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공원사랑 마라톤대회(2018/10/14)-FULL ***

HoonzK 2018. 10. 15. 23:50

새벽 5시 42분 바깥술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직도 안 오고 뭐하느냐고. 6시 출발하는 사람이 너무 없는데..... 저는 7시 출발이요. 6시에 스타트라인에 서기에는 도저히 컨디션이 영.... 토요일에도 새벽 3시 넘어 자고 6시 반에 일어나 종일 밖에 나가 있어서..... 공원사랑마라톤에 출전해야겠다는 계획을 잡자마자 드는 두려움은 늘 잠을 못자고 나와야 한다는 것. 출발 시간을 9시, 좀 빨라도 8시로 늦추면 정말 편하겠는데....


 6시 15분쯤 신도림역 밖으로 나왔는데 아직도 깜깜해서 밤이나 다름없었다. 이 어둠 속에서 바깥술님은 어떻게 뛰고 있을까? 속도 별로 좋지 않고 잠도 오고.... 컨디션이 바닥을 치는 가운데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마라톤힐링카페에 들어섰다. 접수담당 여사님은 나를 보자마자 로운리맨님의 풀코스 100회 완주기념패를 전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절친이니 자주 만나지 않겠느냐며. 전해 줄 수는 있는데 그래도 본인이 찾아가는 게 좋을 것같은데요. 요즘 로운리맨님이 다른 대회에 참가하고 있어서 당장은 찾으러 오기 힘들겠지만. 택배로 보내도 되는데요. 주소만 알려주면..... 그 말에는 로운리맨님에게 연락은 해 보겠다고 했다.
 
 기록계측 담당자는 내게 다가와 일부러 말을 걸었다. 오랜만이시네요. 지난 여름 그 더울 때 자주 나와 뛰시더니 요즘처럼 달리기 좋은 때에는 오히려 안 나오시네요. 폭염 경보가 내려졌을 때 오히려 더 자주 달리는 기행(奇行)을 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긴 모양이었다.


 바깥술님을 비롯한 몇 분이 6시 6분 쯤 출발한 모양이었다. 용구님, 횡성사랑님, 고운인선님 등과 대화를 나누다 7시 정각에 출발하면서 계시기를 보니 54분이 지나 있었다. 열 대여섯 명이 출발하는데 내 앞으로 나오는 분이 없었다. 다소 쌀쌀한 날씨라 몸이 잘 나갔다. 지난 추석 달렸을 때보다 한결 빠르게 발을 내디디고 있었다. 1킬로미터를 5분 5초에 통과했다. 다음 1킬로미터는 4분 58초에 달렸다. 뒷 주자와 제법 거리가 벌어져 골인할 때까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릴 주자가 없으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신도림역 아래를 지나갈 무렵 속도가 조금 늦추어졌지만 그늘 구간으로 들어서면서 다시 빨라져 4킬로미터를 달렸을 때는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3시간 29분대의 페이스로 들어선 것이었다. 이 페이스를 끝까지 지키면 또 한번의 서브 330을 하겠구나 싶었다.


 내가 5킬로미터를 넘지도 않았는데 바깥술님이 오고 있었다. 1시간 전에 출발한 것도 아니고 54분 전 출발했는데 벌써 16.1킬로미터를 넘어섰다면 불과 닷새 전의 페이스와는 달랐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지난 겨울에 보았던 그 분으로 돌아온 것같았다. 건너편에서 바람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주자 한 분을 또 만났는데 명호님이었다. 지난 5월 27일 유일하게 서브 330으로 달렸던 분. 이 분의 속도는 바깥술님보다 빠른데 왜 뒤에 있지 궁금했는데 6시 30분쯤 출발한 것이었다.


 급수대에서 콜라 한 잔을 마시고 신대방역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징검다리 데크를 건너가 7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간 확인. 34분대. 서브 330은 무난했다. 일주일 동안 체중을 좀더 감량한 덕분인 듯. 손기정평화마라톤 때 기를 쓰고 달려도 킬로미터당 페이스가 5분 10초를 넘어가던 때와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살짝 방심한 까닭일까? 빨리 달린다는 느낌이 드는데도 구간 기록이 5분이 나오기도 했다. 쉽게 되는 일은 결코 없구나. 그게 서브 330이라면 더. 그런 생각으로 의지를 다졌다. 10킬로미터는 49분대. 반환점에서 초코파이 한 조각을 먹고 11.1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보니 55분이었다. 앞으로 킬로미터당 꾸준히 5분 페이스로 딱딱 끊어야 1시간 45분이고, 그런 과정을 꾸준히 하다가 후반에 조금 치고 나가야 3시간 29분대가 가능했다. 그런데 배탈 기미가 있었다. 달리면 달릴수록 장의 활동이 활발해져 노폐물 배출이 불가피하다고 몸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소변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듯 몹시 시끄러웠다. 전날 저녁 먹은 음식이 이제야 소화가 된 듯 싶었다. 주문한 음식이 뜻밖에도 맵게 나오는 바람에 이런 결과가 빚어졌다. 지난 해 중앙서울마라톤을 하루 앞두고 먹었던 음식에 비하면 매운 축에도 끼지 않는 것인데 왜 이러나? 화장실, 화장실. 어디 화장실에 가야 하나? 시간이 빠듯한데.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내면 서브 330이 어려울텐데. 초반 하프가 1시간 41분에서 42분 사이만 되어도 화장실에 가겠는데 딱 1시간 45분이니...... 온통 화장실 생각만 해서 몸이 몹시 무거워지는데도 5분 페이스는 지켰다. 그러면서도 맞은편에서 오는 주자에게는 일일이 손을 들어 인사했다. 근규님, 고운인선님, 횡성사랑님 등.......


 참고 참았다. 땀이 꽤 나면서 뱃속이 조금 진정된 것같았다. 출발할 때는 쌀쌀했지만 결코 추운 날씨는 아니었다. 일단 그늘에 들어가도 춥다는 느낌이 없었고, 햇볕을 받으면 덥다는 느낌이 들었다. 끝까지 화장실에 가지 않고 레이스를 마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1회전을 마쳤다. 1회전을 마치기 직전에는 이대로 그냥 골인해 하프 기록증을 받아갈까 했다. 하지만 춘천마라톤 2주 전에는 풀코스를 달려야 한다는 계획은 이수해야 했다. 출발 지점에 있는 화장실에 들렀다 2회전에 나설까 고민하다가 그냥 돌아섰다. 배탈은 어느 정도 진정되었다. 소변도 완주할 때까지는 참을 수 있을 것같았다. 킬로미터당 페이스가 4분 55초 이내로 돌아왔다. 서브 330에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26킬로미터를 넘겼을 때 바깥술님과 마주했다. 진지하게 물었다. 오늘 페이스가 서브 330인데 제 말이 맞지요? 바깥술님은 말꼬리를 흐렸다. 그럴 수도. 10월 3일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3시간 50분을 넘기고, 10월 9일 인천송도에서 3시간 48분대에 들어가신 분이 몇일 사이에 3시간 29분대로 들어가는 이 기록 급상승은 뭐지? 그때보다 살이 빠진 것같기는 하고. 얼굴에서는 여유가 넘치고.....


 바깥술님이 지나가고 난 뒤 화장실에 들렀다. 소변은 참기 싫었다. 서브 330에 1분 가량 여유를 남겼던 것이 이제는 30초 정도밖에 여유가 생기지 않았다. 28.1킬로미터에서 29.1킬로미터까지 시간 체크를 하니 5분이었다. 30.1킬로미터는 2시간 29분을 살짝 넘겼다. 32.2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즉 10킬로미터 남았을 때 2시간 39분 04초였다. 앞으로 지치지 않아서 5분 페이스를 넘기지만 않으면 3시간 29분대가 가능했다. 배가 더 이상 아프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페이스가 5분 안쪽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살짝 고무적인 것은 오늘따라 발바닥 통증이 없다는 것이었다. 드디어 다 나은 것일까? 마지막 유인 급수대를 지나고 5킬로미터가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자 3시간 04분 04초였다. 직전 5킬로미터를 정확히 25분에 달린 것이었다. 5킬로미터가 남았다는 생각이 들자 자연스럽게 속도가 올라갔다. 3킬로미터 남았을 때 3시간 13분 40초이니 킬로미터당 4분 48초로 달리게 되었다. 3시간 28분대로 들어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1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나면 전력질주를 해 보자고 각오했다.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노천 구간에서 날벌레들의 군집을 피하며 달렸다. 1시간만 일찍 출발했다면 기온이 낮아 이런 벌레들을 만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땀에 젖은 얼굴에 벌레들이 붙어 죽었고, 얼굴을 훑어내면 손바닥에 죽은 벌레가 까맣게 더덕더덕 붙어 있었다. 벌레가 입이나 눈에 들어올까봐 입으로 바람을 불어내고, 손을 휘저어 가면서 달렸다. 신정교 아래 1킬로미터 표지판. 가속했다. 몹시 빨리 달렸다. 최고의 순간은 최후의 1킬로미터였다. 4분 19초로 끊었다. 집에 가신 줄 알았던 바깥술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왜 이렇게 빨리 뛰느냐고 물었다. 건너편에 있는 것을 본 지 10분도 안 되어  들어오네. 너무 빨라서 동영상도 별로 못 찍었잖아? 전 가신 줄 알았어요. 오늘 어떻게 뛰셨어요? 나? 3시간 59분. 말도 안되는 소리를. 기록 계측담당자가 바깥술님은 3시간 29분 03초 25로 들어왔다고 알려주었다. 명호님이 3시간 19분 41초 80으로 가장 빨랐다고 했다. 내 기록은 3시간 27분 29초 88. 초반 하프는 1시간 45분, 후반 하프는 1시간 42분에 달린 덕분이었다. 마지막 10킬로미터는 48분대, 마지막 5킬로미터는 23분대로 달렸다. 춘천마라톤 풀코스 2주 전에는 풀코스를 달린다는 연례 행사를 잘 치뤘다.


 바깥술님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을테니 옷을 갈아입고 오라고 했다. 순대국이나 한 그릇 하자고. 마라톤힐링카페에 가니 용구님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오늘도 용구형님 주로 실종사건이 발생했어요'라며 농담을 했다. 얼마 전 풀코스 1천회를 달성하신 용구님은 전날에 이어 하프만 달리고 말았다고 했다. 한 때는 3시간 10분까지 달렸던 분인데 요즘은 5시간을 넘는 게 다반사라고 했다. 거의 싱글에 가까운 속도로 어떻게 달렸는지 지금은 상상할 수가 없다고 했다. 횡성사랑님도 하프 이후 보이지 않았는데 몸이 좋지 않아 하프만 뛰고 돌아갔다고 했다. 이미 서울달리기대회에서 하프 완주를 마친 로운리맨님, 한강하프마라톤에서 10킬로미터 완주를 마친 아세탈님과 문자를 주고 받는 중에 아세탈님이 내 기록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대회 홈페이지에 기록이 게시되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어떻게 아셨지? 대회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들러서 현장에서 직접 내 기록을 확인했다고 했다. 직접 뵈었는데 선물을 한아름 안겨주고 가버리셨다. 선물을 주기 위하여 일부러 방문하다니 10월에도 산타클로스가 있다. 바깥술님과의 선약이 아니었다면 함께 식사라도 했을텐데.....(다음번에 꼭 할 수 있기를/ 선물 포스팅은 다른 게시판에.... '선물의 힘'이라는 시를 쓰고 나면 그동안 올리지 못한 선물 포스팅을 한꺼번에....)
 
 회사에서 단체로 서울달리기대회 10킬로미터에 참가하였다는 JT님, 사람들 틈바구니를 치고 나간다고 애를 먹었는데도 47분 59초로 완주했다고 했다. 숨겨진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회사 동료들은 달리기 전까지는 JT님에게 1시간 이내로 달릴 수 있겠어라고 반신반의했다는데..... JT님도 곧 하프마라톤에 데뷔하고, 언젠가 풀코스를 달리게 될 듯..... 그건 운명같은 것이니......




배번 칩에는 올바른 착용법 소개가 새로운 그림으로 붙어 있었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시청 방향으로 출발하는 5시 30분 2호선 첫차. 집에서 4시 40분에는 나와서 151번 버스를 타야 이 전철을 탈 수 있다.



전철 좌석이 새롭게 보이네.


한 량에 나 말고 딱 한 사람만 있었다.


홍대입구역에 가면 젊은 사람들로 꽉 차 버린다. 밤을 새고도 쌩쌩해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다.


풀코스를 마치고.....


순대국 식당이 안 간 사이에 이렇게 바뀌었다.


다른 식당 찾을 것 없이 그냥 여기서 동태탕을 먹자고 했다.


장어가 주메뉴인가 보다.



동태탕 등장




동태살 올리고..... 이런 동태탕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사뭇 진지해졌다.


양념을 어떻게 한 거지 궁금했다. 바깥술님이 밥 한 공기를 더 추가하는 바람에 배가 불러 혼났다.


오늘도 타사재팬 낡은 마라톤화를 신었다.


올해 28번째 풀코스(대타로 뛴 것까지 하면 29번째). 서브 330은 생애 28번째. 올해 안에 서브 330을 30번을 채우기로 했는데 이제 2번 남았다.



발바닥이 아프지 않은 대신 양말의 올이 나갔다. 풀코스를 달리고 해먹은 양말이 도대체 몇 켤레인가?



전날 저녁 먹은 순두부. 메뉴 사진으로 봐서는 별로 매울 것같지 않아 부대찌개 순두부를 시켰는데 매웠다.




바깥술님이 골인 장면을 찍어주심




동영상도 찍어주심. 골인 직전의 스퍼트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