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마라톤(2017.10.29) | 중앙서울마라톤(2017.11.5) | |
ㅌ님 | 3:08:15 | 3:03:43 |
ㅂ님 | 3:26:43 | 3:22:23 |
ㄷ님 | 3:34:48 | 3:33:00 |
ㄹ님 | 3:29:19 | 3:27:22 |
그런데 나는? 춘천마라톤에서 3:26:11이었는데 중앙서울마라톤에서는 3:39:57이다. 비단 올해만 그런 것은 아니다.
2014년 춘마 3:36:20 중마 3:43:22
2016년 춘마 3:35:26 중마 3:47:40
다들 중앙서울마라톤에서는 춘천마라톤보다는 기록이 잘 나온다고 말하고 실제 결과도 그 말을 증명하는데 어떻게..... 나는 예외가 되고 있다.
0-10km: 51분 15초
10-20km: 58분 27초
20-30km: 50분 50초
30-40km: 49분 58초
10킬로미터부터 20킬로미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
대회 전날이었다. 출판 감수하는 과정에서 문서를 추가할 내용이 있다며 친구가 찾아왔다. 일일이 타이핑해야 하는 일이라 빨라도 네 시간 쯤 걸리는 일이라고 했다. 다음 주 초, 급하면 일요일 오후에 하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시간이 없다고 했다. 오후 6시 쯤 오라고 했다. 동네 커피숍에서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짓자고 했다. 부지런히 해서 밤 10시쯤이면 작업을 마무리하고 대회 전날 충분히 휴식할 여유가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런데 친구는 7시 20분에야 연락을 해왔다. 이제서야 출발한다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 저녁부터 먹자고 했다. 저녁식사를 마친 시각이 8시 40분이었다. 그때부터 4시간 작업을 한다고 하면 자정이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트레스가 생기니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었다. 아주 매운 쭈꾸미 비빔밥 메뉴를 골랐고, 보쌈도 먹었다. 밥을 먹자마자 부지런히 타이핑 작업을 해 나가는데 점점 피곤해졌다. 밤늦게 작업을 끝내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대비하여 마당의 화분도 실내로 옮겨야 했다. 중앙서울마라톤을 대하는 내 입장이 이런 것이었다. 춘천마라톤 전이라면 친구가 부탁해도 가차없이 거절했을 것이고, 매운 쭈꾸미를 먹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음 날 새벽 4시 49분에 일어났다. 어차피 잠은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오른쪽 눈까지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전날 컴퓨터 작업하느라 너무 무리했던 거다. 피로감이 심했고 열흘 이상 이어진 발바닥 통증은 아직 낫지 않았다.
새벽 5시 40분 기온은 영상 2도. 내가 늘 바라는 대회 기온이 되었는데 내 컨디션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아세탈님은 체중 감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전의를 상실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완주가 어려울 것같아 불참할 것같다고 했다. '같다'라는 미정 발언이 이내 '출근도 해야 한다'는 확정 발언이 되었다. 메이저 대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그 심정을 헤아려 보니 맥이 풀렸다. 전의 상실+전의 상실. 새벽 6시 40분을 조금 넘어 대회장에 도착했지만 화장실마다 장사진이었다. 결국 걷고 또 걸어 한강시민공원까지 갔다. 거기서 근심을 푸는데 속이 그리 편하지 않았다. 전날 너무 매운 것을, 또 많이 먹은 모양이었다. 뛰다 보면 나아지겠지. 쌀쌀했지만 반팔 티셔츠를 입었다. 오랜만에 하얀 색을 입었다. 화장실 다녀오느라 시간을 많이 써서 출발 30분 전에야 짐을 맡기러 갔더니 줄이 너무 길었다. 메이저 대회에서는 출발 1시간 전에 늘 짐을 맡겼던 나로서는 오랜만에 경험하는 긴 줄이었다. 짐을 맡기고 나니 출발까지는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소변을 보기 위하여 종합운동장역 화장실로 뛰어갔다. 출발이 코 앞인데 여기도 줄을 서 있는 풀코스 주자들이 적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거의 8시가 다 되어 버렸다. A그룹이라 D그룹 후미에서부터 비집고 들어가느라 주자들에게 피해를 많이 주었다. 그냥 뒤에서 출발해도 될 것을..... 중앙서울마라톤 생애 첫 A그룹이라는 혜택을 누려보고 싶었던가.....
출발했다. 쭈욱 달려나가는데 발바닥이 신경쓰여서 속도를 낼 수 없었다. 바닥이 많이 닳은 타사질 와이드를 신어서 아스팔트의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날씨가 싸늘하기는 했지만 춥지는 않았다. 어느덧 기온이 오른 것이었다. 발바닥 통증을 안고도 첫 1킬로미터가 5분 10초가 걸렸다. 선방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5분 10초 페이스면 나쁜 게 아니니. 지난 주 춘천에서 첫 1킬로미터는 5분 20초 아니었나.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도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계속 5분 10초대 페이스는 나왔다. 마음만 먹으면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에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가 있었다. 4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뒤에서 로운리맨님이 나타났다. 교통편 연계 문제로 대회장에 늦게 도착해서 뒤에서부터 치고 나오느라 애먹었다고 했다. 매서운 페이스로 달려가는데 오늘은 끝날 때까지 저 분홍색 모자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발바닥 통증에 좋지 않은 속은 나아지지 않았다. 8킬로미터 지점 주유소 화장실에 다녀왔다. 주로에서 화장실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좀더 가까이 있는 주유소 화장실을 찾았어야 했다. 먼 화장실에 다녀오는 바람에 50분대 초반에 갈 수 있었던 첫 10킬로미터를 51분을 넘겼다. 전날 법규님이 '오늘은 충분한 수면으로 내일 중마 Sub 320하세요! 화이팅!'이라는 응원을 보내어 왔는데 오늘은 불가능한 sub 320이었다. 소변만 봐도 몸이 개운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점점 속이 나빠졌다. 발바닥 신경쓰랴 뱃속 신경쓰랴 조심스럽게 달리다 보니 속도가 날리 없었다. 12킬로미터쯤에서 태현님이 뒤에서 추월하며 오늘은 왜 이렇게 늦게 달리느냐고 물었다. 화장실에 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대로는 못 뛰겠어요. 법규님 생각이 났다. 달리다가 급해서 길가로 뛰어내려가 볼 일을 보던 일. 허수아비님 생각도 났다. 화장실에 가지 못한 채로 달려서 죽을 고생을 했던 일. 나 역시 풀코스를 달리다 화장실에 들렀던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달리면 달릴수록 몸은 신호를 보내왔다. 몸 속에 있는 노폐물을 빼내지 않으면 안된다고. 기록을 신경쓸 게 아니었다. 근심부터 우선 풀어야 했다. 앞으로 30킬로미터를 속을 앓아가며 달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으슥한 곳이 나오면 뛰어들어야 하는데.... 휴지는? 달리다 보면 마라토너들이 버린 장갑이 몇 개가 떨어져 있었다. 장갑 한 켤레를 주웠다. 급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걸로 휴지를 대신해야지. 그런데 으슥한 곳을 찾을 길이 없었다. 15킬로미터 가기 직전 수서역이 나왔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수서역 1-1번 출입구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계단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되돌아올 수는 없었다. 달리기를 포기한 주자 몇 명이 배번을 떼고 지하철을 타러 가고 있었다. 수서역 화장실 칸이 많지 않아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 앉아야 했다. 속을 비워내는데 쉽지 않았다. 매운 음식으로 과식을 한 게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네. 벌써 오늘 큰 것만 세 번째네. 지상에서는 풀코스 주자들이 열심히 달리고 있을텐데 이 무슨 일이람? 포기할까? 어떻게 사람이 출전한 대회마다 모두 완주하겠느냐고? 수서역에 들어온 지 5분, 6분, 7분.... 피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어차피 올해는 뛸 생각도 없었던 중앙서울마라톤인데 그만 두지. 지하철 타고 잠실종합운동장으로 돌아가자. 거기서 로운리맨님을 기다리도록 하지. 아! 로운리맨님. 뉴발란스 런온서울 대회에서 중앙서울마라톤 출전권을 획득하여 내게 선물했는데 앞에서 레이스를 이끌어 드리지도 못하고 포기까지 해 버린다고? 출전권 획득하느라 너무 힘을 써서 후유증을 심하게 앓기까지 했는데.....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그럼 화장실에서 좀더 시간을 보내면서 철저하게 속을 비워내고 돌아가야겠다 싶었다. 아주 조용한 화장실에서 주자들의 발걸음 소리와 응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상상할 수 있었다. 화장실 이용 역대 최장시간 기록을 세우고 지상으로 돌아갔다. 1-1번 출입구 계단은 왜 이리 많고 가파른지..... 장장 12분을 화장실에 다녀오는 데 썼다. 이렇게 3시간 20분대 진입을 완전히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3시간 20분대에 뛰려면 지금부터라도 3시간 10분대 이내의 기량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오늘 가당키나 한 일이겠는가.
차갑게 식어버린 몸을 다시 데우기 위하여 노력했다. 내 앞에 있는 파란 풍선들은 뭘까? 3시간 40분인가, 50분인가? 믿고 싶지 않았지만 4시간 페이스메이커 풍선이었다. 이들보다 먼저 출발했는데 그들보다 뒤에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내가 그렇게 늦었단 말인가? 16킬로미터를 가기 전에 네 개의 풍선 앞으로 나갈 수는 있었다. 앞쪽에 있는 풍선은 3시간 50분 페메인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4시간 페메였다.
3시간 50분, 3시간 40분, 3시간 30분, 3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 풍선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하프를 1시간 55분 초반대에 지났는데 지난 주 춘천에서보다 11분이 늦었다. 날린 시간을 만회해 해보려고 애써본들 너무 많이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리기란 불가능했다.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를 도와주고 있는 은기님을 만나 파이팅을 외쳤다. 은기님이 놀라서 물었다. 오늘 왜 이렇게 늦게 달려요?
건너편 주로에서 흑인 엘리트 선수들이 지나가고 국내 남자 선수들도 오고 있었다. 마스터즈들이 달리면서 응원을 아끼지 않는데 이들은 답하지 않았다.
엘리트 여자 1등 선수도 오고 있었다. 눈에 띄는 미모의 소유자. 어디서 본 것같은데. 내가 엘리트 선수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었을텐데..... 만난 적이 있었나? 연예인 중에 누굴 닮아서일까? 텔레비전에서 보았나? 아닌데 그런 느낌이 아닌데. 매우 가까운 곳에서 직접 본 적이 있는 느낌이 드는데..... 도대체 누구일까?
2시간 40분대로 달리는 찬일님에게 응원을 보내어 답을 받았다. 3시간 페이스메이커 바로 뒤 쪽에 특전사님이 달리고 있어 큰소리로 응원했다. SUB-3를 달성하고자 애를 쓰고 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반응이 미지근했다. 싱글 스피드로 나아가는 광배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고가 때문에 건너편에서 오는 주자를 보지 못하는 구간이 있었다. 내가 너무 늦어 로운리맨님을 마주 볼 기회를 놓쳤나 싶었다. 건너편 25킬로미터 급수대쪽에서 로운리맨님을 찾아내었다. 매우 빠른 페이스로 가고 있었다. 큰 소리로 응원했다.
물 마시고 포카리스웨트 마시고 초코파이 먹고 바나나 먹고.... 스펀지는 두 번만 이용하고..... 1킬로미터, 1킬로미터.... 조금씩 조금씩....
28킬로미터 지점에 가서야 3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 그룹을 제쳤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제친 후 12킬로미터를 달린 후에야 10분 빠른 페이스메이커를 제쳤다. 지난 해 3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를 41킬로미터를 달리고 나서 제친 것에 비하면 빠른 것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은수님을 만나 응원을 주고 받기도 했고.....
30킬로미터 지점은 2시간 40분 30초에 지났으니 춘천마라톤 때보다 12분이 늦었다. 화장실에서 잃어버린 시간 만큼 늦었다.
한구님도 만났다. 왜 이렇게 늦게 달리느냐는 질문을 또 받았다.
32킬로미터쯤 뛰었을 때 계산으로 머릿 속이 복잡했다. 지금부터 3시간 29분대의 페이스인 킬로미터당 4분 59초 페이스로 남은 12.195킬로미터를 가면 3시간 42분대의 완주가 예상되었다. 내가 지금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무엇일까 생각했다. 3시간 39분 59초. 3시간 39분대로 들어가려면, 3시간 39분 59초로 골인하여 3시간 30분대 주자라는 수식어를 얻으려면 남은 12.195킬로미터를 1시간 이내에 달려야 했다. 일단 스피드를 조금 올려서 1킬로미터 구간 기록을 체크해 보기로 했다. 제법 빠르니 4분 40초쯤 나왔나 하고 33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정확히 5분 페이스였다. 그렇지. 오늘은 아무리 애를 써봐도 페이스가 오르지 않는 날이야. 올해 최악의 기록은 3시간 47분대. 사실 조금 스피드를 늦추어도 그 보다는 늦지 않을 것같으니 지난 해 중앙서울마라톤의 기록인 3시간 47분대 기록은 깨뜨릴 것이다. 그럼 선방했다고 봐야지. 오늘은 열심히 뛰어 발바닥을 마비시켜 통증을 잊어보려고 해도 되질 않네. 지금부터 스피드를 더 올리지 않는 한 3시간 39분대는 불가능한데. 꼭 339를 해야 하나? 그건 아니지 않는가? 지난 9월 공주와 인천송도에서도 굳이 3시간 39분대로 골인하기 위하여 어지간히 애썼다.
2010년 이후 못 들어가고 있는 중앙서울마라톤의 3시간 30분대 기록.
문제가 한 가지 더 있었다.
소변을 보고 싶었다. 대로를 달리고 있자니 도무지 소변 볼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소변보는 데 시간을 쓸 경우 정말 339는 불가능할 거였다. 열심히 달려도 5분 페이스였다. 그러다 35킬로미터 지점에서 36킬로미터 지점까지의 페이스는 4분 50초가 나왔다. 곧 태현님을 만났다. 화장실 다녀오고 나서 20킬로미터를 더 달리고서야 뵙는 것이었다. 달리다 소변을 보지 말고, 빨리 골인하여 소변을 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전에는 근심거리 하나라도 해결하고 달리는 게 더 빨라질 거라고 하더니.... 이랬다 저랬다 한다. 이제 3시간 42분에서 10초를 줄였으니 골인 예상 기록은 3시간 41분 50초. 그때부터 속된 말로 질렀다. 에라 모르겠다 식이었다. 시계도 보지 않았다. 되면 되는 것이고 안 되면 말고..... 줄넘기 마라토너를 만나 응원을 보내며 추월한 이후 37킬로미터 지점 수서역에 되돌아오자 만감이 교차했다. 아! 화장실! 또 갈 수는 없지. 수서역이 후반 주자를 응원하기 좋은 장소라 그런지 동호회 회원들이 자신의 동호회 주자들을 아주 격렬하게 응원하였다. 응원부대가 주로의 반 이상을 잠식하여 주로를 좁게 만들어 인의 장벽 소로를 따라 달리는 느낌이었다. 나를 응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껏 고무되어 앞으로 나아갔다. 참 잘 달리는 여성 주자들 가운데 젊은 여성도 많았는데.... 기억이 났다. 풀코스 여자부 1위로 달리던 여성. 김도연이다! 풀코스에 데뷔했는지 몰랐는데..... 4년 전 인천 전국체전 여자 1만 미터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대회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던 선수. 그 때 현장에 내가 있었다. 가족을 만나러 관중석에까지 올라온 적이 있었고 바로 옆에 내가 있었다. 참 예쁜 육상 선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4년 전 인천전국체전 포스팅했을 때 이름까지 기록해 놓았다. (김도연은 여자 2등과 무려 17분 차이로 1등을 차지했다. 곧 2시간 20분대 골인이 유력하며 20년 묵은 한국 여자마라톤 기록을 깨뜨릴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올해 5천미터 여자 한국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커피와 빵을 끊어 7킬로그램을 감량했다고 했다.)
지난 해에는 후반에 주로의 고도가 신경쓰였지만 올해는 스피드만 생각하면서 갔다. 그러다 속도마저 잊어버리고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을 옮겼다. 시계를 보지 않다가 40킬로미터 지점 급수대에서야 시계를 보았다. 3시간 30분 26초였다. 3시간 39분 59초로 골인하려면 남은 2.195킬로미터를 9분 33초로 달려야 했다. 지난 주 3시간 26분대로 달렸던 춘천마라톤에서 마지막 2.195킬로미터를 9분 42초로 달렸는데 그 보다 빨리 달려야 하다니..... 되든 안 되든. 죽을 힘을 다하여 스퍼트했다. 지난 해 춘천마라톤에서 9분 21초로 달린 적이 있으니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초반에 잃어버린 시간을 한꺼번에 보충하겠다는 마음으로 달렸다. 35킬로미터 지점에서 초반과 다른 마라톤을 했고, 40킬로미터 지점에서 또 다시 완전히 다른 마라톤을 하고 있었다. 41킬로미터 표지판은 보이지 않았고, 좌회전할 때 41.195킬로미터 지점 거리 표지판은 있었다. 보고 싶지 않았지만 시계를 보았다. 3시간 36분이 막 넘어가고 있었다. 내 기록을 3시간 40분 XX초가 되지 않게 하려면 남은 1킬로미터를 4분 이내로 달려야 하는데.....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미리 조금 빨리 달려 놓지. 하지만 오늘 내게는 그게 되지 않았던 날이었기에 이러고 있었다.
무아지경.
바리케이드 바깥쪽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모든 이들이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잠실종합운동장 트랙으로 들어섰다. 앞의 주자들을 피하기 위하여 트랙을 크게 돌아서 달렸다. 되면 되는 것이고... 안 되면 안 되는 것이고.... 최선을 다했다.
시계를 보다가 시간을 잃어버릴까봐 시계도 보지 못했다. 3시간 40분 00초, 3시간 40분 01초.... 이럴 수도 있으니....
마침내 골인 아치를 통과했다.
3시간 39분 57초
마지막 2.195킬로미터를 9분 31초에 달렸다.
골인한 후 화장실로 후반 스퍼트만큼의 속도로 달려갔다.
나를 오래 기다린 로운리맨님을 탈의실 뒤쪽에서 만났다. 원래 완주 후 회합은 아세탈님과 만나 쿠우쿠우 건대점에 가는 것이었는데 아세탈님이 나오지 못하였으니 둘이서 잠실새내역쪽으로 걸어가 아쉬운대로 설렁탕을 먹었다. 지난 해처럼 알라딘 중고서점 신천점에도 들렀다. 로운리맨님은 올해 국내 3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서브 330으로 골인했다고 했다. 오늘 기록은 중앙서울마라톤 기록을 1초 경신한 것이라고 했다. 1초..... 무서운 내공이네.
원래 내 목표가 뭐였더라?
2차 목표: 3시간 35분 25초의 중앙서울마라톤 기록 경신
3차 목표: 11월 최고 기록인 3시간 32분 08초 기록 경신
4차 목표: 3시간 20분대로 골인하여 올해 메이저대회 모두 3시간 20분대 완주
5차 목표: 3시간 23분 09초의 개인 기록 경신
6차 목표: 3시간 19분대 골인. 생애 첫 SUB 320 달성
아무것도 못했다. 그래도 아쉬운 게 전혀 없었다. 이게 내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최대치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대회를 메이저대회라고 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중앙서울마라톤은 아직도 내게는 메이저 대회가 아닌 모양이었다. 메이저대회라고 생각했다면 대회 전날 태도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 태도에 따라 다음날 결과도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1차 목표는 달성했다. 풀코스 완주.
이 매운 쭈꾸미 볶음 덕분에(?) 호된 마라톤을 경험했다.
보쌈도 있었다.
친구가 밥을 더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 쭈꾸미는 매워야 하는데 싱거워질까봐......
제법 양도 많았다.
커피숍에서 작업을 시작하는 시간이 8시 53분을 넘었을 때였다.
어쨌든 작업을 빨리 마무리짓고 쉬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
새벽 5시 40분경 찍은 사진.... 영상 2도....
모처럼 105 사이즈를 선택했다. 뉴발란스 의류도 이제는 110 사이즈가 커서 못 입겠다.
올해는 코스에 조금 변화가 생겼다. 지난 해 하고 있던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주로에 조정이 생긴 듯.
41킬로미터 지점에서도 바로 좌회전하지 않고 좀더 나아가 좌회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마라톤대회가 끝나면 교통 통제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글이 도배된다.
오랜만에 밝은 색 상의를 입고 달렸다.
41.3킬로미터 지점이라고 한다.
마지막 스퍼트.... 골인 지점까지 10미터도 남지 않을 때였다.
완주메달을 들고. (로운리맨님이 찍어주심)
생애 다섯번째 중앙서울마라톤 완주.
허수아비님이 고단백으로 리커버리하라고 하여 롯데마트 삼양점에 가서 소고기를 사왔다.
그나마 저렴한 호주산으로......
유부초밥과 김밥은 20%에서 30%로 할인률이 커질 때를 기다려 사 왔다.
sub 340하느라 진을 다 뺐다.
중간에 너무 많이 잃어버린 시간의 타격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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