10만원

30만원

25만원

20만원

15만원

10만원

7만원

20만원

15만원

10만원

7만원

7만원

7만원

10만원

7만원

5만원

 

 

 

50만원

40만원

30만원

20만원

15만원

10만원

연대별    1위

            2위

            3위

7만원

5만원

5만원

5만원

5만원

5만원

5만원

5만원

5만원

 

 

(84명)

(24명)

(24명)

(24명)

(6명)

(6팀)

시 상

 상패, 상금

상패, 상금

상패, 상금

상패, 상금

우승기/상패,상금

순위산정

 넷타임

넷타임

넷타임

건타임

풀5명 합계

특별상

우수단체상

행운상

추첨을 통해 참가자에 푸짐한 경품 지급

 

 

※ 연대별 시상 : 청년부 = 40대이하 (1964년 이후 출생자)

                      장년부 = 50대이상 (1963년 이전 출생자)

 

※ 풀코스 개인전은 5시간 이내 완주해야 입상자격이 있습니다.

 

※ 풀코스 단체전은 사전참가신청한 선수 5명 기록 합산하여 순위 산정

 

※ 풀코스 개인전과 단체전 중복 수상 가능

 

단체팀 훈련지원비 (풀/하프/10km 참가자 기준)

20인이상 10만원, 30인이상 20만원, 50명이상 40만원

 

 행운상 :추첨을 통해 참가자에 푸짐한 경품 지급

 

 먹거리 : 묵(채묵), 두부/김치, 막걸리 등

  

 참가기념품

  

 

 

                                                                            

 

 

 

 

 

 

 

 

 

 

2012년 6월 2일 바다의 날 마라톤 골인 장면.

내 뒤로 1247번 배번의 달림이가 오길환씨.

이번에 3:45 페메를 맡아주신 분이다.





에피소드 하나.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어 유심히 살피고 다시 넣더라. 

22km 지점을 넘었을 시점에.

-페이스 일일이 확인하면서 뛰세요?

-아니요. 제가 내일 시험이 있어서.

-우와. 시험공부도 하고 마라톤도 뛰고.....

그 지겨울 정도로 긴 풀코스의 시간을 공부로 채우기도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