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4일 새벽 6시 30분.
자! 이제 슬슬 대회장까지 걸어가야지.
모텔 방바닥에 놓아둔 양말을 집어 든 순간 경악했다.
발끝부터 발목까지 흥건히 젖어 있는 것 아닌가? 물 속에 넣었다 뺀 것처럼.
냉장고 소음이 시끄러워 간밤에 코드를 뽑았는데 냉동실에 붙어 있던 성에가 녹아내려 방바닥을 적신 것이었다.
방바닥이 물바다였다.
이건 풀코스 전용 양말인데 이를 어쩐담?
대회장 가서 양말을 새로 살까? 풀코스를 새 양말을 신고 달린다고?
내 손을 짤순이처럼 생각하고 최대한 물을 짠 뒤
선풍기와 헤어드라이어를 동원하여 눈물나게 말렸다.
30분 넘게......
얼추 물만 뺀 양말을 들고 대회장까지 걸었다. 바깥 공기에 노출되면 조금이라도 더 마르겠지하는 마음으로......
여유만만이었는데 갑자기 바빠졌다.
중앙로역 지문인식 물품보관함에 대부분의 짐을 넣고 마라톤 대회에 필요한 물품만 챙겼다.
아직도 양말을 손에 든 채로 걸었다.
대회장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긴 뒤에야 양말을 신었다. 축축한 기운이 어느 정도 사라진 것같았다.
질퍽질퍽한 느낌만 아니면 되니까.
엘리트 그룹 출발이 10분 지연되면서 마스터즈 출발도 자연스럽게 밀렸다.
8시 17분 40초에 매트를 밟고 나갔다.
엘리트 그룹과 마스터즈 그룹이 코스가 다른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 하면서 달렸다.
그 이유를 25킬로미터를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대구도시철도 2호선 구간을 따라 길게 늘어진 코스는 중후반부에 파도치듯 오르락내리락하는 난코스를 안고 있었다.
이런 코스에서는 아무리 잘 뛰는 선수라고 해도 세계적인 기록이 나올 수 없으니 엘리트들은 경사가 거의 없는 도심 지역을 세 바퀴 돌리는 코스를 만들어낸 것이다. 국제육상연맹(IAAF)로부터 실버 등급을 받게 된 것은 이런 이원화된 코스 덕분이다. 그러고 보니 마스터즈 가운데 잘 뛴다고 정평이 난 사람들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다들 다른 대회로 간 것이었다. 1위와 2위는 아프리카 선수가, 3위와 4위는 일본사람이 했다. 한국 사람은 5위부터 얼굴을 보였다. 서울에서 참가했다는 한 참가자는 첫 출전이라 50% 할인받아 참가했지만 정작 달려 보니 코스 때문에 힘들었고, 다시는 대구국제마라톤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다.
역시 오늘도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달렸다. 3주째 풀코스 도전이기 때문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어 후반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첫 1킬로미터는 6분이나 걸렸지만 차츰 몸이 풀리면서 5킬로미터는 28분 이내로 통과했다. 감삼역에서 1차 반환하기 직전 첫번째 4시간 페이스메이커 두 분을 따라잡았다. 10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면서 페이스메이커 앞으로 나갔다. 100여 미터 앞에 또다른 페이스메이커 두 분이 있었기에 그쪽과 동반주를 하고 싶었다. 반고개네거리, 서문시장역, 반월당역, 대구은행역, 중동네거리를 지나면서 18킬로미터를 넘어섰지만 도무지 페이스메이커가 잡히지 않았다. 19킬로미터 지점에서 주유소 화장실에 들르다 보니 거리 차이는 더 벌어졌다. 주유소 화장실 소변기가 하나 뿐이라 앞사람을 기다리다 보니 시간을 많이 까먹었다. 앞사람은 마치 몇 일 소변을 참은 사람처럼 일을 보는데 그 순간이 영겁처럼 길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 요란한 소변 소리를 들으며 제자리 달리기를 하고 있어야 했다. 내 뒤를 따라 들어온 달림이는 고개를 젓고 다른 데로 가 버렸다. 앞사람은 볼일을 보고 나가면서 내게 미안하다고까지 말했다. 별말씀을요.
상동네거리와 두산오거리를 지나면 엘리트 풀코스 구간과 겹치다 보니 선수들의 역주를 볼 수 있었다. 2시간 4분대의 기록 보유자는 어디로 가고 2시간 8분 35초의 기록을 갖고 있는 아브라함 킵로티치가 역주를 하고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프랑스로 귀화한 선수일 것이다. 기록에 따라 배번을 매기는 사례로 볼 때 그는 9번을 달고 있었으니 쟁쟁한 선수들을 다 제친 것이었다. 그는 자기 기록을 2초 앞당겨 우승을 차지하였다. 개인적으로 국제대회 첫 우승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기록은 지지부진했다. 1등이 2시간 19분 43초였으니...... 이봉주같은 대형 선수가 아직은 없다.
20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했을 때의 느낌은 다른 대회 30킬로미터 달렸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극심한 피로감. 이렇게 피로한 상태에서 앞으로 20킬로미터 이상을 더 달려야 하다니.
중국에서 온 사람 두 명을 제친 것이 하프 지점. 1시간 56분 20초대.
영어로든 중국어로든 중국인이냐고 물어 보려다가 참았다.
오늘만은 누구와도 대화 한 마디 하지 않고 달렸다.
길거리에 응원나온 대구시민들에게는 일일이 손을 흔들어 주기는 했지만.
1시간 56분에 하프를 통과하면 3시간 52분 기록이 예상되는데 이상한 것은 4시간 페이스메이커 두 분은 페이스를 늦추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무려 8분이나 일찍 골인할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25킬로미터를 지나면 페이스를 늦추어 달릴 줄 알았다. 그들은 그대로 달렸다.
대구국제마라톤 코스가 후반에 힘들기 때문에 미리 일찍 달려 놓는 것일까?
그렇다면 내 뒤에 있는 두 분의 페이스메이커는 뭐하는 거지?
물 마시고 물에 탄 레드불 마시고, 쵸코파이 먹다가 버리고 바나나 먹다가 던지고, 물에 적신 스폰지는 얼굴에 짜고.....
악몽의 구간이랄까?
앞을 바라보니 길게 늘어진 오르막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코스 공략 계획을 미처 짜지 않고 온 것이었다. 달구벌이니 평야라고만 생각하고 대구에 온 것 아닌가?
대구에 파도치듯 오르막 내리막이 교차하는 구간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다. 담티고개는 26킬로미터에서 만나지만 신매네거리에서 2차 반환하여 돌아오면서 36킬로미터 지점에서도 만나니 후반부에 마스터즈들의 힘을 빼어 놓는 장애물이었다. 아울러 곳곳에 숨어 있다가 튀어 나오는 작은 오르막도 복병 역할을 제대로 했다.
은근히 나를 지치게 만든 페이스메이커. 33킬로미터 지점에서 한 분을 넘어섰다.
담티고개를 넘는 36킬로미터 지점에서 마지막 남은 페이스메이커를 지나쳤다. 마지막 페메는 37.5킬로미터 지점까지 내 뒤를 바짝 쫓아왔다. 정말 4시간에서 8분 이상 빨리 골인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페이스메이커를 별로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 달리다니......
35킬로미터 이후 다른 구간보다 빨리 달리는 추이를 그대로 밟았다.
파김치가 되는 기분이었다. 또 몇 년을 늙어버린 느낌마저 들었다.
흐려지면서 비도 내렸다. 그래, 적어도 햇빛 때문에 애를 먹지는 않으니까 괜찮아. 얼마나 남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렇게나 많이 달렸다고 생각하자. 처음 맛보는 레드불 에너지 드링크. 이놈을 마셔서 없던 힘이 생긴다고 착각 좀 해 보자. 그냥 달리면 될 것을..... 나중에는 인내 극기 인간승리 별별 문구를 다 꺼내어 인상을 쓰며 달렸다.
동신교를 건너기 직전 1킬로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골인 지점의 아치를 보았다.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거리였지만 늘 경험해오던대로 결국 골인하는 순간은 오기 마련이라고 마음을 다잡고 달렸다. 동아마라톤 때처럼 왼쪽 엄지발가락이 쓰렸다. 주법을 잘못 쓰거나 신발끈을 잘못 매거나 둘 중의 하나였다. 35킬로미터 이후 누구에게도 추월당하지 않았지만 골인하기가 무섭게 누군가 내 뒤에서 달려왔다. 이 사람은 나를 기준으로 놓고 마지막 스퍼트를 했던 모양이었다. 나도 누군가의 기준이 되어주기는 한다.
모자: 바이저 버프
겉옷: 2006년 춘천마라톤 아식스 기념 티셔츠
속옷: 착용하지 않음(날씨가 더워 미리 벗어버림)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착용하지 않음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착용하지 않음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
- 홈 >
- 대회안내 >
- 대회요강
- 주 최 : 대구광역시/대한육상경기연맹
- 주 관 : 대구국제경기대회조직위원회,
대구광역시 체육회, 대구육상경기연맹 - 후 원 : 대한체육회/대구지방경찰청/대구생활체육회
- - 2013년 4월 14일 일요일 오전8시 출발
일시
- -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및 시내일원
장소
- - 엘리트 풀코스, 마스터즈 풀코스, 10km코스, 건강달리기
- - 참가비 : 풀코스 4만원, 10km코스 3만원, 건강달리기 1만5천원
대회종목
대회코스 * 코스는 추후 변경될 수 있습니다.
종목 | 코스 | 출발시간 |
---|---|---|
엘리트 풀 | 국보공원→청구네거리→수성네거리→범어네거리→두산오거리→상동네거리→수성교→반월당→중앙네거리→종각네거리(3바퀴) | 08:00 |
마스터즈 풀 (단체,개인) |
국보공원→신천역→태평네거리→계산오거리→감삼역(반환)→반월당→루프코스→범어네거리→신매역(반환)→수성네거리→청구네거리→국보공원 | 08:05 |
마스터즈 10km (단체,개인) |
국보공원→청구네거리→신천네거리(신천역)→동인네거리→대구역네거리→태평네거리(반환)→<주로 반대방향>→국보공원 | 08:10 |
건강달리기 | 국보공원→동인네거리→신천네거리(신천역)→청구네거리→국보공원 | 08:20 |
- ※ 엘리트 선수 자격
- ㆍ대구국제마라톤대회 사무국에서 초청한 외국선수
- ㆍ대한육상경기연맹에 참가 신청한 선수
- ※ 마스터즈 선수 자격
- ㆍ풀코스 : 만 18세이상 신체건강한 남녀로서 참가약관에 동의한 사람
- ㆍ10km 코스 : 신체건강한 남녀로서 참가약관에 동의한 사람
- ㆍ건강달리기 : 신체건강한 남녀로서 참가약관에 동의한 사람
- ㆍ10km 코스 : 신체건강한 남녀로서 참가약관에 동의한 사람
마스터즈 : 풀코스, 10km코스 남녀 1~6위 시상(상장, 트로피) / 팀대항 1위~3위 시상(상장, 트로피)
구분 | 시상금 | 비고 | ||||||
---|---|---|---|---|---|---|---|---|
1위 | 2위 | 3위 | 4위 | 5위 | 6위 | |||
풀코스 | 개인 | 100만원 | 80만원 | 60만원 | 50만원 | 40만원 | 20만원 | ※ 단체 완주상 - 30명이상 완주(50만원) - 15명이상 완주(25만원) |
팀대항 | 1백만원 | 80만원 | 60만원 | 해당없음 | ||||
10km | 개인 | 50만원 | 30만원 | 20만원 | 10만원 | 10만원 | 10만원 | |
팀대항 | 50만원 | 30만원 | 20만원 | 해당없음 | ||||
특별상 |
|
- ※ 단체부분(팀대항) 참가자는 개인부문 시상에서 제외
'도전! 마라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3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2013/04/28)-FULL (0) | 2013.04.29 |
---|---|
제10회 대전3대하천마라톤(2013/04/21)-FULL (0) | 2013.04.22 |
제11회 영주소백산마라톤(2013/04/07)-FULL (0) | 2013.04.10 |
제13회 인천국제마라톤(2013/03/31)-10KM (0) | 2013.04.01 |
제10회 울산매일태화강국제마라톤대회(2013/03/30)-FULL (0) | 2013.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