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文化生活)

버스요금 환불받기[feat. 영화 <랑종>](2021/07/16~)

HoonzK 2021. 7. 22. 16:56

<랑종>이 서울극장에서는 상영하지 않았다. 한동안 가지 않던 CGV에 가야 했다.

CGV 수유 15:40 7관(8층) 2021/07/16

금요일 오후이니 CGV 관람료는 최소 13,000원, 최대 14,000원의 관람 요금이었다. 지난 1년간 CGV는 영화 요금을 천원씩 두 차례 올렸다. 가장 비싼 14,000원 좌석을 선택했다. (뮤지컬을 녹화해서 튼 영화 관람을 제외하고 영화 요금으로는 가장 비싼 요금 아닌가?) 14,000원을 다 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었다. 몇 년간 온라인 알라딘 영화할인쿠폰을 쓰느라 CGV를 방문하게 되면서 받게 된 주중, 주말 할인권이 있었다. 주중 2D 8천원 관람권을 썼다. 이 관람권을 쓰면  13,000원이나 14,000원 관람료도 모두 균일하게 8천원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조조 요금인 만원도 8천원이 되니 할인을 가장 많이 받으려면 14,000원 입장권을 선택하는 게 현명했다.

CGV 수유까지는 2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지 않아 늘 걸어 다녔지만 시간에 쫓기고 너무 더워서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 요금을 보태어 영화를 보는 데 9,200원이 드는 것이다. 요즘 버스에서는 와이파이도 되니 이동하면서 입장권을 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결제하는 과정이 몹시 번거로웠다. 결제 카드를 등록하는 과정이 지겹게 길었고, 익숙한 일도 아니라 결제 과정을 반복하는 일이 생겼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길면 상관 없었겠지만 고작 여섯 정거장밖에 이동하지 않으니 여유가 없었다.

 15시 22분 1165번 버스를 화계사 입구에서 탔다. 15시 30분 수유역에서 내렸다. 15시 31분 150번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을 이동하여 15시 33분 수유3동 우체국 앞에서 내렸다. 내릴 때 추가 요금 200원이 찍혔다. 10킬로미터 이상 이동했을 경우 추가 요금이 찍히는 것인데 고작 2킬로미터도 이동하지 않고 추가 요금이 발생했다. 고작 200원이니 그냥 넘어갈 것인가? 그래도 200원이 추가 결제된 이유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200원을 돌려 받지는 못하더라도, 200원이 추가 결제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하여 소중한 시간을 쓰는 게 맞을까? 6년 전  경주벚꽃마라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경주 버스에서 이중 결제된 적이 있었다. 이때 전화를 걸어 환불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젊은 여자 승객이 기사와 내내 말다툼을 벌였던 날이었다. 버스를 탈 때 환승이 되지 않고 새로 교통요금이 단말기에 찍혔다고 승객이 따졌는데..... 기사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데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지 말라고 승객에게 받아쳤다. 승객은 틀림없이 금액이 추가로 나갔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기사는 승객이 잘못 봤을 것이라고 했다. 몇 차례 따지다 통하지 않자 얼굴이 뻘개진 여성 승객은 목적지에서 내리면서 추가로 교통요금이 지불된 것이 맞다고 소리쳤다. 문제는 내게서도 일어났다. 신경주역에서 하차할 때 단말기에 태그했더니 요금이 새로 찍히는 것 아닌가? 기사와 승객이 시비가 붙었던 일이 있었고, 여유도 없어서 군소리하지 않고 그냥 내렸다. 서울에 돌아온 후 경주 어딘가-틀림없이 경주 시내버스 관련 회사일 것이다-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파악해 보고 부당 결제되었다면 환불해 줄테니 계좌번호를 부르라고 했다. 몇일 후 추가 결제된 돈을 돌려 받았다.)

다음날(7월 17일) 서울교통네트웍에 전화했더니 요금 관련 문의는 티머니 고객센터에게 알아봐야 한다고 했다. 전화번호를 받았다. 1644-0088. 토요일이라 통화가 되지 않았다. 콜센터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고 했다.

7월 19일 월요일 티머니 고객센터 콜센터 직원과 통화했다. 콜센터 직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침착하고 차분하고 조리있게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감정을 최대한 억제하고 팩트만으로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고객은 억울해서 전화하는 경우가 많아 흥분하기 쉬운데 그것까지도 고려하는 느낌이었다. 나도 냉정해졌다. 언제 어디서 버스를 타고 언제 어디서 내려 언제 어디서 다른 버스를 타고 언제 어디서 내렸는지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1,200원만 나가야 할 돈이 1,400원이 나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환불받을 계좌번호를 알려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문자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티머니 고객센터입니다. [티머니] 환불접수 안내 환불건이 접수되었으며, 2~3일 내로 입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07/19 11:30

 

그리고 바로 다음날 11시 33분 200원이 입금되었다.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을 받았지만 느낌이 묘했다.

이번에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 안하던 짓을 하면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는 것. 처음부터 버스를 타지 말았어야 하나?

 몇

 몇일 후 문제를 해결한 다음이야 이런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담담하게 말할 수 있지만, 영화 <랑종>을 보는 동안에는 잠시 집중할 수 없었다. 뭐가 문제일까? 후불교통카드로 쓰는 카드로 영화 관람료를 결제하느라 분주했는데 카드를 이용하는 사이 카드가 교통 이용 외에 문화관람료 결제를 하면서 열일을 하면서 먼 길을 간 것처럼 인식한 것일까? 까짓 200원인데 그냥 넘어가고 말까? 몇 번 아끼면 금방 보충할 돈인데..... 그러다가 <랑종>에 집중했다. 여배우 나릴야 군몽콘켓의 압도적인 연기에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잔혹했다.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고 하지만 영화 어디에도 한국어는 나오지 않는다. 생소한 태국 영화인데 아득히 멀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삶을 흔드는 저주는 나라를 가리지 않으니......

 

수유역에서 우이교를 향하여 가다 보면 CGV 수유 영화관이 나온다.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피에 관한 세 달 간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