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다>에서 첫 장면은 건달 이강패 역을 맡은 소지섭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장면이다. 그 영화관이 바로 서울극장이다. 그 영화를 나는 서울극장에서 보고 있었다. 2008년 9월의 일이다. 그 서울극장이 폐관했다. 종로 3가역 쪽의 단성사, 피카디리 극장이 문을 닫은 데 이어 서울극장까지 간판을 내리고 말았다. 나의 경우는 몇 년 동안 서울극장에서의 관람에 올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울극장이 폐관한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내게 선물을 자주 보내주시는 분이 태어난 해와 같은 1979년 개관해서 40년 넘게 영업을 해 왔는데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등장과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고 한다.
단 1개관만 운영하던 1984년 12월 처음 서울극장에 왔었고, 그 이후 틈틈이 왔었다. 최근 몇 년간 멤버십 데이 관람료 할인, 이벤트 데이 관람료 할인, VIP 회원 무료관람권과 5천원 관람권 등의 적극적인 이벤트로 나는 서울극장 골수관람객이 되어 있었다. 매년 3만 포인트 이상을 적립하여 VIP 회원에서 한 단계 높은 SVIP 회원에 등극했고, 2021년 올해도 이미 17,800점을 적립하여 또다시 SVIP 회원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는데 모든 게 브레이크가 걸렸다. 올해 개봉관에서 본 영화 가운데 51편 중 서울극장 관람 영화는 47편, 줄기차게 몰아치던 관람 레이스는 이제 중단되고 말았다.
서울극장을 추억하며 2021년 8월 31일 서울극장 마지막 상영 영화를 찾았다. 재개봉한 <홀리 모터스> 상영이 16시 50분에 있었다. 서울극장에서 상영하는 마지막 영화를 보았다, 라는 이력은 만들지 못했다. 이미 표가 매진되어 버렸기 때문에. 서울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올드>가 되었다. (2021/08/29)
혹시나 하는 마음에 2021년 8월의 마지막 날 서울극장에 들렀다. 혹시 <홀리 모터스> 표가 있는지 문의했으나 없었다. 거리두기 좌석까지 배정하고 있고, 비교적 작은 규모의 8관에서 상영하니 표를 구하기 힘들었다. 영화관 로비에서 이리갔다 저리갔다 하다가 물러나왔다. 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있었다. 대한극장으로 가서 <레미니센스>를 볼까 하다가 그냥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30년 넘는 기간 동안 서울극장에서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고 있었다.
※ 요즘 서울극장을 검색하면 서울극장에 작별을 고하는 글이 흘러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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