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애환(讀書哀歡)

버스 안에서 이틀간 책을 읽다(2020/07/14~15)

HoonzK 2020. 7. 17. 02:51

JT님이 운행하는 171번 버스를 타고 가면서 책을 읽었다.

171번 버스를 1일 3회 운행하시는데 나는 두 번 탔다. 171번 버스는 노선이 길어서 1회전 하는 데 다른 버스보다 오래 걸린다. 그만큼 책읽는 시간이 길다. 책을 읽으려면 끈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책을 읽게 된다. 오롯이 책만 읽고 있을 수는 없다.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책을 너무 오래 보고 있다 보면 눈이 피곤해져서 잠시 밖을 내다보거나 눈을 감고 쉬어야 한다. 버스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미리 화장실에 들르는 것도 우선 해야 할 일이다. 요즘 시내버스는 거의 다 와이파이가 잡히기 때문에 데이터 걱정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바꾸면서 독서량이 줄어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책을 읽다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어려움은 또 있다. 요즘은 코로나19 감염의 위협으로 한 순간도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 밀폐된 공간에 들어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숨쉬기 수월한 덴탈마스크는 안심이 되지 않아 KF94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5시간 가까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귀가 아파서 몹시 힘들다. 이런 어려움을 견디고 책을 읽고 또 읽었다. JT님은 버스를 몰고 또 몰았다. 

 19시 30분경 차에 올랐을 때는 김병운의 소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로그래피>를 읽었고, 23시경 차에 올랐을 때는 <장벽의 힘>과 <욕망과 수납>을 일부 읽었다. 버스에서 독서에 매진한 결과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로그래피>는 완독했다. 창밖은 거의 내다 보지 않았지만 가끔 연세대학교 정문, 월드컵경기장, 경복궁, 창경궁 등을 보았다. 내가 버스를 타고 있었던 때가 승객이 별로 없는 시간대라 한적한 느낌의 움직이는 도서관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JT님이 막차나 다름없었던 버스를 다른 주차장으로 옮기는 사이 나는 고려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주차장에 세워진 JT님의 자가용을 몰고 JT님이 가는 곳까지 가서 JT님을 픽업했다. JT님이 자가용에 합류한 뒤에도 419 국립묘지 사거리 식당까지는 내가 운전대를 계속 잡고 있었다. 독서에 이어 운전까지......

 

JT님이 모는 버스가 오고 있었다. 버스중앙차선의 정류장으로 이동하지도 못했는데 저 차를 못 타겠구나 싶었다. 다시 돌아오려면 2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어디에 가 있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정말 간발의 차이로 신호등이 바뀌었다.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로그래피>를 읽기 시작했다.
맨 뒤에서 두번째 솔로 좌석이 책 읽기에 딱 좋았다. 전등도 밝았고....
명륜동으로 돌아왔을 때 버스에서 내렸다. 기다렸다가 버스를 다시 타기로 하고..... 21시 54분경.... 맥도날드 성균관대점에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잠깐 휴식중.... 비교적 양이 적은 불고기버거를 사 먹었다.
맥도날드 성균관대점 2층은 22시 이후 이용할 수 없다고 해서 1층으로 옮겼다. 2층에 있는 화장실도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시 버스에 타서 2시간 이상 있으려면 화장실에 꼭 들러야 하는데 낭패였다.

 

<장벽의 시대>를 읽었다. <지리의 힘>으로 유명한 팀 마샬의 책이다.
운행을 거의 마칠 무렵... 날이 바뀌어 7월 15일 0시 50분경이다.
다른 승객은 아무도 없었다. JT님과 대화가 가능한 앞좌석으로 옮겨온 후였다.
새벽 1시 30분에 순대국을 먹었다. 큰맘원조할매순대국 6천원짜리
새벽에 밥을 먹었다는 것은 늦게 자겠다는 뜻이다. 새벽 6시에 잤다. 아주 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