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20회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2015/05/31)-FULL

HoonzK 2015. 6. 2. 23:48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 현장에 오면 이국적인 풍경에 놀란다.
한국사람보다 외국사람이 더 많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 주위에는 '짜이요', '감바레', '고우' 등이 넘친다.
제주 김녕해수욕장에서 성산항 방향으로 이어지는 바닷가 풍경 자체도 이국적이기 때문에 외국에 나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올해는 전국소년체전 일정과 겹쳐서 숙박업소 잡기가 힘들어 대회장에서 우연히 만난 효준씨는 숙박비 10만원에 비행 왕복요금 20만원까지 30만원이 들어 외국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 나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나 역시 지난 해 묵었던 숙소가 만실이라 대회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민박을 구하였다. 조금 비싼 가격에.

 

 대회 당일 일찍 일어났다. 간밤에 사 놓은 삼각김밥 두 개를 먹고 출발 2시간 전에 대회장 입구에 차를 몰고 갔더니 통제요원이 김녕해수욕장 주차장으로 가라고 했다. 지난 해와 달리 구좌체육관쪽 주차장은 소년체전 출전 관계자들을 위하여 막아 놓고 있었다. 대회장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우고 쉬었다. 구름이 끼여 있는데다 바람도 조금씩 불어 달리기 좋겠구나, 지난 해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배번의 옷핀이 녹슬고,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으로 양말까지 다 젖어버려 골인 10킬로미터를 남기고 완전히 퍼져 버렸던 일이 오늘은 없겠구나 했다. 그러나 오전 8시를 넘어서면서 뙤약볕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쉬운 일이 없구나. 30도까지 오른다는 날씨에 햇볕까지 받아야 하다니. 지난 주에는 7시에 출발했고 그늘을 한동안 달리기도 했지만 오늘은 각오해야 해.

 

 출발 5분 전 의료지원 부스에 가서 허리와 등쪽에 스프레이를 잔뜩 뿌렸다. 전날 편의점 야외 식탁에 앉아 도시락을 먹다가 주차하는 차가 식탁을 밀고 들어오는 사고를 당하였다. 어이가 없어 정면을 주시하는데 선탠이 심해서 누가 운전하고 있는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한 3분 쯤 째려보고 있었다. 사고를 내었으면 급히 차에서 내려서  괜찮냐고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 사람은 한참 뒤에 내려 초보운전이냐고 묻는 내게 고개만 까닥하고는 편의점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게 사람이 할 짓인가? 도시락을 정리하는대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편의점 직원에게 저 차주 어디 갔느냐고 물었지만 모른다고 했다. 다른 쪽 문으로 빠져나간 것이었다. 번호판을 사진으로 찍어 놓을까, 기억해 놓을까 하다가 비까지 내리는 구질구질한 날씨에 내 자신도 구질구질해지는 것같아 그냥 떠났다. 처음에는 몰랐다. 하지만 몸이 놀랬나 보다. 이따금 찾아보는 허리와 등에 통증이 있었다. 오후에 파스를 구입해서 붙일 때는 몹시 짜증이 났다. 내가 왜 이런 데 경비를 써야 한단 말인가?
 
 달리기 초반에는 모르지만 후반에는 고통에 시달릴 수도 있으니 급수대에서 스프레이를 만날 때마다 미리미리 뿌려주기로 하였다. 아울러 지난 해 초반에 빨리 달려 지쳤던 것을 잘 되새겨 초반에는 최대한 자제하기로 하였다.

 토요일과 일요일의 날씨가 뒤바뀌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토요일 새벽에는 장대비가 내렸지만 오전에는 잔뜩 흐리고 이슬비만 슬쩍 지나가는 날씨였다. 일요일은 비내린 다음날이라 습도가 높은데다 해까지 뜨거워 견디기 힘든 날씨였다. 첫 1킬로미터 6분이 살짝 넘어갔다. 다음 1킬로미터는 5분 40초에 달렸다. 차츰차츰 스피드를 올렸다. 스피드를 올리면서도 김녕해수욕장 주변의 옥빛 바다는 시야에서 놓치지 않았다. 5킬로미터 지점에 와서 시계를 보니 드디어 SUB-4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달리는 도중 뒤에서 '예이"하며 찢어진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르는 달림이가 있었다. 처음에는 매우 거슬렸다. 주로에서는 조용히 좀 하지. 그런데 이 양반, 정읍시청에서 왔는데 배낭까지 매고 달리고 있었다. 이 사람은 오늘의 달리기가 즐거운 이벤트같은 것이어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를 즐겁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그와 대화할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예전에는 스피드에 목숨을 건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달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멋진 풍경을 놓치고 달리는 것은 바보같은 일 아닌가? 그의 말이 맞았다. SUB-4에 왜 목숨을 걸어야 하지? 일단 달려 보자. 바닷가의 해조류 말리는 풍경도 만끽하고 응원을 보내는 제주도 학생들에게도 감사도 하고, 4시간을 넘기면 또 어떤가? 해는 갈수록 뜨거워졌지만 마음만은 편해졌다.

 

 10킬로미터 56분에 통과. 시간에 쫓기지 않으며 달려도 SUB-4 페이스라면 다행스러운 일. 앞에서 달리던 효준씨를 따라잡은 것은 13킬로미터 지점. 18킬로미터 지점까지 동반주했다. 효준씨는 조금 힘들다고 했다. 나는 조깅하는 느낌이었고. 반환점은 오르막에 있었다. 지난 해에는 1시간 55분 초반에 반환했지만 올해는 1시간 57분 후반대에 반환하고 있었다. 22킬로미터 지점 급수대에 냉수와 포카리스웨트, 바나나를 챙기고 스프레이도 뿌렸다. 25킬로미터 지점 제주 마라톤클럽의 강DJ님이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급수대에서 내가 제치면 잠시 후 그가 내 앞으로 나왔다. 그런 과정도 27킬로미터 지점을 지나고 나면 내가 앞으로 나서면서 그럴 일이 없어졌다. 허리와 등쪽에 통증이 조금더 심해지자 몹시 짜증이 났다. 나쁜 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내가 무슨 보상을 받길 원한거야. 진심어린 사과만 바랬던 것인데. 갈아마셔도 시원치 않을.....
분노를 다스리는 데 신경을 쓰다 보니 상대적으로 달리기가 그리 힘들지는 않게 느껴졌다. 몸이 아플수록 더 견디기가 수월해지는 묘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허리 통증을 우려하여 초반에 페이스를 늦춘 것이 오버페이스를 철저히 막아주긴 했다. 달리면서 지난 해와 비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지난 해보다는 바람이 조금이라도 더 불어주었다는 게 다행이었다. 지난 해 풍력발전기의 프로펠러는 꼼짝도 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천천히나마 돌아가고 있었다. 30킬로미터 2시간 51분으로 지난 해보다 2분 늦어졌지만, 32킬로미터는 3시간 2분으로 지난 해와 똑같았다. 문제는 32킬로미터 이후 10.195킬로미터를 대하는 몸 상태나 태도는 천양지차였다. 지난 해에는 걷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고, 초반에 제쳤던 사람들에게 줄기차게 제쳐졌는데 올해는 스포츠겔을 섭취한 32킬로미터 이후 지점부터 슬금슬금 스피드를 올리더니 35킬로미터 지점부터는 질주하는 느낌으로 달렸다. 지난 해 나를 그렇게 괴롭혔던 오르막을 만나도 주저없이 치고 올라갔다. 제치고 또 제치고.... 남은 10킬로미터는 57분대로 달려도 SUB-4가 가능했지만 52분대로 달렸다. 지난 해 42킬로미터 표지판을 보고도 걷고 싶어 견딜 수 없었던 일이 올해는 전혀 없었다.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어도 그늘 속을 달리고 있는 거야라고 암시하면서 달렸다. 지난 목요일 오후 32.2도의 폭염 속에서 인터벌 훈련을 했던 효과를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기 싫었던 운동을 하기 잘했던 것이다.

 

3시간 55분 20초 97

 

지난 해보다 14분을 단축하였다.

골인 직후 의료 부스에 가서 등쪽에 한없이 스프레이를 분사하였다. 어떻게든 견디어 내어야 하니....

지난 주에 신었던 타사재팬 대신 아식스 젤라이튼 신발을 신었기에 발목이 아프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p.s.  대회를 마치고 오후 늦게 전날 사고를 당했던 장소를 방문해서 CCTV를 확보할 수 있는지 살피고 나서 중문파출소에 가서 강ㅇㅅ 경찰관을 만나서 내가 당한 사고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문의하였다.

 

 

 

 

 

 

 

 

 

 

 

 

 

 

 

 

 

 

 

 

 

 

 

 

 

 

이 코스는 올레길 20코스와 일치할 것이다.

 

행 사 명 : 제20회 제주국제관광마라톤축제

일     시 : 2015년 5월 31일(일) 09:00

출발시간 : 09:00 Full코스, Half코스
                    09:10 일반코스(10Km)
                    09:20 워킹(10km)

코     스
    구좌생활체육공원운동장(김녕해수욕장) ↔ 월정해수욕장(10km 반환점)
    평대 한동해수욕장(Half 반환점)
    세화해수욕장 ↔ 하도해수욕장 ↔ 하도철새도래지 ↔ 종달해안도로 서측입구 동쪽 1.1km 지점(Full 반환점)

경기종목 : Full코스42.195KM(제한시간6시간), Half코스21.0975KM(제한시간4시간),
                    일반코스10KM(제한시간2시간), 워킹10KM(제한시간5시간)

주     최 : 제주특별자치도
주     관 :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
경기진행 : 제주특별자치도육상경기연맹
공     인 : K.A.A.F(대한육상경기연맹)
                    

 

내가 앉아서 도시락을 먹다가 봉변을 당한 곳.

 

 

 

비자림 민박.... 민박이 여관비보다 비싸다. 민박이 펜션같은 느낌이라......

 

 

 

 

 

 

 

 

대회 전 날 저녁으로 먹은 떡갈비 도시락..... 여유도 두지 않고 단백질을 섭취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