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풀코스 15번째였다.
생애 30번째 풀코스.
여의도이벤트광장과 동호대교 사이를 두 차례 왕복하는 재미없는 레이스.
하지만 차선책이 없었다.
더이상 달릴만한 대회는 없으니까.
기념품 봐서는 참여하고 싶지 않은 대회였다.
지난 해 12월을 떠올린다.
그때 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현재 되어 있다.
매달 풀코스를 1회 이상씩 달렸고, 급기야 한 해 15번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이 되기 직전이다.
새벽에 잠을 너무 설쳐서 피곤하기 짝이 없었다.
여유있는 화장실을 찾느라 왕복 2.4킬로미터를 걸었다.
얼음이 얼어 있는 영하의 날씨였지만 반바지를 입고 달리기로 했다.
지난 11월 30일 아식스 매장에서 만난 달림이를 찾느라 두리번거리며 달렸다.
도대체 찾을 길이 없었다. 오늘 풀코스 첫 데뷔한다고 했는데 아예 나오지 않은 것인가?
27킬로미터를 달릴 때까지도 그를 만날 수 없었다. 그가 빨리 달리거나 늦게 달리거나 건너편에서 바라 볼 기회가 많은 마라톤 코스인데 어찌 보이지 않을까?
생각을 전환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달리는 사람은 8명. 2열 종대로 따라붙고 있었다.
의외로 페메를 따르는 무리들 틈바구니 속에 있지 않을까?
정말 있었다.
서두를 이렇게 뛰었다.
-그 신발 어때요?
그는 대답을 하기 전에 나를 바라보았다. 순간 커지는 눈동자. 불쑥 나오는 오른손.
반갑다는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32킬로미터까지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동반주하였다.
그리고 건너편에서 또 한 분의 반가운 달림이를 만날 수 있었다.
노랑 두건의 어르신.
2011년 10월 3일 여주세종대왕 마라톤 달릴 때 내게 보스톤 마라톤 일화를 전해주던 분.
그는 늘 노랑 두건을 쓰고 달린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누구길래 아는 체 하지 하는 표정이었다.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두려웠다.
과연 24시간 이내 63.3킬로미터를 버티어낼 수 있겠는가 하는 것.
늘 해오던 대로 35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면서 스피드를 올릴 수 있겠는가 하는 것.
지옥을 맛보며 달리겠지. 나가지 않는 다리를 밀면서.
4시간 페메 뒤를 따르며 참았다.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기 힘들었지만 균일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리는 페메에게 감사하면서 달렸다.
35킬로미터 지점을 만나기 전 화장실에 들렀다. 벌써 세 번째였다.
화장실에 가기 전에 페메 앞쪽으로 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페메의 위치를 살폈다. 아직 화장실까지 오진 못했다.
35.2킬로미터 지점 팻말을 보았다.
믿을 수 없지만 나는 맹렬하게 달렸다. 10킬로미터 레이스하듯이 달렸다.
힘이 남아 있었다.
36.2킬로미터 팻말을 보는 순간. 나는 어제 하프를 달린 적도 없고, 오늘 36.2킬로미터를 달린 적도 없다고 나 자신을 속였다.
지금부터 5킬로미터 대회에 나왔을 뿐이라고 체면을 걸었다.
주변에 풀코스 주자들이 달리고 있었지만 밀물처럼 내 뒤로 왔다.
그들은 풀코스를 달리지만 나는 5킬로미터만 달리고 있는 거야.
그들은 엄청 지쳤겠지만 나는 지금부터 달리니 힘이 남아돌아.
42.195킬로미터에 비한다면 5킬로미터는 너무 짧은 거리야.
그렇게 달렸다.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 40킬로미터를 통과하였다.
이제는 신의 영역에 들어왔다.
4시간 골인을 목표하던 사람이 3시간 40분대 주자로 골인지점을 통과하였다.
그리고 나는 풀코스 30회 완주자가 되었다.
평생 풀코스 한번 달릴 날이 올까 되물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어느새 30차례나 달리다니.....
내게 무언가 선물하고 싶은데
무슨 선물을 할 것인가?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11년 춘천마라톤 아식스 기념 티셔츠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지하철에서 구입한 코리아 장갑(천원짜리)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시장표 버프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 (선물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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