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7 손기정 평화마라톤(2017/11/19)-FULL 156

HoonzK 2017. 11. 24. 03:57

Too cold.

But shorts on, not long pants.

28th full course this year.

15th sub 330 including one last year.

 

 

 대회 전날 종일 바깥 생활을 해야 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바람까지 불어 몹시 견디기 힘들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왜 이렇게 춥게 입고 다니느냐고 물었다. 이렇게 추울 줄은 몰랐지요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콧물이 자주 흘러 코를 얼마나 많이 풀었는지 넉넉하게 준비해 나간 휴지가 다 떨어졌다. 지난 1월 15일 이후 10개월 여만에 츄리닝 바지를 입고 달리는 대회가 되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2012년 손기정 평화 마라톤 때 영하로 떨어진 이후 오랜만의 추운 대회였다.

 

 지난 10월 29일 춘천마라톤부터 4주 연속 풀코스에 도전하니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로운리맨님은 SUB 320 응원을 보내왔지만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잘 달리고 못 달리고 잘 달리고 못 달리고..... 그동안의 풀코스 사이클을 볼 때 이번 주는 하강 곡선이 맞물려 있었다.


10월 29일 3:26:11
11월 5일  3:39:57
11월 12일 3:27:38
11월 19일 ?
 
 너무 여유부리며 대회장으로 갔다. 한참 지하철을 타고 가고 있는데 특전사님, 바깥술님로부터 연달아 전화가 걸려왔다. 풀코스보다 10킬로미터 종목이 먼저 출발하기 때문에 여유가 많다는 생각을 하다가 출발 30분 전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110 사이즈 기념품을 105 사이즈로 교환하고 방풍 비닐 받으면서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트랙을 크게 한 바퀴 돌고 물품보관 비닐봉투 받느라 왔다갔다 하니 출발 시간은 매우 가까워졌다. 새벽 영하 6도로 전날보다 기온이 더 떨어졌다고 하는데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전날보다 바람이 줄어든 덕분이었다. 반바지를 입고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윗쪽으로만 보온에 신경썼다. 긴팔 티셔츠 두 장에 방풍 비닐 조끼를 걸쳤다. 목에 버프를 둘렀고, 머리에는 바이저버프를 썼다. 장갑은 허수아비님의 선물인 프로스펙스 파란색 장갑을 꼈다. 다리에 테이핑하고, 신발에 칩 끼우고 물품보관까지 마치고 나니 8시 25분이었다. 아직 스트레칭을 하지 않았고, 화장실에도 들르지 못했는데.....


 급히 스트레칭하고 가까운 화장실에 갔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도보로 왕복 10분 거리의 화장실까지 달렸다. 소변만 보고 급히 되돌아왔다. 이미 10킬로미터 종목은 출발했다. 부지런히 뛰어서 오다 보니 벌써 힘을 꽤나 빼었구나 싶었다. 오른발 아래 무언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껄끄러웠다. 신발 끈을 풀었다. 배동성씨가 출발 카운트 다운을 하는데 신발을 들고 살펴야 했다. 신발 안쪽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신경과민인가? 발바닥 통증이 낫질 않으니 그런 것인가?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는데 풀코스 주자들은 이미 출발해 버렸다. 졸지에 꼴찌 그룹이 되어 버렸다.


 아는 사람 한 사람 찾을 길이 없었다. 잠실종합운동장 트랙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허리춤에 끼고 있던 휴지가 바지 아래로 빠져나가 버렸다. 다시 주울까 하다가 그냥 나아갔다.


 오늘은 어떤 레이스를 이끌 것인가? 한강시민공원 주로를 만나 올림픽대교 방향으로 달렸다. 첫 1킬로미터는 5분 10초가 걸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 정도 속도면 준수한 것. 2012년, 2014년, 2015년, 2016년에 이어 다섯번째 풀코스를 달리는 손기정평화마라톤. (2013년에는 고창고인돌 마라톤 참가) 지난 해 이 대회에서 3년만에 생애 최고 기록을 3분 줄였다. 그 기록을 오늘 더 줄일 수 있을까? 3시간 32분 08초에서 얼마나? 암사대교 오르막 코스가 있는 이 주로에서 3시간 20분대에 들어갈 수 있을까? 처음에는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었다.


 2킬로미터쯤 달리고 나서 바깥술님을 만났다. 나보다 25초 빨리 출발했다고 했다. 풀코스 300회가 거의 된 것같은데 혹시 오늘 아니예요? 이렇게 물으니 바깥술님은 너무 태연하게 맞다고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히 달려요? 등쪽에 홍보 문구라도 달고 뛰셔야지요. 그럴 일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바깥술님과 한동안 함께 달렸다. 3시간 31분에서 33분 사이의 기록이 예상되는 레이스를 이어나가며. 그동안 같이 했던 풀코스 마라톤의 추억을 되새겼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100번 가까이 함께 달리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SUB-4에 맞추어 달리던 일이 가장 기억이 납니다.

 

 하프 선두주자들이 뒤에서 치고 나왔다.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암사대교 3단 오르막이 나왔다. 앗! 내가 좋아하는 오르막이다. (절대 아니지만) 그렇게 외치면서 바깥술님과 헤어져 더 속도를 올렸다. 앞꿈치에 충격이 가해지니 발바닥이 아팠다. 그래도 치고 나갔다. 선두권 주자가 나오기가 무섭게 3시간 페이스메이커, 3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가 오고 있었다. 3시간 20분 페메를 바짝 뒤쫓는 네 사람이 보였다. 헬스지노님, 특전사님, 광배님, 로운리맨님. 하프 달린다는 상기님을 잠깐 따라가기도 했다. 1차 반환한 후 다시 만나는 오르막이 더 힘들었다.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 시작되자 바깥술님이 따라붙었다. 오실 줄 알았어요. 다시 동반주. 오늘 로운리맨님이 서브 320 할 모양인데요. 아주 날아가던데요. 지난 주 하프를 133으로 달렸다니 충분히 가능할 거예요. 저보고 서브 320하라고 했지만 될리가 없지요. 오늘 따라가기는 힘들겠네요.


 건너편에서 오는 분 가운데 希洙형님이 있었다. 하프를 달리는 형님은 올해 가장 빠른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손을 흔들며 파이팅을 주고 받았다. 

 

 일주일 사이에 너무 떨어진 기온 속에서도 부지런히 달린 결과 15킬로미터부터는 3시간 29분대 가능성이 엿보였다. 4분 57초에서 5분 00초 페이스가 나왔다. 18킬로미터 지점에서 바깥술님이 주로를 이탈하여 둔덕으로 올라갔다. 화장실 들렀다 갈게요. 같이 잘 달렸는데 이를 어쩌나? 외로운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한동안 잠실타워를 보고 달렸는데 이제는 잠실종합운동장을 보며 달리고 있었다. 20킬로미터. 하프 주자들이 좌회전해서 운동장쪽으로 가고 있었다. 양재천 방향으로 꿋꿋이 밀고 나갔다. 양재천을 만났다. 로운리맨님의 훈련 코스. 지금쯤 쏜살처럼 내달리고 있겠지. 늘 훈련하는 곳이니 얼마나 수월할까? 지난 8월 합동 훈련했던 일이 생생하네.


 급수대와 스펀지대가 교차해서 나오는데 스펀지대에 스펀지는 없고 물이 있으니 2.5킬로미터마다 물이나 게토레이를 마셨다. 늘 장갑을 벗고 급수하는 습관이 있었다. 도대체 몇 번이나 장갑을 벗었다 끼었다 한 것일까? 장갑을 끼고 급수를 해 보려 했는데 물컵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일이 가끔 일어났다. 장갑을 벗지 않으면 몇 초씩 저축해 놓을 수 있을텐데. 긴팔 티셔츠를 당기어 올리며 소매에 가려졌던 시계를 보는 일도 성가셨다. 찬 바람 때문에 입이 시려서 버프를 끌어올려 입을 막고 달리기도 했다. 날씨가 추워지니 정말 손이 바빠졌다.


 21킬로미터 지점을 1시간 44분 초반에 지났으니 아슬아슬한 3시간 29분대 페이스였다. 이 때부터는 화장실을 찾으며 달렸다. 킬로미터마다 시간 체크는 전혀 하지 않았다. 22, 23, 24, 25킬로미터 지점을 지나고 나니 부담이 확 줄었다. 남은 거리가 17킬로미터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 다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바닥 통증은 점점 심해졌지만 달려야 할 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위안삼아 달렸다. 다만 힘차게 후반에 스퍼트할 수는 없으리란 게 아쉬웠다. 27킬로미터 지점을 지나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왔다. 30킬로미터 통과 기록은 2시간 29분 30초. 일주일 전보다 1분 30초가 늦었다. 오르막 때문일까? 지난 주보다 잠은 더 잤지만 그동안의 피로 누적 탓일까? 2차 반환을 먼저 한 로운리맨님이 건너편에서 오며 골인한 후 바로 가지 말고 기다려 주세요라고 했다. 마치 내가 로운리맨님을 제치고 먼저 골인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듯한 발언 아닌가? 2차 반환할 때 헬스지노님을 제쳤다. 파이팅에도 답이 없는 것은 여전했다. 화장실에 다녀온 바깥술님은 거의 내 뒤쪽에 있었다. 바로 따라오셨네요. 빨리 오세요. 심심해요. 32킬로미터까지의 기록으로 볼 때 앞으로 5분 페이스로 달려서는 3시간 29분대가 불가능했다. 3시간 30분 초반은 가능해 보였다. 오늘도 그 1분 때문에 악착같이 달려야겠구나 싶었다. 급수대를 만나면 빙판이 있었다. 먼저 간 주자들이 급수하면서 조금씩 흘린 물이 얼어 빙판이 된 것이었다. 조심조심. 건너편에서 오는 홍진님, 한구님, 태현님, 은기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35킬로미터 지점에서 스퍼트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달리는데 자세가 자꾸만 무너지고 있었다. 상체가 앞으로 자주 숙여졌다. 발바닥을 신경쓰면서 자기도 모르게 몸의 밸런스를 잃고 있었다. 체중의 부담도 느꼈다. 금요일 점심 초밥 부페에서 과식했지. 토요일 낮부터 엿, 샌드 과자 3종과 초콜릿 한꺼번에 취식, 2시간 터울로 순대해장라면에 셰프의국수 먹고, 600밀리 콜라 마시고...... 풀코스를 매주 달린다는 이유로 운동량을 줄이면서 옆구리 살을 부풀리기 위하여 애쓴 날들이었다. 풀코스 기록을 늦추는 비법은 저녁 늦게 많이 먹고, 운동을 적게 하면 된다. 그냥 그렇게 일주일을 살았다. 그렇게 해 놓고 대회에 나오면 빨리 달려야 한다고 부담을 준다. 

 

35킬로미터 지점을 지났다. 주황색 머리띠. 로운리맨님이 보였다. 초반과는 너무 다른 속도로 달리고 있어서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까워질수록 로운리맨님이 맞았다. 36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면서 옆에서 중얼거렸다.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이..... 로운리맨님은 내게 서브 330을 하라고 했다. 아직 장담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나아갔다. 춘천과 중앙서울에서 보였던 스퍼트를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찬 바람을 양재천에 모두 모아 놓은 것같은 날씨였다. 달릴 때마다 입이 얼어 붙어 버프를 끌어올려 입을 데우고 숨이 차면 다시 내리고.... 바람이 잦아들면 팔 소매를 걷었다 바람이 세면 다시 내리고.... 코도 자주 풀고....그러기를 반복했다.


  0.195킬로미터 때문에 1분을 벌어 놓으려고 애썼다. 5분 페이스 전후로 달리고 있는 나 자신. 37킬로미터 달렸을 때 3시간 4분 초반이 되지 않으면 3시간 29분대가 어렵고, 38킬로미터 달렸을 때 3시간 9분 초반이 되지 않으면 역시 3시간 29분대가 어려우니 4와 9를 기억하며 달렸다. 39킬로미터 달렸을 때 3시간 13분대가 되었으니 3시간 29분이 가능해졌다. 그렇게 빨리 달리지는 못했지만 앞의 주자들을 한명씩 추월하고는 있었다. 40킬로미터 지점에서 마지막 급수를 하면서 시계를 보니 3시간 18분 16초였다. 팔소매 걷고 버프 내리고 스퍼트했다. 남은 2.195킬로미터를 11분 45초로 뛰었다간 3시간 30분이 넘고 말겠다는 생각. 다리를 건너면서 살짝 곁눈질해 보았지만 바깥술님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해 손기정평화마라톤 때부터 기록 경신을 연달아 했던 일을 떠올렸다. 11월 332, 12월 328, 이듬해 1월 326, 3월 325와 323. 기록 경신의 시발점이 되었던 대회.


 열심히 달렸다. 유트브에 올라온 골인 동영상을 보니 뒤뚱거리는 모습이었다. 발바닥이 아파서 어쩔 수 없었나 보다.


 3시간 28분 16초 97


 지난 해 기록을 5분 가까이 줄이고 말았네. 이게 가능해?

 

  希洙형님은 하프를 완주한 후 클럽 회원을 기다리고 있다가 사진을 찍어주셨다.

 

 요즘 대단하구만. 내가 오늘 145로 뛰었는데, 그것도 기를 쓰고 뛰었는데 그걸 두 번 연달아 뛴 것보다 더 빠르게 들어온 것이니.

 

 잠시 후 로운리맨님이 들어왔다. 큰 소리로 응원했다. 곧 바깥술님이 3시간 34분으로 골인했다. 300회 완주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울컥했다. 마중나가 끌어안았다. 축하드려요.


 바깥술님과 함께 골인한 달물영희님은 여자부 6위에 입상했다.

 

 골인한 후에야 100위까지 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94위였다. 히딩크의 관절생생 약품을 받았다. 3시간 30분 이내에 골인한 사람 가운데 두 명을 뽑아 내년 4월 열리는 괌 마라톤 출전 기회를 준다고 했는데 로운리맨님과 식사하기 위하여 추첨에 참가하지 않고 나왔다. 하지만 식사를 함께 하지 못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빨리 귀가하고 싶다고 했다. 어느때보다 통증이 심해진 발바닥을 조심스럽게 디디며 잠실새내역까지 가서 혼자 식사하고 알라딘 중고서점 잠실신천점에 들어가 책 한 권을 사서 나왔다. 돌아오면서 완주기는 기록하지 않고 책만 읽었다.

 

 올해 28번의 풀코스를 달렸고, 14번 SUB 330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50%의 확률을 오늘 맞추게 되었다. 생애 15번의 3시간 20분대 기록 가운데 14번을 올해 이룬 것이었다.

 

 

손기정이 베를린 올림픽에서 우승하고 받은 메달과 같은 문형이라고 한다.

 

보조경기장 한켠... 얼음이 꽁꽁 얼어 있었다.

 

확실히 추운 날씨라는 것을 느끼겠다. 8시 조금 넘어서.....

 

메달 끈에 "인간이 육체란 의지와 정신에 따라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 손기정의 말이 새겨져 있다.

 

이번에도 110 사이즈를 105 사이즈로 바꾸게 되었다.

 

골인하자마자..... (希洙형님이 찍어주심)

 

허수아비님이 선물한 장갑을 끼고 완주했다.

 

손기정 평화마라톤에서 3시간 20분대로 들어가리라곤 1년 전 이 대회를 완주했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다.

 

로운리맨님, 바깥술님과 함께.....

 

특전사님의 아내, 맹순여사님 드디어 풀코스 200회를 달성했다. 이 분이 100회할 때 나는 최악의 기록으로 골인했었다. 4시간 59분.

 

94위에 올랐다.

 

31위 하신 분은 용왕산마라톤클럽 소속인데 30여초 차이로 서브3를 놓쳤다.

 

시상품을 받으러 갔다. (로운리맨님이 찍어주심)

 

순위 확인중

 

상품을 받았어요.

 

히딩크의 관절생생...... 건강기능식품이란다.

 

1일 2회 섭취하도록 되어 있다.

 

육쌈냉면에 가서 혼자......

 

칼국수와 고기로.....

 

밤에는 유통기한이 훌쩍 지난 돈까스를 튀겨서......영양 보충

 

 

 

 

 

 

 

 

이런 추첨 행사가 있는 것도 완주한 후에 알았다.

내게 추첨권이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