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3 노동절 마라톤(2013/05/01)-HALF

HoonzK 2013. 5. 2. 17:44

SUB 1:40

 

이런 것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쉽지는 않다.

2013년 4월 30일 기준으로 하프를 90번 완주했는데 1시간 40분 이내로 달린 것은 딱 11번이었다.

2005년 11월 하순부터 2010년 4월 초순까지는 1시간 30분대로 달릴 수가 없었다.

점점 나이도 먹고 기량도 떨어지는데다 의욕도 상실하고 있어 다시는 1시간 3*분 기록은 못 볼 줄 알았다.

대부분 1시간 45분 전후였고, 늦으면 1시간 50분대로 달렸다. 다행히 아직까지 2시간을 넘긴 적은 없었다.

(전날 저녁 하프 달리고, 꼬박 밤샌 뒤 한여름에 달렸을 때가 가장 나쁜 기록인데 1시간 59분 59초 98이었다. 2시간은 넘기지 않았단 말씀. 2시간 페메보다 늦게 들어갔지만 페메보다 뒤쪽에서 출발하는 습관 덕분에)

 

그러다가 2010년 4월 11일 포천에서 하프를 달릴 때 1시간 40분 기록을 깨뜨릴 수 있다는 욕심이 생겼다.

반환했을 때 51분 정도였으니 조금만 열심히 달린다면 1시간 39분대가 가능해 보였다.

마지막 몇 백 미터를 남겨 놓고 시계를 보니 1시간 39분 어쩌구 저쩌구였다.

죽을 힘을 다해 달렸다.

지인들이 응원을 보내 주었는데 손 한번 흔들어 주지 못하고 인상을 쓰고 박차를 가하였다.

그때 기록이 1시간 39분 58초 38이었다.

그 이후 가끔 SUB 1:40을 했다. 이 기록이 10킬로미터를 두 차례 연달아 47분 정도로 달리고 남은 1.0975킬로미터를 또 달리는 셈이라 쉽지는 않았다.

지난 해 노동절마라톤을 달릴 때 나는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부지런히 따라갔다.

페메 한 명은 못 잡았지만 두 명은 따라잡았는데 1시간 40분을 넘기고 말았다.

보름 뒤 철강사랑마라톤에서 1시간 40분 기록을 깨어보겠다고 나섰다.

2004년 6월 6일 1시간 39분 55초 76으로 골인했던 대회와 같은 대회였으니 8년만에 그 기록을 깨어보겠다고 마음먹고는 유니폼도 당시와 같은 것으로 입었다. 하지만 1시간 46분을 넘기고 말았다.

5월에는 안 되는 거야. 힘들어. 그래도 6월에 1시간 39분에 달린 적이 있으니 가능할 것같은데.....

 

이번에는 생각이 왔다갔다 하였다.

5주 연속 풀코스를 달린 지 몇 일 안 되었으니 천천히 달려야 한다는 마음과 5월 최고 기록을 세우며 1시간 40분 안쪽으로 들어가 보겠다는 욕심.

5주 연속 풀코스를 달린다는 게 이렇게 사람을 피로하게 만드는가 되물으며 몇 일을 보냈다

출발하기가 무섭게 1시간 40분 이내로 달려보자고 마음먹었다. 악착같이 회복에 힘쓰다 보니 살짝 몸이 가벼워지는 것같기도 했다. 착각일 수도 있지만.

한강시민공원으로 빠져 나간 뒤 몸에 힘을 빼려고 애썼다.

1시간 40분 페메를 따라 달릴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전방을 살피는데 이런, 풍선을 달고 달리는 사람이 없었다.

페메는 공지만 해 놓고 실제 운용은 하지 않은 것이다. 2시간 페메를 보기는 했지만 그 사람 바로 뒤에 가서 서지 않는 한 그 사람이 페메인지 알 수가 없었다. 등쪽에 2시간 페메라고만 적으면 다 되는 것인가?

달리는 도중 지난 해 1시간 40분 페메였던 이용철씨를 만났다. 등에 무언가 붙이고 있긴 했지만 민소매 티가 가리고 있어 알아볼 수는 없었다.

-페이스메이커세요?

-아니요. 이번에는 페이스메이커가 없는 것같던데요.

이 무슨 소리인가?

스스로 페이스 조절을 한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데.....

 

코스는 지난 해 보다 어려워졌다. 동작대교 방향으로 달리면 편안할텐데, 천호대교를 지나 암사대교 방향으로 달리니 지옥같은 코스를 넘어서야 했다. 9킬로미터 이후 반환, 반환 이후 11킬로미터 지점까지, 2.1킬로미터 구간 동안 가공할 오르막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 피로한 내가 그 난관을 넘어설 수 있을까?

km당 4분 44초로 달려야 하고, 시속 12.66킬로미터를 유지해야 하는데.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첫 1킬로미터 기록이 5분 10초였다. 5킬로미터 기록은 23분 20초였다.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10킬로미터 통과 기록은 46분 40초가 나올 수 있었다. 누군가 뒤에서 안녕하세요 인사했다.

광화문 마라톤클럽의 박연익씨였다.

오늘은 페이스메이커의 의무가 없으니 스피드를 올리고 계셨다. 언뜻 듣기로 1시간 37분대를 목표로 한다고 한 것 같았다.

그 분을 따라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힘들었다. 먼발치에서 기준으로만 삼기로 했다. 숨이 거친데 처음부터 그 분을 따라가다간 오버페이스에 걸릴 게 자명했다.

9킬로미터가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암사대교쪽으로 지루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오르락 내리락했으면 차라리 감당할만 했을 것이다.

올랐다 싶으면 또 오르막, 그 오르막을 넘어서면 또다시 오르막.

진저리를 쳤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주자들의 몸놀림이 현저하게 둔해졌다.

시원하게 발걸음을 떼며 내 앞에서 달리던 주자가 내 뒤로 쳐졌다. 내가 앞으로 나가자 이러면 안 되지 하는 마음으로 내 앞으로 치고 나왔다.

경쟁심 덕분에 힘든 순간을 참아낼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래서 라이벌이 필요한 거다. 웬만하면 대화라도 나누어 보겠지만 말할 여유가 도무지 없었다. 반환한 이후 체력 고갈로 거의 걷게 될 수도 있었다.

9킬로미터까지 벌어 놓았던 시간을 반환하면서 다 까먹었다. 다행히 반환점은 49분 45초로 통과했다. 숨을 고르고 또 고르고.

초반에 달린 것처럼만 달려주면 1시간 39분 30초 기록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5월에도 1시간 39분대가 가능해진다.

말이 쉽지. 후반으로 갈수록 지치는 것은 생각도 안 하는가? 소변도 마려워서 화장실에도 들러야 하는데......

페메가 그리웠다. 페메만 있다면 기준으로 삼고 시간을 벌 수 있었는데.....

2011 고양여자국제마라톤에서 페메가 했던 말을 기억했다.

하프는 두번쯤 오버페이스에 걸려도 됩니다.

 

13킬로미터 이후 또는 15킬로미터 이후 신나게 질주하던 하프의 추억을 떠올려 보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6킬로미터를 남기고 화장실을 찾았다. 그냥 밀고 들어가 골인한 후 화장실에 갈 수도 있었지만 달리는 동안 화장실이 떠오르지 않도록 하는 게 더 나았다. 하나의 스트레스라도 덜어내고 가야지.

화장실을 다녀오는 바람에 30초를 날린 뒤 한강도 보고 올림픽대교도 보고, 잠실 주경기장도 보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냥 앞만 보고 내질렀다. 나 스스로 가장 힘든 하프를 만들고 있었다. 오늘 몸상태로 볼 때 하프를 빨리 달릴 게 아니었는데. 얼굴에 늙음이 새겨지는 느낌. 입가에 주름이 진하게 생기면서 볼 밑으로 밀려 내려오는 느낌을 받으며 달렸다. 누군가 나를 봤으면 잠깐 사이에 십년 쯤 늙어 버리는 재주가 있으시네요 했을 것이다.

내 손에는 종이 한 장까지 들려 있었다. 반환점 부근에서 받은 경품 용지. 쵸코바 12개. 골인한 후 주최측에 내밀면 준다는 말이지. 2010년에는 라면 1상자를 받았지. 달리다 속도를 늦추어 봉투 한 장을 받고 돌아오는 내내 손에 쥐고 달려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긴 하지만 버릴 수는 없었다.

 

5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내 기록은 1시간 16분이었다.

남은 5킬로미터를 24분 이내로 달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km당 4분 47초로 달리면 성공이었다.

이제 정신이 없었다. 제치고 또 제치고. 역시 후반에는 추월당하지 않았다.

힘이 남아 있었구나.

2킬로미터 남았을 때 1시간 30분 경과.

이제는 5분 페이스로 달려도 충분함.

시계는 더 이상 보지 않았다.

 

2013년 5월 1일 노동절마라톤.

내 기록은 1시간 38분 46초 04였다.

 

함께 간 사람들은 모두 5킬로미터 아니면 10킬로미터를 달렸기 때문에

기다림에 지친 모습이었다.

기다리지 말라고 그럴 걸.

 

피로를 무릅쓰고 열심히 달렸지만 그들은 내게 말했다.

왜 이렇게 늦게 오느냐고.

오늘 처음으로 5킬로미터나 10킬로미터를 달린 사람들에게

하프에 대한 시간과 거리 개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함구하였다.  

 

나는 나 홀로 마음 속으로 내 선전을 칭찬하며 차에 올라탔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LIG 마라톤 뉴발란스 기념 티셔츠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젤라이튼 마라톤화(훈련용 경량화)

장갑: 없음

바지: 아디다스 반바지

양말: 아식스 중목

목도리: 없음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

 

 
 
 
  2013년 5월 1일 오전 9시
 
 

잠실올림픽 주경기장

 
  - 하프코스
- 10km코스
- 5km/가족걷기 대회
 
 

총 18,000명 이상 참가목표

 
  하프/10km - 20,000
5km /가족걷기대회 - 10,000원
 
  단체 20인 이상 참가 시 30%
50인 이상 참가 시 50% 할인
(단 5Km 및 가족걷기대회는 할인 적용 안됨)
 
 

조합원 및 가족, 외국인근로자, 비정규직노동자, 일반국민

 
 

2013년 3월 20일(수)~4월 19(금)

 
 

기념 티셔츠, 안내책자, 완주메달, 배번호, 기록측정용 칩
(5km 및 가족걷기대회는 기록측정용 칩 배송 제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안전보건공단, 좋은친구 산업복지재단, 한국경영자총협회

 
  (주) 네오카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