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공원사랑 마라톤대회(2015/06/06)-FULL

HoonzK 2015. 6. 7. 21:12

메르스 대회 때문에 2015 월드런마라톤 대회와 제7회 한강서울마라톤가 취소되었다.

그렇다고 마라톤 대회를 포기할까?

 

 

6/6 하나런카드 월드런마라톤 대회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자가 몸 진단 후 출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6/3 11:09 am

 

6.6 월드런 마라톤
※메르스 관련 대회 취소 확정 → 참가권 배송 공지사항 참고
www. run1080.com
6/4 10:38 am

 

6/6 전마협 한강 훈련마라톤
→메르스로 인해 월드런 대회가 취소되면서 뜻잇는 마라톤 동호회 여러분과 함께 훈련하고자 합니다.
장소: 잠실청소년광장(8시 출발)
종목: 5km, 10km, half ※선착순 300명
당일 현장점수 참가비:5,000원
빵+음료+메달+생수+경품권 증정
6시 30분부터 접수 가능합니다.
6/4 1:54 pm

 

6/6 월드런마라톤 취소!
6/6 한강훈련마라톤 취소!
서울시에서  장소 허가를 취소하여 모든 대회가 취소됨을 알려드립니다.
건강에 유념하시어 다음 대회 때 뵙겠습니다.
홈페이지 참고  www. run1080.com
6/5 2:21 pm

 

수시로 변하는 상황, 상황.


 그래도 달리고 싶었다. 매달 풀코스를 달려야 하는 입장에서 6월 28일까지 기다리는 것은 문제였다. 42.195킬로미터를 달리면서 체중감량도 하고 잠깐이나마 스피드도 내어 달리고 싶었다. 그동안 구제역, 조류독감, 세월호 참사, 한파, 홍수 등으로 대회는 취소되거나 연기되곤 했다. 메르스 역시 피해가야 하는 병 아닌가? 하지만 오늘은 어떻게든 달려야 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신도림역으로 가는 것이다. 원래 6월 6일에는 없던 공원사랑마라톤대회가 생겼다. 서울에서 열리는 큰 대회 두 개가 취소되면서 공원사랑마라톤측은 긴급히 대회를 편성한 것이었다. 7시 출발을 목표로 움직였다. 신도림역까지 최소한 6시 반까지는 가야 했다. 지하철 이용만으로는 불가능한 일. 새벽 5시 살짝 넘어 을지로입구역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지하철을 타고 신도림역으로 갔다. 새벽 1시 반에 자고 4시 반에 일어나 갔으니 수면이 절대 부족했다. 차 안에서 눈만 감고 있었다.

 

 대회장에 갔더니 의외로 많은 분들이 와서 풀코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7시 출발, 8시 출발 아무것이나 가능한데 7시 출발이 90% 이상이었다. 6시 40분이 넘어 대회장에 도착하여 현장접수하고 출발 준비를 하다 보니 어지간히 시간이 없었다. 다리쪽에 스트레칭을 집중하고 몸은 달리면서 풀기로 했다. 초반에 해병대님과 함께 보조를 맞추어 5등으로 달렸으나 그것도 500미터 정도였다. 1킬로미터쯤 달리자 쭉 밀리면서 14위로 쳐졌다. 바깥술님과 4킬로미터 정도 함께 뛰었다. 요즘 스포츠 빈혈 증세를 앓고 있어서 빨리 달리지 못한다고 하였다. 오늘도 4시간 반에서 5시간 사이를 예상한다고 했다. 후반에 갈수록 힘을 못 내니 문제라고 했다. 철분강화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달리는 대부분의 풀코스 주자들이 오늘 잠실과 여의도에서 열리기로 했던 대회가 취소되면서 공원사랑마라톤 대회에 왔다고 했다. 바깥술님도 마찬가지였다.


 잠을 못 잤지만 별로 졸리지는 않았다. 세 시간 동안 깊이 잠들었던 모양이었다. 오래 자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깊이 자는 게 중요한 것. 오늘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신발이었다. 아식스 타사질 와이드(적색)를 풀코스에 데뷔시키는 날이니. 처음 구입했을 때 오른발이 꽉 끼어 반품할까 하고 고민을 많이 했던 신발이었다. 대회 때 처음 신어 보는 것이 풀코스라니 걱정은 되었다. 쿠션이 적고, 매우 가벼워 나같은 과체중의 마라토너는 어느 정도 달리면 뒷꿈치 통증에 시달려야 하는 게 문제였다. 타사재팬을 신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통증이 생겼다.(그러고 보면 지난 주 젤라이튼을 신었을 때에는 통증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조금 달리다 보면 마비되기 마련이니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주법을 자제하고 바닥을 스치듯 밀고 나가는 느낌으로 달렸다. 5킬로그램쯤 빼면 하중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다.
 

 징검다리를 건너기 전 급수대 요원이 배번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참 잘했어요. 도림천을 따라 달리다 보면 군데군데 건널 수 있는 자리가 많으니 이 시스템은 괜찮은 것같다. 두 차례 왕복하며 오다 가다 이 급수대는 만나야 하니 도장 네 개를 받으면 완주한 증거가 되는 것이다. 7시에 출발하다 보니 선선했고, 고가 아래에서 햇볕을 피하는 경우가 많아 달리기하기에는 천혜의 조건이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자전거 부대의 위협도 별로 없었다. 다만 비가 그동안 내리지 않아 일부 구간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거기에 이따금 습격해 오는 담배 냄새도 달리기의 방해요소였다. 5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바깥술님과는 헤어졌고, 8킬로미터 지점까지는 광주시의 중탁님과 달리는 물개들 여성 주자와 함께 달렸다. 대화는 하지 않았다. 거리 표지판이 없어 페이스 조절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천상 1차 하프 반환점까지는 가봐야 현재 페이스를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있었던 10킬로미터 급수대가 없어져 10킬로미터 지점을 알기가 힘들었지만. 짐작하건대 10킬로미터 기록이 57분 40초쯤 된것같다. 정확하지는 않다. SUB-4 페이스로 달리려면 1차 반환할 때 1시간 이내로만 달리면 되었는데 다행히 1시간을 넘어 가지는 않았다. 플라스틱 콘을 나사로 돌려 박아 놓은 지점의 반환점. 입간판이 아니라서 무경험자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겠다. 두 번 왕복이니 첫번째 왕복은 부담갖지 않고 조깅하듯이 달렸다. 특별히 내 페이스의 기준으로 삼을만한 사람이 없어 그냥 달렸다. 내가 잘 달리고 있는지 못 달리고 있는지 전혀 가늠할 수 없게. 늘 4시간 이내로 달리는 해병대님이 오늘 빠른 페이스를 보이고 있어 '나중에 따라갈게요'라는 말이 '어떻게 따라갈지 모르겠어요', '오늘 날아가시네요'로 바뀌었다.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21.0975킬로미터. 1시간 58분 10초. 이대로만 달린다면 3시간 56분이 예상되었다. 두번째 하프는 훨씬 기온이 올라간 상태에서 달려야 하고, 몸에 피로도 쌓이니 쉽지 않겠지만. 6월은 여름이니 후반에 쳐지는 것도 예상해야 했다. 한번 달렸던 구간을 그대로 밟아나갔다. 급수대에 사람이 없어서 내가 생수통을 들어 컵에 따라 마셔야 하는 일이 있었다. 신발이 주는 통증은 다시 한번 찾아왔다가 사라졌다. 30킬로미터 지나 갈대밭에 들어가 소변을 보아 몸을 가볍게 하고 달렸다. 32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사이렌이 울렸다. 메르스 긴급 대피령이라도 내렸나? 아니다. 오늘은 현충일. 오전 10시에 사이렌이 울린다. 10시 사이렌. 32킬로미터쯤 달렸고. SUB-4를 하려면 남은 10킬로미터를 1시간 가까이 걸려 달려도 된다. 지금 힘든가? 아니다. 35킬로미터 지나면서 스퍼트할 수 있겠는가? 아니다. 지금은 6월. SUB-4를 할 수 있을지 못할지는 37킬로미터를 넘어야 결정될 듯.


 이런, 34킬로미터쯤 달렸나? 벌레가 날아와 눈으로 들어왔다. 눈에 들어온 벌레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같았다. 따끔거리는 느낌을 그대로 안고 달렸다. 급수대에서 물을 부어봐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른쪽 눈은 내내 충혈되어 있었고, 저녁에는 안약까지 사서 점안하였다. 집에 들어가 흐르는 물에 세수한 것이 밤 10시. 안구에 무언가 걸리는 게 있었다. 거울 앞으로 달려가 보니 벌레 시체가 눈에 맺혀 있었다. 눈에 들어온 벌레가 빠져 나오기까지 12시간이나 걸리다니. 이래서 성가신 선글라스라도 써야 하는가? 선글라스 싫은데.)


 37.2킬로미터 지점은 정확히 알 수 있다. 10킬로미터 반환 표시가 있으니까. 이제 5킬로미터 남았는데 3시간 30분 10초였다. 킬로미터당 6분 페이스 가깝게 달려도 SUB-4 가능. 질주하지 않았다. 무리하지 않고 무난하게 달리고 싶었다. 남은 5킬로미터를 26분 30초에 달렸다. SUB-4 기준 페이스로 5킬로미터는 28분 20초에 달리는 것이니, 아주 늦게 달린 것은 아니다. 2.5킬로미터 남기고 두 사람의 주자를 제쳤다. 한 분이 그랬다. 다 따라잡혔네. 11킬로미터 지점에서 나를 제쳤던 분을 39킬로미터를 넘게 달린 지점에서 제쳤으니.

 

3시간 56분 41초.

 

올해 15번째 풀코스 완주. 생애 92번째 풀코스 완주.
15번의 풀코스 가운데 14번 SUB-4.

 

 

 

 

 

 

이것은 취소된 마라톤 대회 배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