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2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3회 동아마라톤(2012/03/18)

HoonzK 2012. 3. 18. 20:17

동아마라톤으로 풀코스에 데뷔했다.

2006년에... 체감온도 영하15도인데 세 시간 자고 달렸다. 나는 그때 꼴찌그룹이라 50분을 기다렸다.

날씨가 너무 춥다 보니 출발 직전까지 입고 있던 옷을 주자들이 달릴 때 벗어 던졌다. 세종문화회관 앞에 수천 벌의 옷이 쌓였다. 거기서 바람막이 하나를 주워 입고 달렸다. 하프 지점에서 버렸다.

그때 37킬로미터 지점에서 감격했다.

생애 첫 완주는 혹한 속에서도 SUB-4의 기록이었다.

그 이후 동아마라톤 기록은 점점 퇴보하였다.

훈련량은 늘어났는데 왜 이러는가? 자꾸 늙어가니까 그런가?

하지만 다른 대회는 기록이 좋아지는데 동아마라톤만 왜 그러는가?

얼추 이유를 찾았는데 그게 칠십리배이다. 제주도에서 시합 촬영하면서 훈련을 제대로 못하니까.....

 

이제 2012년이다.

오늘 동아마라톤 기록을 경신하였다. 13분을 단축하였다. 동마에서 처음으로 반바지입고 달렸으니 그걸로 5분 정도 줄였을 것이다.

지난번 동마에서 하프 이후 계속 고통받다가 35킬로미터 이후에는 완전히 퍼져서 고생했던 기억이 자꾸 났다. 걸으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달렸던 추억.

5킬로미터 구간 기록이 초반보다 8분 이상 늦어졌으니 얼마나 애먹었던가?

그 일이 자꾸만 떠올랐다.

오늘은 애당초 천천히 달렸다. 후반부에 달릴 힘을 남기고자 애를 썼다.

무릎은 다 나았는가? NO! NO!

처음에는 다 나았는지 알았다. 어제 너무 무리했다. 하루종일 두 군데에서 서 있었으니....

규칙적으로 달리다 5킬로미터 지점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느라 달리기의 리듬이 깨지자 여지없이 무릎 통증이 왔다.

완주할 수 있을까?

 

 

 

 

 

 

 

 

 

주법을 바꾸었다. 오른쪽 무릎의 통증을 잡아 주느라 왼쪽 다리에 하중을 많이 가하다 보니 이따금 다리가 저렸다.

풀코스 달린다고 다리가 저리는 일은 없었는데.....

22킬로미터 지점에서 용왕산마라톤 클럽팀 사진 찍던 영훈이 아빠가 나를 발견하고 콜라를 갖다 주셨다.

37킬로미터 지점으로 곧 이동할테니 거기서 또 보자고 하였다.(거기서는 못봤다. 내가 너무 빨리 통과해 버렸다.)

27킬로미터 지점에서는 태경이 아빠(죽기전에)가 북을 치며 독려하였다. 나는 승리의 V자를 날렸다.

천천히 천천히....

35킬로미터에서 36킬로미터 지나면서 잠실대교를 건넌다. 오른쪽으로 잠실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이 보였다. 바로 가면 2킬로미터밖에 걸리지 않으니

석촌호수 사거리, 배명고 로터리,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삼거리로 선수들을 돌린다.

1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이 있은 후 엄청난 인파가 바리케이드를 붙들고 주자들을 보고 있었다.

잠실종합운동장이 보였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 42킬로미터를 달렸고 195미터가 남았다. 다리에 경련이 일어났다. 그렇다고 멈출 수는 없었다.

이제부터 걸어가도 동마의 기록은 깨뜨리겠지만....

완주한 후 다리를 털어가며 걸었다.

시간이 흘렀다.

지금도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06년 춘천마라톤 아식스 기념 티셔츠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지하철에서 구입한 코리아 장갑(천원짜리)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시장표 버프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 (선물받은 것)

 

18번째 풀코스 마라톤 완주.... 동아마라톤 네번째 참가 기록 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