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2일 제94회 전국체전 현장을 찾아갔다.
원래 새벽 일찍 일어나 뜀박질해 주고 인천으로 이동할 계획이었으나
전날 밤 너무 늦게 자서 피로 회복이 급선무라 푹 자고 운동 천천히 한 후 점심까지 먹고 나갔다.
남자고등부 3000m 장애물, 여자고등부 3000m 장애물, 남자일반부 800m 결승, 남자대학부 800m 결승, 여자일반부 800m 결승, 여자대학부 800m 결승을 모두 놓쳤다.
아마 부지런히 가도 오후 3시에나 도착할텐데 왜 가나?
그래도 남자일반부 10000m 결승과 여자일반부 10000m 결승을 볼 수 있으니.....
마음으로 서둘러봐야 전철가는 속도가 있으니 꾸준히 기다렸다. 책을 읽으며....
듀나의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읽고, 미야베 미유키의 <흔들리는 바위>를 읽었다.
경기장에 들어서기 직전 별 생각을 다 했다.
입장료는 얼마일까? 소지품 검사를 할까? 물병의 뚜껑을 제거하고 들어가야 할까? 프로그램 북은 얼마나 주고 사야 할까?
도착했다.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문학경기장에 들어갔다.
지난 3월 31일 인천국제마라톤 대회 왔을 때 기웃거렸더 곳이니 첫 방문은 아니었다.
입장료는 없었다. 출입구에서 지키는 사람도 없었다. 프로그램 북은 안내소에서 공짜로 받았다. 미추홀참물 생수까지 공짜로 받았다.
남자고등부, 여자고등부, 남자대학부, 여자대학부 400미터 릴레이를 볼 수 있었다. 여자고등부 1등은 서울팀으로 47.08로 여자대학부 1등인 대전팀의 47.66보다 빨랐다. 고등부 릴레이는 멀리서 보았기 때문에 골인 지점의 접전은 볼 기회가 없었다. 대학부 결승은 본부석쪽으로 이동하여 좀더 생동감넘치는 경기를 즐겼다. 그리고 가끔 장대높이뛰기를 곁눈질했다. 넘을 때 박수치고, 넘지 못할 때 안타까워하면서.....
내가 보고 싶었던 남자 일반부 10000m 결승은 오후 3시 45분에 있었다.
13명이 달렸고, 2명이 기권했다. 처음부터 50미터 이상 앞서 나갔던 선수는 메달권에서 밀려났고, 몇 바퀴 뛰기도 전에 꼴찌로 밀려난 경남 선수는 선두권에서 2바퀴나 뒤쳐지고도 끝까지 완주하여 1등보다 더 많은 박수를 받았다. 1등은 경기의 이두행이 29:38.65로 차지했다. 꼴찌의 기록은 33:23.30이었다.
여자 일반부 10000m 결승이 곧이어 벌어졌다.
단 아홉명만 나왔다. 먼발치에서도 눈에 확 띠는 외모의 선수가 있었다. 강원도청 소속의 김도연이었다. 서울체고 2학년 때 전국체전 고등부 5000m에서 금메달, 3학년 때는 은메달을 땄고, 지난 해 전국체전에서 5000m, 10000m 2관왕을 차지했기에 올해도 유력한 2관왕이었다. 이틀 전 5000m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던 선수로 이변이 없는 한 10000m 금메달도 확실해 보였다.
12바퀴 쯤 남기고 서울, 경기, 강원이 3파전을 벌였다. 김도연은 조금 쳐지는 것같더니 금새 분발해서는 선두그룹에 들었다. 6바퀴 남았을 때 김도연은 스피드를 올려 서울의 임경희, 경기의 박호선과는 20미터쯤 거리를 벌였다. 너무 빨리 스피드를 올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었다. 왜 내가 그녀를 걱정하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는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3바퀴 남았을 때는 2위 그룹과 무려 100미터나 차이를 내었다. 마지막 한바퀴가 남자, 이 아가씨는 아주 작심한 듯 마치 100미터를 달리듯이 발을 옮겼다. 32분 57초 26. 대회 신기록을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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