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2 조선일보 춘천마라톤(2012/10/28)-FULL

HoonzK 2012. 11. 1. 00:10

1년 중 가장 중요한 날을 꼽으라면 단연코 춘천마라톤이 열리는 10월 넷째주 일요일이다.

2006년 처음 참가한 이후로 빠뜨릴 수 없는 개인사가 되었다.

춘천마라톤 종합운동장 시대 때부터 참가한 나로서는 세 가지 강렬한 추억이 있다.

첫째, 의암댐을 건너가기 직전 삼악산과 의암호, 그 사이에 어울린 형형색색의 유니폼을 입은 수 천 명의 마라토너를 본 것. 삼악산 단풍과 대비되고, 단풍과 달림이들이 물에 비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건각들. 무어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둘째, 춘천댐에서 올라서 우회전할 때 내가 달려온 길이 보이는 순간, 엄청난 오르막길을 이겨내었다는 사실에 경탄했다. 어느덧 30킬로미터 가까이 달린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춘천종합운동장으로 들어설 때 바리케이드에 바짝 붙어 있는 사람들과 운동장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 그들은 마치 나를 응원하러 나온 사람들 같았다.

초반과 중반과 후반. 그렇게 춘천마라톤은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2008년을 마지막으로 종합운동장은 없어지고, 송암레저타운이 그 역할을 2009년에 대신했지만 후반부에 오르막이 너무 많다는 지적때문에 2010년부터 춘천마라톤은 공지천 시대를 열게 된다. 어쨌거나 후반부에 오르막은 없어져야 한다는 여론을 따른 것이다.

 

올해는 체중이 다소 불었고, 35킬로미터 이상의 장거리 훈련이 부족해서 우려감이 컸다.

페이스메이커나 따라갈 수 있을까 했는데 페이스메이커가 달고 뛰는 풍선이 말썽이었다.

풀코스를 610번째 뛰는 황중창씨나 그와 함께 달리는 류호씨나 5킬로미터를 넘어서기도 전에 풍선을 하늘로 날려 버렸다.

두 사람이 인파에 묻히면 어디 있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10킬로미터를 가기 전에 나타나는 오르막에 부담을 너무 갖게 되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면서 페이스메이커 찾기를 포기해 버렸다. 그냥 지난 해와 비슷한 페이스로 뛴다는 느낌만 가졌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10킬로미터 기록이 지난해와 올해가 1초 차이도 없이 똑같았다. 그리고 그 이후 조금씩 빨라졌다. 무심코 달리다 보니 내 옆에 페메가 있었다. 그를 제쳤다. 19킬로미터를 넘어섰을 때였다. 한참 동안 페메를 뒤에 두고 달렸다. 춘천댐이 가까워오면서 페이스를 악착같이 늦추었다. 빨리 뛸 순 있지만 참아야 해. 절대 참아야 해. 그렇게 마음을 달래었다. 마라톤은 참는 운동이다. 힘든 것을 참는다기 보다는 빨리 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참는다는 것이다. 후반을 위하여.

29킬로미터 지점에서 페메와 그를 따르는 달림이들이 나를 제쳤다. 그래도 참았다. 35킬로미터를 지나서야 스피드를 올렸다.

소양강처녀 동상을 오른편에 두고부터 2.195킬로미터는 직선 주로였다. 1킬로미터쯤 남기고 나면 골인지점의 아치가 보였다. 달려도 달려도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끊임없이 발을 놀렸다. 나를 버려두고 간 페이스메이커는 골인점 200미터를 남기고 제쳤다. 지난 해보다 27초 빨라졌다. 춘천마라톤 일곱번 완주 가운데 두번째로 좋은 기록. 막판에 뚱뚱해지지만 않았다면 기록 경신도 할 수 있었겠지. 하루 전날 새벽잠 설쳐가며 홍천에 가서 비를 맞으며 촬영을 하지 않았어도 기록 경신이 가능했겠지. 하지만 모든 마라톤에는 핑계거리가 있다.

골인한 후 옷을 갈아 입을 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왼쪽 가슴 부위가 피로 물들어 있음을. 올해 벌써 풀코스 여섯번 뛰는 동안 입은 옷인데 마찰이 심하긴 심했나 보다.

 

돌아오는 길에 춘천역 묻는 젊은이와 동행했다.

이번에 춘마는 처음이고, 지난 3월 동아마라톤 때 풀코스에 입문했다고 했다. 대전 출신이고 키는 나보다 한뼘쯤 컸다. 호리호리했고 안경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름은 이로운이라고 했다. 순한글 이름. 키가 큰 데다 나랑 페이스가 비슷하니 마라톤 달리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될 것같다고 했다. 오늘까지는 뒷그룹이었지만 다음부터는 나와 같은 그룹으로 달리게 될 거였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LIG 마라톤 뉴발란스 기념 티셔츠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없음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시계: Casio 전자시계

목도리: 없음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오른쪽 무릎 두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