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1회 새벽강변국제마라톤대회(2014/06/01)-FULL

HoonzK 2014. 6. 13. 00:04

새벽마라톤이 벌써 11회째. 1회 대회 나간 게 10년 전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10킬로그램쯤 날씬했고, 10킬로미터 종목에 참가했다.

2011년에는 이 대회에서 폭우를 맞으며 10킬로미터 대회 참가 100회 완주의 추억을 남겼다.

이 대회에서 풀코스를 달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새벽마라톤은 출발 시간대의 차별성으로 달림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러닝화를 기념품으로 내걸었는데 그것 역시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늘 7월 초순에 대회가 열리다 보니 장마 때문에 여간 고생이 아니었는데 2012년부터는 6월초로 대회 날짜를 바꾼 이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2011년 풀코스를 달리던 사람들은 폭우 때문에 주로가 끊겨 어쩔 수 없이 풀코스를 포기해야 하는 일도 있었으니.....

 

지난 주 의령에서 에너지 증발 사태에 직면한 후 일주일 동안 체력 회복에 집중했다.

달리는 양을 대폭 줄였다. 스피드 훈련도 생략했다. 먹으면서 에너지 충전을 하다 보니 체중은 불었다.

바로 전날 5킬로미터 대회에 나갔지만 욕심을 내지 않았다.

 

새벽 7시 풀코스 출발이라 지하철로 이동했다간 늦을 수 있었다.

고작 2시간 정도 자고, 그것도 노루잠으로 잤다. 새벽 4시 50분쯤 151번 버스로 이동, 북창동 남대문시장에서 261번 버스로 갈아타고 여의도공원까지 갔다. 5시 50분쯤 되었다.

가지고 간 얼음물이 녹지 않아 편의점에 가서 커피를 사 마셨다. 텅 빈 여의도 공원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와 스트레칭까지 마친 뒤 262번 버스 타고 한 정거장 이동하였다. 새벽이니 환승 할인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나 차비가 추가로 들지 않았다. 새벽 6시 15분쯤인데도 대회장은 시장통처럼 혼잡하였다. 서둘러 배번 달고 종아리 테이핑을 마치고 물품을 보관하는데 누가 아는 체 했다. 지난 해 4시간 페메로 나를 이끌어주었던 광화문 페이싱팀의 박연익님이었다. 오늘 3시간 45분 페메를 하신다고 하니 동반주는 일찌감치 글렀다. 4시간이 넘는 레이스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4시간 페메인 류성룡님을 따라갈 수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지난 주 33킬로미터 이후 고생했던 전력 때문에 후반에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내 하고 있었다. 지난 주보다 더 더워져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져 있으니 무리하지 말아야 했다.

 

출발. 몇 백미터 가지 않아서 지인을 만났다. 이번 대회에서 200회 완주에 도전하는 전상배님이었다. 이 분은 대회 책자에 200회 마라톤 출사표를 실었다. 200회 완주하기까지 도움을 주신 분의 이름을 일일이 기록해 주셨는데 '강원도 감자떡 오대산 상원사 폭격기 강훈식님'이라고 적어주셨다. 처음에 이 분은 내 이름을 '강원식'으로 잘못 들어 '강원도 감자'가 생각난다고 그렇게 수식어를 붙인 것이었다. 100일 정도 강원식으로 알고 있다가 강훈식으로 바로 잡으셨다. 200회 축하, 축하를 외치며 응원을 보내었다. 전상배님은 이 더운 날씨에 3시간 20분대에 달리셨으니 내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일. 이 분은 특전사 출신으로 놀랍게도 10킬로미터, 하프는 한번도 달린 적이 없다고 했다. 오로지 풀코스만 달리는 인생. 그럴 수도 있구나. 5킬로미터가 10킬로미터를 거쳐 하프 되고, 하프에서 풀로 넘어왔던 나와는 너무 다르다.

 

조용히 달렸다. 입을 다물고. 떠들면 에너지 나가니까.

생각만 하며 달리는데 생각을 해도 에너지가 소모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생각을 하지 않을 순 없고.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마음은 들었다.

 

4시간 페메는 내 앞 50미터 정도 앞에 있었다. 신경쓰지 않았다. 내 페이스대로 달리니 4킬로미터 지점에서 따라붙을 수 있었다. 가양대교 방향으로 달려가 1차 반환할 때까지는 4시간 페메 무리에 휩싸여 차분하게 움직였다. 10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56분 40초였으니 그야말로 SUB-4 페이스였다. 류성룡님은 11킬로미터 지점부터 나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어주셨다. 안양천으로 접어든 시점 14킬로미터 지점. 속도가 줄었다. 오늘은 끊임없이 기준을 완화하고 욕심을 비워내어야 한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간식이 나오면 거르는 법이 없어 바나나, 방울토마토, 쵸코파이 등을 열심히 입에 물었다. 손에 들고 달리던 스포츠겔은 29킬로미터 이후 먹었다. 게토레이와 물도 연달아 마셨다. 수분을 섭취할 수 있으면 최대한 섭취하였다. 출발하기 직전 화장실이 너무 붐비어 제대로 소변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10킬로미터 가기 전 화장실에 한번 더 들러야지 했다. 그러나 끝까지 화장실에 들르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데도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 땀으로 쉴새없이 수분이 배출되니 소변을 볼 필요가 없었다. 달리다 화장실에 들르지 않은 2번째 풀코스. 

 

100미터 정도 앞에 4시간 페메. 나중에 만날 수 있을까?

안양천변을 따라 뛰고 있으면 건너편에서 달려오는 선두권 주자들을 볼 수 있었다. 응원하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스피드를 한없이 올리는 순위권의 마라토너들에게 아무리 응원을 보내어 본들 답이 돌아올리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함찬일님의 경우 이름을 부르며 파이팅을 외치자 손을 흔들어 주었다. 지난 주 의령에서 서울 올 때 같은 버스를 탔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 것같았다.(그때 함찬일님은 나야말로 진정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자신은 대회 입상이 걸려 있기 때문에 먼 곳까지 와서 달리는데.....)

전상배님에게도 다시 응원을 보내었다.

 

그나저나 4시간 페메는 여전히 100미터 이내 사정 거리에 있기는 했다. 후반에 스피드를 올리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같기는 했다. 지난 해 6월에는 300미터 이상 뒤떨어졌는데도 따라잡지 않았던가?

 25.4364km 지점에서 2차 반환하였다. 안양천을 벗어나려면 36킬로미터까지 가야 했다. 한강을 만나면 그때 가서 스피드를 올려볼까 했다. 하지만 33킬로미터 지점을 만나 또 고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피로가 누적된 상태이니 무리하지 말아야 했다. 하프까지는 1시간 59분 후반으로 달려 SUB-4 기준에 들었지만 간밤에 잠이라곤 고작 두 시간 자고, 아무리 새벽이라고 하지만 때이른 폭염에 시달려가면서 달린다는 일이 쉽지 않았다. 피로와 더위에 한 가지 더. 과체중. 후반에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었다.

 

31킬로미터 지점.

나보다 2킬로미터 이상 앞서 있던 한 주자가 멈춰선 체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잡은 상태에서 거친 숨을 내몰아쉬고 있었다. 발 앞에는 줄넘기가 놓여 있었다. 줄넘기 마라토너 이순길님. 그냥 뛰기도 힘든데 대단하시다.

 

-무리하지 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입을 열 힘도 없을 것같은데 이순길님은 고맙다고 하였다.

 

35킬로미터 이후에도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36킬로미터 지점. 안양천을 벗어났다. 한강을 만나 우회전. 이제 스퍼트해야 하는데 안되겠다 싶었다. 의령에서와 같은 꼴을 당할 수도 있으니 유유자적하는 기분으로 달리고자 마음먹었다. 꼭 SUB-4를 해야 하는가? 다음 주에도 풀코스를 달려야 하는데. 여름에 3주 연속 풀코스이니 주의해야 해. 매우 굼뜬 느낌이지만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도 나를 제치고 나간 사람은 여성 한 분이었다. 불자마라톤의 정희경님. 여성 7위하신 분.

 

지난 해 6월, 재작년 6월. SUB-4가 가능했다.

하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덜 뚱뚱했고, 덜 피로했다.

38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3시간 4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남은 4.195킬로미터를 20분 이내로 달려야  SUB-4가 가능하다는 계산을 할 수 있었다.

이때 생각난 분이 김삼행씨였다. Ojai Full Marathon에서 4시간 4분 7초에 달렸다고 하시니 이 분과 비슷하게 골인하면 이야깃거리가 생기겠다 싶었다. 실제로 얼추 비슷하게 들어갈 것같았다.

 

40킬로미터를 넘었다. 이제 다 왔는데......

서강대교와 마포대교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었던가?

서강대교를 만나기 무섭게 바로 마포대교 아니었던가? 누가 다리 사이를 늘려 놓았나?

마포대교 아래를 지나면 골인 아치는 코 앞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41킬로미터를 지났으면 더 이상 고통도 못 느껴야 정상 아닌가?

내가 얼마나 힘들어 보였으면 동호회 회원을 기다리며 주로를 걸어오던 여성분이 물을 마시겠냐고 물었을까?

오케이. 물병을 받아 입을 대지 않고 마신 후 뚜껑을 잘 닫아 돌려 드렸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4시간 03분 50초. 현장에서 기록증을 받았다.

여름에는 풀코스를 뛰지 말아야 해. 아무리 발버둥쳐 봐야 기록은 나오지 않아. 후반은 갑절로 힘들고.

대회장에서 떨어진 한적한 벤치에 앉아 물 두 통을 연달아 몸 안에 들이붓고 있는데 양ㅈㅎ씨가 아는 체 했다.

3시간 20분대로 달리다가 너무 힘들어 걷다 뛰다 했다고 하였다. 3시간 54분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는 내 정곡을 찔렀다. 뚱뚱하다고 했다. 86킬로그램 나가는 자신만큼은 아니지만 마라톤 달리기에는 버거운 체중이라고 했다.

정답이지. 살부터 빼야 한다는 사실.

 

충주에서 왔다는 양ㅈㅎ씨는 자전거를 갖고 있었다.

새벽에 터미널에 와서 대회장까지 택시를 타면 너무 돈이 많이 나오니 자전거를 갖고 다닌다고 했다.

전날에도 풀코스를 달렸으며 400회 완주는 연말쯤 가능할 것같다고 했다.

보디빌더였던 그는 마라톤에 빠지면서 집도 잃었다고 했다.

자전거를 몰고 떠나는 그를 배웅하였다.

 

나 혼자만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고통이 있었다.

땀으로 흠뻑 젖어서 흔들리던 반바지.

사타구니는 사정없이 헤어져 찰과상을 입은 것처럼 변했다. 훈장이라면 훈장이네.

 

 

 

 

 

 

 

 

 이 신발은 축구선수인 중학생에게 선물하였다. 일부러 작은 치수를 신청하였다.

 

 

 

 

 

 

대회명 : 제11회 새벽강변 마라톤대회
: 2014년 6월 1일(일요일) 07:00분 출발
: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
: ① 개인 : 4종목(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② 단체 : 10km(한팀 5명)
: 사단법인 한국마라톤협회,
: 토요달리기, 일산 일요마라톤,서대문 한마음, 42.195사랑
특별후원 : (주)일화
:
: (주)에어팜, 프로월드컵,
: knt korea, 日本觀光廳
참가자 지급품 : 대회기념품, 번호표, 안내책자, 완주메달, 기록증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