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추석맞이 마라톤(2013/09/18)-FULL

HoonzK 2013. 9. 18. 17:47

열흘만에 다시 풀코스를 달렸다.
원래 하프를 달릴 계획이었는데 하프 100회 완주를 김제에서 하기 위하여 일부러 풀코스로 전환하였다.
하프였다면 큰 부담없이 대회장으로 갔겠지만 풀코스는 마음가짐부터 달리 해야 했다.
불과 사흘 전 하프마라톤을 달리고 나서 피로 회복될 시간도 없이 풀코스를 달린다는 게 가능할까?
물론 하프를 달리고 바로 다음날 풀코스를 달린 적이 있긴 하지만...... 

 

 대회장에 갔더니 원래는 없었던 플래카드 두 장이 새로 붙어 있었다.
김정의씨의 300회 완주 축하 플래카드.
사회도 보시고 스트레칭도 담당하시는 김정의씨가 드디어 300회 완주하는 날이 바로 오늘이라고 했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달렸다는 이 분은 300번의 풀코스를 모조리 SUB-4로 달성했다고 했다.
달리는 동안 김정의씨를 만날 때마다 두 차례나 손가락 3개와 주먹을 쥐어 300회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내었다.

 

 출발은 8시 정각. 5km, 10km, Half, Full이 동시에 출발하였다.
출발 선상에 놓인 시계로 측정하니 손해보지 않기 위하여 앞에 섰고 출발하기 몇 초 전에 시계의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몸이 무지 무거웠다.모든 달림이들이 나를 제치고 나갔다. 내 뒤에 몇 명이 남지 않을 정도로.
지난 7월 22일 달린 옥천금강포도마라톤 때보다 더 몸이 무거운 것같았다. 첫 1킬로미터가 무려 6분 30초나 걸렸다. 이대로 간다면 내 기록은 4시간 34분이 넘는다. 다음 1킬로미터 구간은 조금 빨라졌지만 오늘은 정말 아닌 것같았다. 마라톤, 그것도 풀코스를 달릴 몸이 아니었고, 컨디션도 아니었다. 달리다 포기해야 할까? 그냥 10킬로미터만 달리고 기록증을 달라고 할까? 하프는 안 되겠고, 30킬로미터를 달린 후 30킬로미터 기록증을 달라고 할까? 하프를 두 차례 왕복하여 풀코스를 채우는 대회이다 보니 이런 저런 변수를 따지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할아버지도, 아주머니도 내 앞으로 나아갔다.

 

이 대회에서 위안이 되는 한 가지는 코스가 대부분 고가 아래이기 때문에 그늘에서 달릴 수 있다는 것.
페이스메이커 같은 것은 아예 없는 대회이고, 거리 표지도 5킬로미터를 넘어서면 10킬로미터에 닿을 때까지는 없기 때문에 자신의 페이스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대회이기도 했다. 달리는 사람들이 많으면 페이스를 물어보고 조정을 할 수도 있겠지만 100명이 되지 않는 인원이 주로에 흩어지다 보니 외로운 독주만 줄창하고 있어야 했다. 용왕산의 송희수 형님이라도 오셨으면 큰 도움이 되었을텐데.

 

추석 연휴이다 보니 일찍 가봐야 하는 분들은 오전 7시에 개별적으로 스타트를 했다고 하였다. 칠순이 넘은 마라토너들로 구성된 칠마회 클럽은 대부분 그렇게 한 것같았다.

 

대전3대하천마라톤에서 3시간 45분 페메로 나를 이끌어준 양진호씨는 벌써 반환해서 돌아오고 있었고, 300회 완주에 도전하는 김정의씨도 100회 마라톤 회원들과 동반주해서 나보다 1킬로미터쯤 더 달리고 있었다.

 

1차 반환할 때 기록이 얼마나 될까?
1시간 2분이 넘어가면 SUB-4는 일찌감치 포기해야 한다. 풀코스 3회 연속으로 맛이 간 내가 어떻게 후반에 만회하겠는가?
만약 몇 초 빠지는 1시간이면 좋은 것인가? 그것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SUB-4가 눈에 보인다고 얼마나 몸에 스트레스를 주겠는가?
이런, 10킬로미터를 57분에 통과했고, 1차 반환을 진짜 몇 초 빠지는 1시간에 했다. 첫 1킬로미터 페이스대로라면 1시간 10분에 육박하는 게 맞는데 어지간히 페이스를 끌어올렸나 보다. 사실 몸이 풀리는 것같기는 했다.
무릎을 들어올리지 않고 발을 바닥을 스치듯 앞으로 미는 주법으로 달렸다. 첫번째 하프를 완주하기까지는 시계를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골인지점으로 들어왔다. 1시간 57분이었다. 이대로만 다시 갔다 오면 3시간 54분대가 가능했다. 후반에 지치겠지. 아무렴. 7월부터 내리 세 차례나 그랬는데.....
8월 사천에서도 첫 하프까지는 1시간 58분에 끊었고, 9월 철원에서도 첫 하프까지는 1시간 59분에 끊었다. 그러나 두번째 하프는 지치고 무거워진 몸을 끌고 나가느라 지옥을 경험했다. 오늘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출발선에 놓인 콜라 한 잔을 마시고 남은 21.0975킬로미터를 달리기 위해 출발했을 때 8시에 출발할 때보다 몸이 가벼웠다. 스타트라인에서 1킬로미터 표지판이 있는 곳까지 가는 데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5분 41초로 달릴 때 풀코스 기록은 3시간 59분 59초가 나오면서 SUB-4가 가능한 법인데...... 먼저 반환했던 차상원씨는 벌써 오느냐고 물으며 내가 후반에 강하다는 평을 하였다.  아직 모르는데.

 페이스만 떨어뜨리지 말아야지.

30킬로미터를 넘어서기 전에 누군가 아는 체를 하였다. 경황없이 답을 하고 피치를 올리는데 나중에 돌아올 때에야 김영준씨임을 알았다. 그동안 보이지 않은 이유는 부상 때문이라고 했다. 중마(중앙서울마라톤)에서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맡게 되었다고 하였다.

ISENBERG 흰색 티셔츠를 입은 달림이. 배번이 없었다. 이 분은 그냥 운동하러 나온 것이었다. 이 분과 몇 킬로미터를 동반주하였다.
춘마를 준비한다는 이 마라토너는 춘마의 내 최고기록을 물으며 꼭 SUB-4를 해 보고 싶다고 했다. 말을 자꾸 하다 보니 지치는 것같기는 해도 외롭지 않으니 동반주의 위력은 이런 것이었다. 그 분이 물었다.
-지금 페이스가 6분 페이스인가요?
-아니요. 그 보다는 빠르고 5분 45초는 될 거예요.
그 분과 계속 달릴 수는 없었지만 지속적으로 페이스를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옆에서 달리긴 했지만 그 분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른다. 발소리와 목소리에만 반응했으니.

35킬로미터쯤 달렸을까? 힘이 남아 있었다. 5킬로미터 남기고 시간 계산을 하니 앞으로 Km당 7분씩에 달려도 SUB-4가 가능했다.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페이스만 유지해도 앞에 있던 달림이들이 내 뒤로 밀려났다.

 

4킬로미터, 3킬로미터, 2킬로미터, 1킬로미터. 표지판이 잔여 거리를 알려주고 있었지만 힘들었다.
38.2킬로미터, 39.2킬로미터, 40.2킬로미터, 41.2킬로미터.... 이렇게 달려낸 거리를 계산하면서 다 왔다 다 왔어 외쳤다.
이 대회는 칩이 없기 때문에 기록원이 주자들이 골인할 때 직접 기록한 뒤 기록증을 출력해 주는 방식을 택한다.
내가 골인하기 직전 보니 기록원은 다른 쪽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팔을 저으며 큰소리로 외쳤다. 골인이예요. 골인.
기록원이 화들짝 놀라 내 배번과 시계를 보고 기록을 적었다.

열흘 전 철원에서보다 20분 빠르고, 두 달 전 옥천에서보다 30분 빠른 레이스를 펼쳤다.

 

옷을 갈아입고 간식을 먹는 장소로 오니 7092번 배번 주자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치고 나가시던데요. 멋졌습니다.

그런 칭찬을 다 해 주고, 막걸리까지 따라주시고.....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13년 대구국제마라톤 발렌키 기념 티셔츠

속옷: 착용하지 않음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착용하지 않음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착용하지 않음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대 회 명 : 추석맞이마라톤
일   시 2013년 9월 18일(수) 08:00출발
장   소 : 신도림역 2번출구 신도림교 농구장
주   최 Walk & Run Tour
후   원 한국마라톤여행기획
종   목 : Full, Half, 10km 5km
참 가 비 : 풀,하프,10km 25,000원 5km 15000원 
 지 급 품 : 배번호(현장배부), 기록증:(대회 종료 후 우편발송), 완주메달, 스포츠양말
 기록측정 : 칩은 사용하지 않음. 기록자가 체크함.
 시   상 : 전종목 1~ 3위 남/여 상장 및 다음대회 무료 참가권(5km 제외)
종목별 참가인원 15인(남) 15인(여)이하시 시상제외.
   

접수기간 :  ~ 9월 16일(월)까지
현장 접수도 가능함. 단, 보험가입이 되지 않음으로 사고시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접수방법 : ① 인터넷 접수 및 팩스접수 TEL 1644-4219 FAX 02)761-6667
② 홈페이지 : 인터넷 접수(http://www.tourmarathon.com)

인터넷뱅킹 결제
무통장 입금을 통한 결제

종 목 계좌번호 은행 예금주
전종목

205812-51-008728

농협중앙회 ㈜한국마라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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