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에 빛의 십자가를 넣어 '빛의 교회'로 유명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다큐멘터리 <안도 타다오>를 보았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안도 타다오를 주제로 한 작품이었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제9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던 다양성 영화였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은 눈에 띈다.
나이든 안도 타다오가 운동복을 입고 체력을 단련하는 장면.
암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주인공이 계단을 힘차게 올라가는 장면.
영화에는 체력이 떨어지면 싸울 의지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일부러 그렇게 구성했을 것이다. 창의력 역시 체력이 받쳐 주지 않으면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일까?
안도 타다오는 1969년 건축 사무실을 오픈하고 다양한 설계도를 꺼내놓고 건축 공모에 나서지만 70년대의 구상은 모두 채택되지 않는다. 어리다는 이유로, 혹은 너무 진보적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은 것이었다. 천부적인 예술성과 집요한 도전정신으로 노력한 끝에 세계가 주목을 받는 건축을 만들어낸 안도 타다오의 건축이 서서히 영상에서 구현된다. 재연이 아닌 과거의 실제 동영상이 영화의 몰입을 도왔다. 상상이 실체로 구현되는 순간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커서 요즘 늘 당했던 영화 초반 잠들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공원과 맞물린 집의 담벼락 덕분에 마치 공원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건축을 만들어 내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저 뻔하고 평범한 곳으로 남을 수 있었던 공간을 주변과 연결하여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콘크리트로 설계한 공간에 물, 햇빛, 그림자 등의 자연을 끌어와 비좁은 공간을 무한 확장시키는 건축을 보면서 상상력이 영화 감상에 일목을 담당한다. 혁신과 독창성이 얼마나 삶을 풍성하게 하는가를 되새기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만족했다. 비록 73분밖에 안되는 러닝타임이지만....
일본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건축에서도 능력을 발휘하는데 일례로 베네통의 커뮤니케이션 연구센터는 16세기 대저택의 기존 공간을 훼손하지 않고 현대적 감각을 입혀 리모델링해낸다. 젊은 시절 튼튼한 다리로 걸어다니며 이탈리아의 건축을 관찰하고 그리며 공부했던 그가 세계적인 건축가로 발돋움한 것이다.
건축은 아름다움과 실용을 동시에 추구하는 세계라 한 때 열광한 적이 있었다. 건축 관련 서적은 빠지지 않고 보았던 기억도 있었다. 대학교 시절 짧은 희곡을 썼을 때 주인공을 건축에 빠진 존재로 묘사한 적도 있었다.
집을 새로 지을 능력은 안 되고 집 정리할 때 최대한 창의력을 발휘해볼까 하는 의욕이 생겼다. 내 능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만 방과 거실을 작은 우주로 탈바꿈시키고 싶다는 열망이랄까?
※ 영화를 보면서 필기한 것을 정리했다.
록코 집합주택 1978
나오시마 현대미술관 1988-1995
빛의 교회 1987-1989 (두 말 할 것 없이 안도 타다오를 알린 건축물)
시바 료타로 기념관 1998-2001
혼푸쿠지 절 1991 (연꽃 안에 들어간 절, 노을이 질 때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구조이다)
물의 교회 1995-1998
사야마이케 박물관 1994-2001
트레비소 1993-2000
지중 미술관 1999-2004
푼타 델라도가나 2009
상해 폴리 그랜드 시어터 2009-2014
서울극장 멤버십 데이인 월요일에 보았다. 멤버십 데이 가격이 5천원에서 6천원으로 올랐다.
영화가 끝나고 나갈 때 음향 효과가 엉망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옛 동영상을 그대로 가져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으니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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