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 집관리

세면대 배수관 교체작업(2018/05/28)

HoonzK 2018. 6. 9. 20:38

철물점 사장님이 얼굴을 붉히며 내게 소리쳤다. 도대체 몇 번째요? 날씨도 더운데 그만하시라고요. 여기 돈 내줄테니까 가요. 제가 이러려고 온 게 아닌데요. 저도 미치겠어요. 오죽 답답하면 이러겠어요. 결합해도 물이 조금씩 새니까 그러는 거지요. 처음의 것과 이번의 것 둘 다 가져가서 한번 해볼까요? 이번에 바꾸어 간다고 해도 또 안된다고 가져올테니까 그냥 환불해 가세요. 말 더 해봐야 짜증나니까 돈 갖고 그냥 가세요. 사장님, 어떻게 그런 말을? 사장님과 거래한 게 10년도 넘었는데..... 글쎄, 앞으로 거래 끊으면 되니까 가세요. 사장님은 선반에 돈을 올려놓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뭐가 잘못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수도 부품부터 감따는 도구, 제설도구, 열쇠 복사, 소소한 소품까지.... 필요한 게 있으면 무조건 달려와 조언을 구하고 물품을 구입하거나 출장 보수를 의뢰해서 매우 친해졌는데.... 이렇게 한 순간에.....


 사장님이 세면대 수도꼭지를 교체할 때 배수관은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왜 떨어져 나왔을까? 사장님이 최초 추천한 배수관에 대하여 너무 투박하다는 식으로 토를 달았는데 그 때 기분을 상했을까? 다른 제품을 갖고 가 결합했지만 물을 틀면 조금씩 샜다. 이유를 물으니 장비가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 지난 해 아세탈님이 주신 파이프렌치로 돌리기에는 너무 규격이 컸다. 결합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장비를 빌려주면 안되느냐고 물으니 가차없이 안된다고 했다. 그동안의 인연도 있으니 이것 빌려가서 쓰세요 할 줄 알았다. 사장님은 매장에 걸려 있는 세 제품을 가리키며 이런 것이 있어야 한다고만 하였다. 그냥 돌아나왔다. 작업을 하다가 포기했다. 물기를 닦은 뒤 반품하였다. 좀더 비싼, 처음에 추천받은 제품으로 바꾸었다. 아! 이건 세면대 쪽의 뚜껑이 너무 커서 배수가 좀처럼 되지 않았다. 반품하기로 했다. 문제는 세면대 조임쇠 부분을 렌치로 꽉 물어 돌려서 흠집이 생겼다는 것. 제품을 갖고 갔을 때 사장님은 출장 나가고 없었다. 사모님만 있었다. 흠집이 생긴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보상을 하겠다고 했더니 말도 안된다고 했다. 이건 부속일 뿐이니 이 부속품만 따로 나올텐데요. 이것 보면 우리 아저씨 가만 있지 않을텐데요. 잠시 후 출장갔던 사장님이 돌아왔다. 나를 보자마자 사모님에게 말했다. 돈 내어드려. 문제가 있어요. 여기 제가 흠집을 입혔어요. 엥? 이건 손으로만 돌려도 되는데 왜 이랬어요? 사장님의 미간에 잔뜩 주름이 졌다. 몇 마디 큰소리가 나왔다. 그러다가 여기 돈 있으니까 가져가요. 이제 다른 것 사러도 오지 마세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방으로 들어갔던 사장님이 나왔다. 벌겋게 변해 있었던 표정이 조금 풀려 있었다.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초보자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나도 다섯번이나 오는 게 좋았겠는가, 처음에 구입했던 것보다 패킹이 적은 제품으로 구입하겠다고 했다. 만약 이번에도 문제가 생긴다면,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 배수관 때문에 방문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나올 때 판매금액보다 좀더 내고 나왔다. 사장님은 말없이 추가금액을 받았다.


 손님은 더 이상 왕이 아니구나. 요새 나는 진상 손님이 되어가는구나.


 돌아와 배수관을 새로 결합했다. 더 이상 물이 새지 않았다. 철물점과 집을 오고 가면서 시달리고 몇 차례의 작업을 하면서 요령이 생긴 모양이었다.


 이날 밤 순대를 사면서 내장은 간만 달라고 했는데 집에 돌아와 확인해 보니 허파가 잔뜩 들어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도로 갖고 가 '사장님, 제가 허파는 말고 간을 달라고 했잖아요?'라고 따졌을 것이다. 하지만 철물점 사건도 있어서 그냥 참았다.




세면대 배수관이 떨어져 버리다니.....


이렇게 떨어지는구나.....



철물점에 가서 새 제품으로 구입했다.




이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하는데...... 패킹이 조금 많아 보이고 비틀어져 있어서 수고가 필요하겠다.




버려야 할 부속을 빼낸다.





새 제품을 결합한다.


잘 된 것같은데.....




아세탈님이 선물한 파이프렌치라면 될 것같았는데 조임쇠가 너무 커서 물리지 않았다.


이 작업을 하다가 철물점으로 달려가 손으로는 안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거기서부터 사단이 나기 시작했다.

장비를 빌려 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사장님은 단칼에 거절했다.

장비가 필요없는 제품을 소개해 주었는데 조금 싼 것을 사가더니 이제 와서 이러는 것이냐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돈을 보태어 결합이 쉽다는 제품을 구입했다.



조임쇠 부분이 결합하기 쉽게 되어 있는데 파이프렌치로 조여주다가 손상을 입혔다.


다섯번 방문만에 이 제품으로 선택했다. 처음 구입한 것보다는 패킹이 단출하고 타이트했다.




허파 넣지 말라고 했는데.....

여느 때같으면 달려가서 짜증을 내거나 허파를 가게 식탁에 다 꺼내어 놓고 왔을텐데.....

철물점 일도 있고 해서 참았다.


닭강정도 먹었다. 이 선택도 잘못되었다. 튀김기로 튀긴 것이 아니라 전자레인지로 돌려서 주어 바삭거리는 맛이 없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많이 먹을 수밖에..... 이러니 일주일 사이에 체중이 늘어나 마라톤 달리기가 쉽지 않았지.....


파이프 렌치를 구해 다시 한번 쪼아주긴 했다.


 휴지를 대어보니 물이 묻어 나오지 않았다.


문제 하나를 또 해결했다.


이 제품의 이름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