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文化生活)

문화의 날 재개봉한 <록키>를 보다(2017/11/29)

HoonzK 2017. 12. 6. 12:20

 빌 콘티의 'Gonna Fly Now'가 스크린에 울려 퍼진다. 40년만에 재개봉한 <록키>를 보는 것이다. 텔레비전으로 자주 보았던 영화를 문화의 날 서울극장에서 감상했다. 5천원 관람이 가능한 오후 5시 바로 그 시각에. 의외로 관객이 많았다. 단체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젊은 여성도 적지 않았다. 젊은 여성 가운데에는 혼영족도 있었다.


 스토리 전개부터 결말까지 다 알고 있는 영화가 내게 어떻게 다가올까가 최대 관심사였다. 1975년 11월 25일. 필라델피아 뒷골목에서 건달(bum) 노릇을 하며 고리대금업자의 하수인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30세의 록키. 로커 이용대금, 샤워비, 트레이너비를 공제하고 파이트 머니를 받는 삼류 복서로 자신의 재능을 썩이고 있었다. 흡연과 음주가 일상사가 되어 있는 록키에게 인생 최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세계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가 미국 독립기념일 200주년(1976년)을 기념해 무명의 선수에게 도전권을 주는 이벤트를 기획한다. 그 대상이 록키가 된다. 원시인과 기사의 대결, 50대 1의 승률의 예상. 록키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완전히 달라진다. 새벽 4시에 기상하여 길거리 러닝에 나선다. 벽돌들고 달리기도 한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가파른 계단을 뛰어오르는데 몹시 굼뜨게 오른다. 그런 록키가 훈련을 더할수록 스피드는 점점 좋아져 부둣가를 총알처럼 질주하다 미술관 계단은 쏜살처럼 뛰어오른다. 그리고 두 팔을 들어 승리의 세레모니. (이 세레모니는 개인적으로 동네에서 해 본 적이 있다. 조병옥 박사묘 앞까지 뛰어 올라갔을 때였다. 이 코스는 내내 오르막이라 정말 힘들어서 마지막 정점에 오르면 나도 모르게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며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게 되었다.) 거기에 인상적인 한팔 팔굽혀펴기. 훈련에 훈련. 그렇게 준비하면서도 록키는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애인 애이드리언에게 15회까지만 버틸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3회까지만 버티면 성공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록키는 15회 종이 울릴 때까지 선전을 펼친다. 챔피언이나 도전자 모두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경기를 끝내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재경기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록키에게 인터뷰 공세가 이어진다. 중간 중간 대답을 하지만 록키가 찾는 것은 애인이다. 애타게 애인을 부른다. 에이드리언. 에이드리언이 링에 올라온다. 록키가 에이드리언을 포옹한다. 변화를 꿈꾸었던 삼류 복서의 얼굴이 클로스업되기가 무섭게 엔딩크래딧이 올라간다. 늘 권투를 떠올리게 하는 <록키>의 주제곡이 따라온다.

 

 어린 시절의 감동 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뭉클하다. 실베스터 스탤론은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주연까지 맡아 무명배우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필라델피아 미술관 앞에 가면 록키의 포즈를 흉내낸다는데...... 이후에 나온 권투 영화 시합 장면은 더욱 극적이고 리얼하다. 하지만 <록키>가 없었다면 그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을까? 어린 시절 복싱 세계 타이틀전이 중계되면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1977년 11월 27일 홍수환의 4전 5기 신화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록키>가 처음 개봉했던 것과 같은 40년 전이다.

 

 제49회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이다.

 

 

서울극장 10관에서 보다. 개봉 당일.

 

 

소규모 영화관이지만 D석과 E석의 간격은 엄청 넓다. 두 다리를 앞으로 뻗어도 앞좌석 등받이에 닿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