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님이 운행하는 171번 버스를 타고 가면서 책을 읽었다.
171번 버스를 1일 3회 운행하시는데 나는 두 번 탔다. 171번 버스는 노선이 길어서 1회전 하는 데 다른 버스보다 오래 걸린다. 그만큼 책읽는 시간이 길다. 책을 읽으려면 끈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책을 읽게 된다. 오롯이 책만 읽고 있을 수는 없다.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책을 너무 오래 보고 있다 보면 눈이 피곤해져서 잠시 밖을 내다보거나 눈을 감고 쉬어야 한다. 버스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미리 화장실에 들르는 것도 우선 해야 할 일이다. 요즘 시내버스는 거의 다 와이파이가 잡히기 때문에 데이터 걱정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바꾸면서 독서량이 줄어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책을 읽다가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어려움은 또 있다. 요즘은 코로나19 감염의 위협으로 한 순간도 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 밀폐된 공간에 들어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숨쉬기 수월한 덴탈마스크는 안심이 되지 않아 KF94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버스 안에서 5시간 가까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귀가 아파서 몹시 힘들다. 이런 어려움을 견디고 책을 읽고 또 읽었다. JT님은 버스를 몰고 또 몰았다.
19시 30분경 차에 올랐을 때는 김병운의 소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로그래피>를 읽었고, 23시경 차에 올랐을 때는 <장벽의 힘>과 <욕망과 수납>을 일부 읽었다. 버스에서 독서에 매진한 결과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로그래피>는 완독했다. 창밖은 거의 내다 보지 않았지만 가끔 연세대학교 정문, 월드컵경기장, 경복궁, 창경궁 등을 보았다. 내가 버스를 타고 있었던 때가 승객이 별로 없는 시간대라 한적한 느낌의 움직이는 도서관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JT님이 막차나 다름없었던 버스를 다른 주차장으로 옮기는 사이 나는 고려대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주차장에 세워진 JT님의 자가용을 몰고 JT님이 가는 곳까지 가서 JT님을 픽업했다. JT님이 자가용에 합류한 뒤에도 419 국립묘지 사거리 식당까지는 내가 운전대를 계속 잡고 있었다. 독서에 이어 운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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