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애환(讀書哀歡)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HoonzK 2017. 3. 7. 23:22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3권을 읽지 못한 상태에서 <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도 읽었다. 지난 해(2013년) 출판되면서 하루키 열풍을 다시 몰고 온 소설. 제목도 긴 소설을 지방에 다녀오면서 모두 읽었다. (2014년 3월-3년 전 서술)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양억관 옮김. 민음사 1판 1쇄 2013. 7. 1

 

 다자키 쓰쿠루를 중심으로 한 남여 혼성 5인방의 이야기. 색채가 없다는 것은 다른 친구들 이름에 색깔을 의미하는 한자가 꼭 들어 있었던 것과 달리 다자키 쓰쿠루에게는 그런 한자가 들어있지 않아서였다.

 


Mr. Red  赤松慶 아카마쓰 게이
Mr. Blue  菁海悅夫 오우미 요시오
Miss White 白根柚木 시라네 유즈키
Miss Black  黑埜惠理 구로노 에리

 

 

 다자키만이 색깔과 인연이 없었다. (14) 똘똘 뭉쳐 지내던 절친 관계이다가 어느날 갑자기 나머지 네 명의 친구로부터 다자키 쓰쿠루는 절교를 당한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이유를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두려워 다자키는 그저 자책하며 살아간다. 자살까지 떠올리며. 16년이나 지나서야 다자키 쓰쿠루는 절교를 선언했던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아카: 탁월한 성적. 작은 키. 아버지는 나고야대학 경제학부 교수
아오: 럭비부 포워드. 건장한 체격. 활달한 성격. 대식가
시로: 옛날 일본 인형을 연상시키는 단정한 얼굴. 모델처럼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매. 윤기흐르는 긴 머리카락. 성실하고 곧은 성격. 주목받는 건 질색인 성격. 뛰어난 피아노 연주 솜씨.

구로: 생기있는 표정, 애교있으며 풍만한 몸. 터프하고 자립심이 강함. 인문계 과목 성적 우수. 아버지는 세무사 사무실 근무.

 

 다자키 쓰쿠루는 친구들과 재회하면서 어이없는 이야기를 듣는다. 친구들이 그에게 절교를 선언한 것은 시로가 한 말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다자키가 시로를 강간했다는 말을 듣고 절교하겠다고 했다. 친구들은 다자키가 그럴리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시로 때문에 다자키를 그들의 영역에서 밀어내었다는 것이다. 아오는 말한다.

 

 난 천하태평 스포츠맨이고, 아카는 두뇌명석한 인텔리, 시로는 가련한 처녀, 구로는 기지 넘치는 코미디언, 그리고 넌 집안 좋은 도련님. 202

 

 프란츠 리스트의 <르 말 뒤 페이 Le Mal du Pays>, <순례의 해>라는 소곡집의 제1년, 스위스. 그 음악에 젖어 살았던 쓰쿠루는 수영장에서 대학 2년 후배인 하이다라는 남학생과 친분을 쌓게 된다. 네 명의 친구에게서 강제 결별당한 이후의 일이다. 쓰쿠루는 시로, 구로와 쓰리섬을 하는 꿈을 꾼다. 성희를 즐기는 막바지 쓰쿠루의 정액을 받아들이는 몸은 늘 시로이다. 꿈에서 깬 것같으면 그의 물건은 하이다의 입 속에 들어가 있고, 분비물은 하이다가 받아내고 있다. 실제로 관계하지 않았다고 하여 잘못하지 않은 것인가? 차츰 되묻게 되는 다자키 쓰쿠루.

 

 나는 스스로도 느끼지 못한 채 어딘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성 속에서 정말로 시로를 강간하고 그녀의 마음을 깊이 베어 찢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270

 

 실제 행동에 대한 죄값만 받으면 되는 것인가? 아니라는 것. 다른 경우의 수도 생각하는 것. 그러면서 다자키 쓰쿠루는 순례의 결실을 맺는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어. 나도 너도 그리고 살아남은 인간에게는 살아남은 인간으로서 질 수밖에 없는 책무가 있어. 그건, 가능한한 이대로 확고하게 여기에서 살아가는 거야. 설령 온갖 일들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해도. 378

 

 사실 다자키를 흠모하였지만 이제는 핀란드인의 아내가 되어 있는 구로는 다자키를 위로한다.

 

 넌 색채가 없는 게 아냐. 그런 건 이름에 지나지 않아. 물론 우리가 그걸로 너를 자주 놀렸지만 그건 다 아무 의미도 없는 농담이야. 넌 정말 멋지고 색채가 넘치는 다자키 쓰쿠루야. 387

 

 우리가 살아온 삶이 그저 시간에 묻혀 사라지지 않았으리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 순간, 고립과 좌절의 경험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된다.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 우리는 그 때 뭔가를 강하게 믿었고, 뭔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가졌어. 그런 마음이 그냥 어딘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 436-7

(2014.3)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는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를 발표했다.

이 책의 내용 가운데 일본의 난징 학살을 지적하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다.

이 일 때문에 일본 우익들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공격하고 나섰다.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의 숲>, <1Q84> 등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계속 읽어왔다.

독후감 노트를 뒤져 보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독후감은 빠지지 않고 기록되어 있었다.

여기 한 편을 올린다.


 

이 책도 곧 번역 출간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