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文化生活)

영화 <랜드 오브 마인> (2017/05/06)

HoonzK 2017. 5. 9. 21:56

 KU 시네마트랩에 간 것이 무려 9개월만이었다. <부산행>을 보고는 가 본 일이 없었으니.

오로지 <랜드 오브 마인>을 보러 간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났지만 덴마크 서해안에는 220만개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었다. 이 지뢰를 제거하는 작업에 독일군 포로가 대거 투입되었다. 그 가운데 독일 소년병들의 일화를 다룬 것이 <랜드 오브 마인>이다. Land of Mine. 지뢰밭이나 지뢰지대라고 해석하면 되겠다. 13명의 독일 소년병들은 제대로 배급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잦은 구타와 욕설에 시달리며 한 시간에 여섯 개씩 지뢰를 찾아내어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스캘링엔에 매설된 4만 5천개의 지뢰를 모두 찾아서 해체하면 고국으로 보내주겠다는 말을 믿고 목숨을 건 지뢰 해체 작업에 나선다. 독일 소년병들은 지뢰만 제거하면 고국으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지옥같은 삶을 견디어낸다. 지뢰가 제대로 제거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일렬횡대로 서서 왔다갔다 하는 죽음의 행진도 감수해야 한다. 지뢰를 모두 제거하고 살아남은 소년병은 몇 명 되지 않지만 이들에게 안전한 귀국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상부에서는 소년병들이 유경험자가 되었다는 이유로 지뢰 제거가 더 힘든 지뢰 지대에 투입시킨다. 고국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라스무센 상사는 상급자와 충돌한다. 아직 어린 아이에 지나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하지만 상급자는 전쟁에 나설 나이면 전후 처리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돌려보내지 않는다. 과연 라스무센 상사는 소년병들과 한 약속을 지킬 것인가? (여기까지만 해도 스포일링을 많이 했으니 이쯤에서.....)

 

 2차 세계대전의 가해자였다는 이유로 좀처럼 이야기할 수 없었던 피해자 독일의 이야기이다. 귄터 그라스의 <게걸음으로>가 떠올랐다. 1945년 1월 빌헬름 구스틀로프호는 소련 잠수함의 공격을 받고 침몰된다. 어린 아이 4천명, 피란민, 부상병 등 1만명 가까운 인원이 수장된다. 비극적 참상의 전모는 감추어졌다. 독일 역시 2차 세계대전의 가해자이기에 도의상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 독일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게걸음으로>와 <랜드 오브 마인>은 일맥상통한다.

 

 

개봉일이 2017년 4월 6일, 정확히 한 달만에 나는 영화를 본다.

 

 

조조할인으로 6천원을 지불했다. 정상 가격은 8천원이다.

 

 

 

극장 내에서는 음식물 취식이 금지되니 CU에서 구입한 단팥듬뿍빵과 아에분유를 미리 먹었다.

 

 

영화 관람객은 나까지 단 두 명이었다.

 

 

세븐 쿠폰을 발급받았다. 6개월 유효기간이니 11월초까지는 6편을 더 봐야 무료로 영화를 한 편 더 볼 수 있다.

 

 

 

고려대 정문.... 강당을 새로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을 피하여 가다 보니 이런 오솔길을 다 만난다. 처음보는 길이다.

 

 

이 계단을 따라오르면 4층에 있는 영화관으로 직접 통한다.

 

 

 

목재 계단이 나름대로 분위기 있다.

 

 

 

영화 <문라이트>가 아직도 상영중이네.

 

 

 

 


 ※ 철책 앞에서 군 복무할 때였다. 전역하던 해 군사분계선 주변에 설치했던 지뢰를 제거하고 수색로를 확대하라는 작전 명령을 받았다. 전역 직전까지 지뢰 제거와 경계 임무를 계속하였다. 남방한계선 통문을 열고 들어가기 직전 짙은 안개로 출발이 지연되었던 어느 날이었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지뢰 탐지 장비를 실어 나르는 운전병이 내게 책 한 권을 내밀었다.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이었다. 기다림이 길어져 책을 모두 읽었다. 그리고 그 날 군사분계선 근처 계곡에서 발목 지뢰가 터져 파견나온 하사관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 맨후미에서 구조 작전을 지휘했다. 사단장 표창이 상신되었다. 받지 않았다. 수여일이 전역 사흘 후였기 때문이었다. <우동 한 그릇>은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 되고 말았다. 내용보다는 늘 지뢰가 터진 날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라는 게 역설적이지만. 전역한 후 10년이 지나서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일본어로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