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연속 풀코스.
일단 완주하고 난 뒤 10킬로미터 정도는 더 달릴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5주 연속 풀코스를 달려야 하는 스케줄 때문에 힘을 아껴서 달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35킬로미터 이후 빨리 달리기는 했지만 다른 대회에서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는 일은 자제하였다.
달리다 보니 눈도 맞고 비도 맞고, 눈도 아니고 비도 아닌 진눈깨비도 맞았는데 고개를 들어 멀리 보면 눈덮인 소백산이 보였다.
앞의 야산들이 전경을 잘라먹고는 있었지만 4월 봄날에 설산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새벽 치악휴게소에 들렀을 때 주변은 온통 눈꽃이었다.
다들 스마트폰을 꺼내어 이렇게 찍고 저렇게 찍으면서 부산을 떨었다.
2011년 여주세종대왕 마라톤에서 동반주하며 내게 보스톤마라톤의 일화를 들려 주었던 이철의님을 마침내 다시 만나 인사드렸다. 노랑두건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대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어찌나 반가워하시는지 고맙고 또 고마웠다.
새벽 5시에 잠실종합운동장 앞에서 출발했다. 예전처럼 전날 밤 도착하여 PC방에서 기다릴까 하다가 포기했다.
그냥 택시비를 많이 썼다.
내 방에 누워 3시간 정도 잤더니 그래도 에너지 보충은 되었다.
풀코스는 374명, 하프코스는 904명, 10킬로미터는 944명, 5킬로미터는 5,294명.
총 7,516명이 참가하였다.(대회책자보고 일일이 세었다. 신문에는 영주소백산마라톤 대회가 열린 이후 가장 많은 1만 2천명이 참가했다고 하는데 그 계산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뛰었다.
광화문 페이싱팀의 박연익, 김천호, 강성구씨.
박연익씨는 2월 고구려마라톤, 3월 광주일보 마라톤 이후 올해 들어 세 번째로 만났다.
날씨는 겨울이었다. 긴바지를 입고 달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장갑은 대부분 착용하였다.
화장실을 자주 가야만 했다. 7킬로미터, 19킬로미터, 34킬로미터. 그때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와 거리가 벌어져서 살짝 애를 먹기는 했다.
10킬로미터 지점에서는 60쥐띠 마라톤의 담윤철씨와 해후하였다. 지난해 7월 영덕로하스마라톤 때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하시면서 스포츠젤까지 챙겨준 고마운 분이었다. 지난해 9월에 인사드릴 때만 해도 기억을 잘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좀 흐르다 보니 지난 해 일화를 늘어 놓아야 기억하시는 것같았다.
내 뜀박질은 여유였다.
아식스 젤 템페스타 마라톤화를 신은 사람에게는 그 신발 편하냐고 물어 보았고,
나와 같은 춘천마라톤 기념 티셔츠를 입은 사람에게는 춘천마라톤 몇 번이나 뛰었냐고 물어 보기까지 했다.
9킬로미터 정도 지나서 하프 주자들과 겹쳤을 때에는 '消防'이라는 티셔츠를 입고 달리는 젊은이에게 소방대원이냐고까지 물어보았다.
2191번 배번을 단 이 젊은이는 소방과 대학생이라고 했다. 생애 첫 하프 도전이라고 했다. 아마 1시간 45분 이내로 달릴 수 있을 거라고 귀띰했는데 사실 이 친구 후반 기량이 좋아서 1시간 39분대로 골인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반환해서 올 때 유심히 배번을 보아 두었다가 외웠다)
12년 전 들렀던 소수서원의 추억을 더듬기도 했는데 16킬로미터 지점에서 18킬로미터 지점은 가공할 오르막이라 조금 힘들었다.
아마 25킬로미터 이후 이런 오르막이 나왔다면 여수마라톤에서처럼 많은 달림이들이 걸었을 것이다.
내 배번은 105번이었는데 따지고 보니 풀코스가 105리(里)였다. 힘이 되었다. 내 번호만큼만 달리면 되니까.
23킬로미터를 지나면서부터는 4시간 페메 그룹 앞에서 달렸다.
나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달려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100회 마라톤클럽의 황병화씨가 큰 도움이 되어 주었다.
한 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지만 어떤 때는 그 분이 내 앞에, 어떤 때는 내가 그 분 앞에, 이따금 나란히 달리면서 거리를 늘리고 있었다.
시골길 달리면서 지겹기도 했지만 2.5킬로미터마다 급수대가 나와주니 그래도 거리 조절이 되었다.
달리면서 쵸코파이 두 개 정도를 먹었다. 바나나는 조금만 베어 먹었고 물보다는 포카리스웨트를 더 많이 섭취했다.
34킬로미터 지점에서 볼 일을 보고 나니 4시간 페이스메이커인 박연익씨와 김천호씨가 스퍼트를 하고 있었다.
너무 빠른 것 아닌가? 32킬로미터 지점에서 확인했을 때 Km당 6분 페이스로만 가도 SUB-4가 가능했는데 말이야.
4시간 페이스메이커는 Km당 5분 40초 전후로 가면 되는데......
36킬로미터 지점을 지나갈 때 달림이 한 분에게 물었다.
-4시간 페메 너무 빠른 것 아니예요?
-그러게요.
-가서 물어보겠습니다.
-지금 빠른 것같은데 일부러 빨리 가시는 거예요?
-37킬로미터 지점부터는 늦출 겁니다. km당 10초 정도씩.
37킬로미터 지점이 나왔다. 강건달 타임을 이제 시작했다.
나를 제치고 나갔던 분들을 뒤로 보냈다. km당 50초 가량 당기어 달렸다.
38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황병화씨를 지났고, 40킬로미터를 넘어 서기 직전 영주시청 달림이를 지나쳤다. 60쥐띠 마라톤 동반주 그룹은 도저히 따라잡기 힘들 줄 알았는데 41킬로미터를 넘어서 형님 누님들 앞으로 나아갔다.
우회전하기가 무섭게 영주시민운동장이 보였는데 오르막이었다.
대단히 낯익은 전경.
아! 7년 전 7대7 축구대회가 열렸을 때 온 적이 있었다.
골인!
골인지점에서 도우미가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했다.
스피드칩을 풀어주려고 한 것인데 손사래를 치고 좀더 걸어갔다.
스트레칭 자세를 하고 내 손으로 칩을 풀었다. 바로 앉으면 더 힘들어지니까 이후 한 시간 동안 앉지 않았다.
36번째 풀코스 메달을 챙기고 잔치국수 두 그릇에 한돈발효소스 볶음, 한돈튀김과 황금소소, 한돈 수육샐러드를 먹고 기운을 차렸다.
풀코스를 달려서 쭉 살을 뺐다가 벼락같이 뚱뚱해졌다.
셔틀버스 한 대가 버스를 반도 채우지 않고 달아나 버려 남은 셔틀버스는 만석이 되어 버리는 에피소드가 살짝 있었다.
졸고 책읽고 대화하면서 돌아왔다.
2시간 이후 레이스패트롤을 하신 광화문마라톤클럽의 안수길님이 옆에 앉아 대화하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모자: 바이저 버프
겉옷: 2006년 춘천마라톤 아식스 기념 티셔츠
속옷: 민소매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지하철에서 구입한 코리아 장갑(천원짜리)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밀레 버프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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