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영주, 대구, 대전, 군산을 돌아 서울.
나는 왜 6주 연속 풀코스를 달리게 되었는가?
한 주 정도 쉬고 5월 12일, 아니면 두 주 쉬고 5월 19일.... 선택하여 풀코스를 달릴 작정이었다.
5월 12일은 부여 백마강 마라톤, 여주세종대왕마라톤, 19일은 보성녹차마라톤이 물망에 올랐다.
모두 지방이니 이제는 좀 피하고 싶었다. 마음같아서는 5월 26일 제주나 홍성쪽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그때는 외국에 있으니.....
5월 12일과 19일 모두 하프를 신청했다.
5월에 달려야 하는 풀코스는 첫 주에 달리기로 했다.
이미 5월 1일과 4일 하프코스를 달리기로 마음먹고 신청까지 한 마당에 어린이날 풀코스는 엄청난 부담일 수 있었다.
그래도 일단 달려 보기로 했다.
너무 피곤하여 토요일밤에는 12시가 되기 전에 쓰러졌다.
덕분에 5시간 남짓 잘 잤다.
처음부터 천천히 달리기로 마음먹은 나.
2주 만에 만난 대전3대하천 마라톤 페메 양진호씨와는 악수를 하면서 오늘은 천천히 달릴 거라고 못을 박아 두었다.
꼭두새벽부터 대회장을 찾은 사람들, 적지 않았다.
2004년 1회 대회 때 10킬로미터 대회만 열려 500명 참가하여 500만원만 기부했던 이 대회는 지난 해에는 4,600명이 참가하여 6,300만원의 기부를 한 대회로 성장했다.
이 대회는 상금을 기부하는 것으로 규정을 정했고, 입상자에게 소아암돕기 기부영수증을 발부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도 4,132명이나 나왔다. 풀코스 437명, 하프코스 558명, 10킬로미터 1,338명, 5킬로미터 599명, 5킬로미터 걷기 1,200명.
여의도 이벤트광장에서 열리는 대회치고 이렇게 많은 인원이 출전하는 대회가 있을까?
출발 직전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는데 용왕산마라톤클럽의 希洙씨였다.
분홍색 배번이 아니라 연두색 배번이었다.
이제는 하프를 주로 달리기로 했다고 했다. 풀코스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하프를 일단 100번 채우기 위하여 열심히 달리겠다고 했다.
풀코스를 달려야 하는 나로서는 대화를 끊어야 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 바로 뒤에 섰다. 2주 연속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갔던 나로서는 부담이 확 줄었지만 8일 안에 풀코스 2회, 하프코스 2회를 달리는 것이라 후반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왼쪽 발바닥은 옷핀으로 찔러 구멍을 내어 놓았기 때문에 어제처럼 물집이 잡혀도 즙물은 다 빠져나와 아프지 않도록 해 두었다. 당초 테이핑을 해 주는 방안도 모색했으나 오히려 숨구멍을 막을 것같아 그냥 양말로 대신하기로 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 방현철, 류성룡.
앗! 류성룡!
군산새만금마라톤에서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로 나를 이끌어주며 사진도 많이 찍어주었던 사람.
오늘도 카메라를 꺼내어 찍어주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한강시민공원 좁은 주로에서 437명이 달리기 때문에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는 사람은 무려 서른 명이 넘었다.
30킬로미터를 넘어섰을 때에는 고작 대 여섯명밖에 남지 않았지만......
정말 눈물겹게 0킬로미터부터 34킬로미터까지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갔다.
15킬로미터를 넘어서자 류성룡 페메는 지난 주 유일하게 35킬로미터까지 페메를 따라왔던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알고 말을 걸었다.
-다음번에는 어디 가세요?
내 대답을 들은 그는 다음 주에는 보성에 가고, 그 다음 주에는 부여에 간다고 했다. 착각한 것이 다음 주에는 부여 백마강마라톤이고, 그 다음 주가 보성 녹차마라톤이니.
-오늘로 몇 번째세요?
-오늘이 40번째입니다.
-아직 시작이네요.
'아직 시작이네요'라는 말은 '아직 초보 단계로군요'라는 말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나는 그 이후 말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에너지 소모를 막으려고 애썼다.
2.5킬로미터마다 나오는 급수대를 결코 지나치지 않았다.
초코파이면 초코파이, 바나나면 바나나. 간식도 열심히 챙겨 먹었다.
6주 연속 풀코스 완주가 가능하기나 한 거야.
마지막 주에는 사이에 하프를 두 차례나 밀어 넣고.
하루 전 날 발바닥 손상까지 입고.
토요일 12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는 벌서는 것처럼 내내 서 있어야 했고.
14킬로미터 달렸을 때 28킬로미터 남았다.
24킬로미터 달렸을 때 18킬로미터 남았다.
어느새 10킬로미터가 줄어 들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서 달렸다.
달리다 보면 거리는 줄어들기 마련.
몇 킬로미터나 달렸다고 생각하거나, 아직 몇 킬로미터 남았다고 생각하거나 그건 알아서 선택하기.
25킬로미터를 넘으면 반환점이 보였다. 안양천 왼편에 끼고 달리다 이제는 오른편에 끼고 달리는 셈.
그렇게 멀어 보였던 30킬로미터 지점이 나왔다.
류성룡 페메가 말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마라톤입니다.
그렇지. 30킬로미터 이후는 또다른 마라톤이지. 에너지가 모조리 고갈된 듯한 느낌을 받는 순간이 시작된다.
30킬로미터 이후에도 그대로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으면 매우 준비를 잘한 마스터즈인 셈.
2010년 춘천마라톤부터 30킬로미터 이후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전반부보다 잘 달렸다.
34킬로미터 급수대를 지난 후 페이스메이커 앞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내가 빨리 달려서 그런 게 아니었다.
페이스메이커들이 속도를 늦춘 까닭이었다.
흰색 민소매 티셔츠의 장신 주자가 내 옆에 있었다.
내가 앞서면 바로 따라왔고, 그가 앞서면 나도 바로 따라붙었다.
말을 걸었다.
-계속 이 페이스로 가실 거에요?
그렇다고 했다.
-페이스가 맞는 것같아서 같이 달리려고요.
하지만 벌써 그는 지쳤는지 모른다.
37킬로미터 지점까지는 함께 달릴 수 있었지만 그 다음은 아니었다.
그와 함께 계속 달렸다면 오늘 화장실에 한번도 들르지 않은 최초의 풀코스가 될 뻔 했다.
하지만 그가 뒤로 가면서 38킬로미터에 진입하기 전에 화장실에 들렀다 왔다.
그 사이에 그가 내 앞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39킬로미터를 넘어서기 전에 그는 걷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왔는데 왜 걷는가? 하지만 거기까지 오기 위하여 무진 애를 쓰다 보면 체력이 고갈되어 도저히 달릴 수 없게 되는 수가 있다.
-함께 가시죠?
내 권유에 답을 하긴 했지만 그는 따라오지 못했다.
내가 화장실 간 사이 내 앞으로 치고 나온 ㄱㅈ마라톤 김ㅈㄹ씨.
대단한 질주를 하고 있었다. 평소 풀코스 달릴 때처럼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놓으면 그를 제칠 수도 있겠지만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내 앞에서 기준이 되어 주고 있었다.
그를 100여 미터 앞에 두고 따라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서강대교와 마포대교 아래를 지났다.
아치가 보였다.
진실 한 가지.
달리다 보면 언젠가 골인 지점이 나온다는 것.
나는 오늘로 40회 풀코스 완주 기록을 세웠다.
올해는 벌써 풀코스 10번을 뛰었다. 올해 안에 10번을 더 달려야 하는데 부담이 확 줄었다.
완주 후 발바닥은 문제가 없었다.
어제는 결국 신발이 문제였던 것이다.
완주한 나 자신에게 선물을 했다.
마라톤 용품 판매하는 분으로부터 러닝팬츠를 샀다.
늘 잘 알고 지내면서도 팔아드리지 못했는데.....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13년 대구국제마라톤 발렌키 기념 티셔츠
속옷: 착용하지 않음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착용하지 않음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착용하지 않음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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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기념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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