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고추 한아름(2018/10/13)

HoonzK 2018. 10. 16. 00:12

청산교회 앞에서 동두천행 버스를 타면 된다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버스 정류장 표시가 없었다. 10분 쯤 맴돌다가 지나가는 동네 주민에게 도대체 버스 정류장이 어디냐고 물었다. 여기서 버스 정류장을 찾지 말고 큰길로 나가 전곡으로 가라고 했다. 거기에서는 동두천 가는 버스가 많으니 그게 편할 것이라고 했다.


 미니 버스를 타고 전곡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탔다. 동두천 가느냐고 물어보고. 뒤쪽으로 이동하는데 수확한 농산물 가방과 캐리어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아낙네 두 분이 있었다. 몇 분이 도와준다고 하는데 가방의 무게가 만만치 않아 진척이 없었다. 버스 기사는 짜증부터 내었다. 이렇게 많은 짐으로 버스 통로를 막으면 어떡해요? 이 정도 짐이면 택시를 잡아야지 버스가 출발도 못하고 있잖아요? 뒤에 앉아 있던 내가 움직였다.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올려 좌석 위에 옮겼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 짐주인들은 나중에 내릴 때는 어떡하지요라는 걱정을 했다. 소요산까지 간다고 하시니 그때 또 한번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소요산역에 도착하면서 승객들이 많이 내렸다. 시골에 사는 청소년들도 소요산역에서 거의 다 내렸다. 주말이라 서울행을 시도하는 듯. 승객들이 빠져나가기가 무섭게 달려가 짐 7개를 내리는 데 힘을 썼다. 아주머니는 매우 고마워하면서 자기들이 수확한 고추라도 조금 가져가라고 했다. 고추를 한아름 얻었다. 16시 41분경. 인천행 열차가 출발하기 6분 전이었다. 열차에까지 짐을 실어드렸다. 평소에 무거운 짐을 들고 다니면서 몸을 단련한 게 이 때문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분들이 어디에서 내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다른 칸으로 이동했다. 내릴 때가 되면 또 누군가 도와주시지 않을까?







기억을 더듬어 그림을 그렸다.



선물받은 고추


고추가 담긴 봉지를 배낭 옆에.....



집에 들어와 옮겨 담았다.





만두국 끓이는 데 고추를 쓰기로.....



만두국을 끓이는 데 요긴하게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