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가족의 달 마라톤대회(2015/05/24)-FULL

HoonzK 2015. 5. 26. 04:25

정확히 1년 전이었다.

33킬로미터 이후 고갈된 체력 때문에 지옥을 맛보았던 게.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기온은 29도까지 오른다고 했다.

한번 뚱뚱해진 몸은 날씬해짐을 거부한다.

 

아무리 풀코스가 7시 출발이라고 하지만 더운 것은 더운 거다.

30킬로미터 지점까지는 걱정하지 않았다. 뙤약볕 아래 뛰는 구간은 오전 8시 전후까지이니.

12킬로미터를 넘어가면 도림천의 고가 아래 그늘을 이용하여 달리게 되니 한결 수월할 것이다.

 

코스는 지난 1월 1일과 정확히 일치했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밥을 먹고 새벽 4시 30분에 나가 5시 40분에 여의도이벤트광장에 도착했다.

아직 배번 및 기념품 배부대가 설치되지 않았고, 거리 표지판마저 트럭에 실려 있었다. 왕복 1.5킬로미터쯤 떨어진 화장실에 다녀오며 시간을 보내었다.

 

아시는 분들이 많이 보였다. 찬일등님, 용구님, 철의사님, 특전사님, 외술님......

희수형님이 가장 반가웠다. 오늘은 소속 마라톤클럽 유니폼을 입지 않으셨다. 이유인즉 동호회 망신시키고 싶지 않아서라고 했다.

하프 정도만 달리고 포기할 생각도 갖고 있다고 했다.

아예 6분이 넘는 페이스로 달릴 것이라고 했다.

출발할 때 아예 내 뒤로 가셨다. 달리는 내내 한번도 동반주를 하지 못하였다. 돌아올 때 얼굴 한번을 마주했을 뿐이었다.

 

출발과 함께 하품을 해가면서 달리며 1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을 보니 5분 35초였다. 3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은 SUB-4 기준 기록보다 1분이 빠른 16분이었다.

이미 해는 중천에 뜬 느낌이지만 해를 등지고 달리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6킬로미터를 달려 안양천에 접어들었을 때 둔덕이 드리어주는 그늘을 악착같이 이용하며 달렸다. 수풀이 주로에서 가까운 안양천에서는 벌레가 오른쪽 눈에 들어가 아주 애를 먹으며 달렸다. 잠을 별로 자지 못하여 고단한 느낌과 더불어 발목에 통증이 찾아왔다. 쿠션이 부족한 타사재팬 마라톤화가 문제였다. 두꺼운 양말로 감당해 보려고 했지만 내 몸무게를 받쳐 주기에는 너무 가벼운 신발이었다. 다음 주에는 신지 말아야지, 살을 빼고 신어야지 했다.

안양천 구간에서 몇 명이 나를 제치고 나갔는데 50미터 이상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후반에 스퍼트하면 추월할 수 있는 거리였다.

MBC 나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풀코스 도전에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용재오닐님만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서 가 버렸다.

 

옥스팜코리아와 MBC 나눔이 함께하는 글로벌 나눔 프로젝트 'LOVE 챌린지'에 도전 중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24일 오전 여의도에서 시작된 '가족의 달 마라톤 대회'에 참가해 완주했다.   용재 오닐은 지난 4월 초 케냐 북부 투르카나(Turukana, Kenya) 지역 옥스팜 식수 지원 사업지를 방문해 물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보고온 뒤, 이를 돕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번 마라톤에 참가했다. '물 뜨러 가는 길 42.195km'라는 주제를 가진 이번 챌린지 활동은 물을 구하기 위해 매일 30km 이상을 걸어야 하는 케냐의 물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나눔 활동을 대중에게 호소하는 챌린지 활동이다.

 

 

 

 

 

 

 

 

 

 

페이스메이커가 없으니 나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저 달려 보는 수밖에 없었다. 17킬로미터쯤 지났을 때 이미 반환해서 돌아오는 선두 그룹이 나타나면 SUB-4 레이스 운용을 잘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가 17킬로미터를 넘겼을 때 앞에서 함찬일님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오케이.

 

1시간 56분에 반환했다. 완주 기록은 3시간 52분이 예상되지만 30킬로미터가 넘었을 때 3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 뙤약볕 아래 달리게 될 것이니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고가 아래의 그늘을 달리는 구간에서 최대한 에너지를 비축한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앞질러 갔던 주자들이 내 앞에 주로를 열어주고 뒤로 빠졌다. 27킬로미터 지점에서 잡지 못할 것같던 용재오닐님도 잡았다. 그런데 무시무시한 발걸음 소리를 내며 따라붙는 주자가 있었다. 50대 중반을 넘어선 파랑색 티셔츠 주자(7092 배번)는 풀코스 8번째 완주 도전이며 환갑 전에 100회를 채울 거라고 했다. 오늘은  SUB-4만 하면 된다고 했다. 도림천 코스는 처음 달려본다며 여름에 달리기 참으로 좋은 여건이라고 하였다. 30킬로미터까지 이 분은 나와 동반주를 해 주었다. 30킬로미터 지점부터는 내내 뙤약볕에 시달려야 했다. 더구나 햇볕을 바라보며 달려야 했기 때문에 고통은 배가되었다. 이때부터는 수요일 먹은 예박사의 갈비살과 살치살을 떠올렸고, 나와 같은 날 미국 서부에서 풀코스 도전에 나설 김삼행님을 응원하며 박차를 가하였다. 안양천 구간에서는 그래도 햇볕이 비스듬하게 들어왔지만 한강을 왼편에 놓고 달릴 때에는 해를 정면에 놓고 달리니 힘들기 짝이 없었다. 바람은 어디 원정이라도 간 듯 야속하기만 했다. 자전거 부대는 오늘도 사람을 위협하며 고속 질주하고 있었다.

10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내내 품에 넣고 달리던 스포츠겔을 먹었다. 이제는 6분의 페이스로만 달려도 3시간 57분 완주가 가능해 보였다.

5킬로미터 남았을 때는 7분 페이스로도, 3킬로미터 남았을 때는 8분 페이스로 달려도 SUB-4가 가능해졌지만 매우 힘들었다.

30킬로미터 이후 나를 추월하려는 주자는 전혀 없었다. 내가 추월할 수 있는 주자도 하나 없었다.

아무리 달려도 앞에서 달리는 러너를 찾을 길이 없었다.

42.195킬로미터를 나 혼자 배번을 달고 달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내내 이븐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허긴, 더운 날씨에 이븐 페이스로만 달릴 수 있었던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달린 거리를 늘여 나갔는데 틀림없는 것은 골인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스윽스윽.  도로를 스치듯 밀고 나가는 주법으로 나아갔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주법은 발목에 너무 큰 통증을 주니 최대한 자제하였다.

서강대교에서 마포대교는 하염없이 길었다. 마포대교에서 골인지점까지는 또 어찌나 먼지.

 

3시간 51분 49초 84.

 

나름대로 선전하였다. 후반에 고역을 치른 것을 감안하면 내내 이븐 페이스로 달릴 수 있었던 것이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