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경주에 머무르면서 오후 12시부터 4시까지는 망중한이었다.
조용히 책을 읽을만한 장소를 찾았다. 계림중학교 사거리에서 경주시민운동장쪽으로 가는 길 수풀에 정자가 하나 있었다. 그 정자 옆에는 빨간색 외관의 직육면체 구조물이 있어 '숲속 책쉼터'라는 명패를 달고 있었다. 책이 제법 있었는데 굳이 서가에서 빼어 읽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갖고 간 책이 있었으니.....
정자에 신발을 벗고 올라가 <러시아의 맥베스부인>을 읽었다. 햄버거도 먹고 아이스커피와 콜라도 마시면서 독서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선풍기도 부채도 필요없이 시원한 곳이었다. 차도 별로 다니지 않아 고요함이 꽉 들어찬 공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르신들의 휴식 공간이기도 해서 조금 시간이 흐르자 한 분 두 분이 모여 들었다. 쉬시는 것은 좋은데 이런저런 대화를 하니 내 집중력이 자꾸만 흩뜨러졌다. 다른 곳으로 옮길까 하다가 그냥 집중력을 테스트하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좀더 책에 매달렸다. 내용에 빠져들면 옆에서 무슨 소리를 하건 들리지 않았다. 책을 읽고 있는데 어르신 한 분이 복숭아를 먹어보라며 갖다 주었다. 먹기 좋게 잘 잘라서..... <러시아의 맥베스부인>은 그다지 길지 않아서 다 읽을 수 있었다. 어르신에게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정자를 천천히 빠져나왔다.
경주국제마라톤 대회에서 출발하면서 오른편을 보면 이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정자에 올라가서 독서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도 없는데다 매우 시원하였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는데 그야 상관없었다.
몇 권 눈에 띄는 책은 있었지만 갖고 간 책을 읽기로 했다.
CU에서 구입한 얼음컵에 아메리카노 스위트를 부어서.....
1천원짜리 불고기버거는 간식으로.....
강북문화정보도서관에서 빌려간 <러시아의 맥베스부인>을 읽었다.
강렬한 스토리에 인상적인 여자주인공이 나온다.
여러가지 의미 탐구가 가능한 중편소설이었다. 니콜라이 레스코프라는 러시아 소설가를 처음 만났다.
그 수준은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못지 않다고 하는데.....
삼각김밥은 저녁 식사 대용으로 미리 준비해 놓았다.
커피를 다 마시고 얼음이 많이 남아 거기 콜라를 부으니 연달아 시원한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이 곳에 놀러오신 어르신이 주신 복숭아.
복숭아의 주인은 남자분이지만 이 복숭아를 깍아주신 분은 여자분이었다.
다음 날도 이 곳을 보았지만 이번에는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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