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이 2주 남았다.
계속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지금쯤 페이스가 올라와야 하는데 아직은 모르겠다.
지난 2월 5일 달렸던 똑같은 코스에서 하프를 달렸고, 그때보다 10분쯤 빨리 뛰었다.
5킬로미터를 지난 후 화장실 갔다오느라 혼을 뺐다.
화장실에서 만난 회색 후드티와는 동반주를 하게 되었는데 내가 반환하기까지 치고 나갔던 것이 언짢았던 모양이었다.
반환한 이후 그는 무서운 스피드로 치고 나갔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거리를 벌렸다.
반환하기 전 기록과 반환한 후의 기록을 비교한다면 5분 이상 차이날 스피드였다.
묘하게 오늘은 북서풍이 아닌 동풍이 불어 동호대교에서 반환한 이후 계속 바람을 등지게 되었다는 게 달리는 데 도움이 되기는 했다.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는 나보다 300미터 앞 정도에서 달리고 있었다. 페이스메이커를 잡으려면 사흘 전 달렸던 10킬로미터 기록보다 3분 정도 빨라야 잡을 수 있었다.
하프 달리는 중간의 10킬로미터 기록이 10킬로미터 단일 종목 기록보다 더 빠를 수가 있겠는가?
아무리 기량이 향상된다고 하더라도 사흘만에 업그레이드될 수는 없는 노릇......
무릎 상태도 고민되는데 더 빨리 달릴 수 있겠는가?
더구나 5킬로미터 지점에서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1분의 페널티도 감수하여야 했다.
지난 해 고양국제마라톤을 떠올렸다. 아득히 멀었던 페이스메이커를 조금씩 조금씩 따라가 마침내 추월했던 달콤한 기억.
그때보다 몹시 뚱뚱하고 무릎도 아프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5킬로미터밖에 남지 않았는데 페이스메이커는 가까워지지 않았다. 회색 후드티는 그보다 더 떨어져 있었고.
고무적인 것은 300미터 이상 떨어져 있던 거리가 어느새 200여 미터로 좁혀져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하프는 두 번 쯤 오버페이스에 걸려도 이겨낼 수 있고, 이겨내는 과정을 거치기가 무섭게 달리기 능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페이스메이커에게 들었던 것을 기억해 내었다.
어쨌든 사흘 전 레이스보다 빠르게 달렸다.
19킬로를 달렸다고 생각하였고, 페메와의 거리는 100미터로 줄었다. 남은 2킬로미터에서 따라잡을 수 있을까? 고작 10미터 간격을 줄이느라 1킬로미터를 뛰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불가능해 보였다.
앞에 나타나는 팻말. 18킬로였다. 나는 19킬로미터를 달렸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아직 3킬로미터 이상이 남아 있다는 뜻이었다.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를 벌었다. 달릴 거리가 더 남았다는 사실에 즐거워하는 경우도 있다.
2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1:45 페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500미터쯤 함께 뛰다가 치고 나갔다.
이제는 100미터 앞에서 달리는 회색 후드티를 잡을 차례였다.
결코 못잡을 것 같았던 그를 골인 지점 3미터를 남기고 제쳤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11년 춘천마라톤 기념 티셔츠(아식스)
속옷: 착용하지 않음
신발: 아식스 젤 SP트레어너(하프마라톤 대회 전용)
장갑: 지하철에서 구입한 코리아 장갑(천원짜리)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JAKO 중목
목도리: 시장표 버프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 (선물받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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