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넘어가려고 했다.
몇 달에 한번, 그것도 한 마리 정도 눈에 띌까 말까 했던 쥐가 하루에도 몇 번씩, 그것도 여러 마리라 더 이상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마당 평상에 앉아 있으면 바로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반지하 방쪽으로 들어서면 구석으로 숨었다. 수시로 부시럭부시럭거리고.....
전에는 고양이가 자주 와서 이런 일이 없었는데 천적이 없으니 내 거주지는 쥐들의 천국이 되어 버렸다.
쥐들아! 내가 너희들의 천적이 되어주마. 너희들의 천국은 이제 지옥이 되리라.
십 수년 전 사 놓고 남아 있던 끈끈이를 장독대 옆에 펼쳐 놓았다. (2017년 5월 17일 저녁)
밤이 깊어지기 전에 큰 녀석 한 마리를 잡았다. 이 녀석 덩치가 커서 끈끈이 판을 밀고 다녔다. 끈끈이를 떼어내려고 애를 쓰는데 그냥 내버려 두었다간 떼고 달아날 것같았다. 붙어서 수명이 다하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끈끈이 판을 접어서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기로 했다. 삽으로 접으려고 하는데 포획된 쥐는 공포에 질린 듯 비명을 질렀다.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처리했다. 살생중죄 금일참회. 殺生重罪 今日懺悔. 발보리심. 發菩提心.
우리 집에는 너무 많은 쥐가 산다. 도대체 몇 마리가 사는지 모른다. 쥐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할 길이 없어서 호구 조사하기가 어렵다. 화단쪽 흙을 매일 파헤치는 것을 보면 대규모 공사를 벌일 숫자는 되어 보인다.
따로 신경쓸게 많아서 쥐잡기를 미루고 있다가 샤워기 호스와 샤워기 헤드를 구입하러 다이소 매장에 간 김에 쥐잡이 끈끈이도 샀다. 그날은 비가 내리고 있어서 설치하지 못했다. 다음날 저녁(5월 24일) 두 개를 설치했다. 쥐가 잡히는지 바로 확인하기 위하여 마당 평상 위에 조명을 설치하고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읽었다. 침묵 분위기 속에 쥐의 비명이 들렸다. Gotcha! 잡혔구나! 장독의 후미진 장소에서 한 마리가 먼저 잡혔고, 장독대 아래쪽 통로에서 또 한 마리가 잡혔다. 한번 걸리면 영영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작은 쥐였다. 그 와중에 마당 앞을 지나다니는 큰 쥐가 있었다. 저런 쥐는 끈끈이를 밟아도 바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같았다. 저 녀석은 약을 써야 해.
또 한번의 소음. 같은 끈끈이에 한 마리가 더 잡혔다. 독서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잡히는 숫자도 늘어났다. 녀석들은 빠져나가려고 요동을 쳐 보지만 점점 힘이 빠지는 기색이 느껴졌다. 한 군데는 계속 한 마리만 잡혀 있었는데 처음 설치한 자리에는 급기야 네 마리까지 잡혔다. 마지막 잡힌 쥐는 제법 컸다. 그래, 너같은 녀석이 잡혀야 해. 쥐들이 지치기를 기다렸다. <침묵> 읽기는 계속되었다. 틈틈이 쥐가 잘 붙어 있는지 확인했다. 마지막 포획된 쥐는 힘이 좋아서 상체는 거의 빠져나왔고 뒷다리를 끈끈이에서 떼어내기 직전이었다. 삽을 가져가서 쥐를 한바퀴 돌려 단단히 붙여 놓았다. 쇠붙이가 제 몸에 닿을 때 질러대는 소리는 애절했다. 잔인하구나. 나란 인간..... 날이 바뀌어 새벽 1시가 되었을 무렵 해결사처럼 뒷처리하였다. 살생중죄 금일참회. 殺生重罪 今日懺悔. 발보리심. 發菩提心.
일주일 동안 여섯 마리를 잡았다. 그래서일까? 일단 쥐는 눈에 띄지 않는다. 한 마리만 붙어 있는 끈끈이는 아직 치우지 않았는데 더 이상 쥐는 잡히지 않는다. 엉뚱하게 바퀴벌레와 파리가 여러 마리 붙어 있다. 쥐가 다 없어진 것인가? 경계심이 많은 짐승이라 조심하는 것이리라. 더 이상 화단을 파헤친 흔적이 없다고 해서 쥐가 이렇게 외치며 사라지지는 않았으리라 본다. '천적이 나타났어. 이 집을 떠나야 해.'
5월 26일 쌀쥐약도 인터넷으로 구매하였다. 배송은 다음 주 화요일..... 배송비를 면제받기 위하여 50g 20봉이나 구입했지만 전혀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초강력 쥐끈끈이를 구입했다. 2매가 들어 있다.
박스 형태로 펼쳐서 설치하면 된다. 땅콩향 접착제가 발라져 있고 요철이 있어서 종전 끈끈이보다 업그레이드된 제품이다.
아몬드도 몇 개 뿌려서 유인 효과를 높였다.
장독대 뒷편 후미진 곳에 배치했다.
단 몇 십 분만에 한 마리가 잡혔다. (미관상 좋지 않으니 쥐의 모습은 가렸다.)
장독대 아래쪽 하수구 옆에 설치한 끈끈이에도 한 마리가 잡혔다. 이쪽 끈끈이에는 더 이상 잡히지 않았다.
한 마리가 더 잡혔다.
한 마리 추가. 세 마리로 늘어났다.
네 마리까지 붙었다. 한 장에 한 마리만 붙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으로 붙은 쥐는 덩치가 제법 컸다. 시간이 지날수록 끈끈이에서 떨어져 나오고 있었다. 보내줄 수는 없었다. 탈출 직전 막았다.
쿠팡에서 주문한 쌀쥐약.... 5월 30일 배송된다.
아직 굳지 않은 시멘트를 밟고 지나가 쥐의 발자국이 남았다. (2017.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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