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기복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처진 페이스로 달린 대회.
극적인 요소는 전혀 없었다.
35킬로미터 이후면 주위의 달림이들을 내 배경으로 만들고 힘차게 달려나갔지만 이번에는 내가 그들의 배경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15번째 풀코스이며 생애 45번째 풀코스라는 것만 기억한다.
올해는 하프보다 풀코스를 많이 달렸다.
용왕산 마라톤클럽의 希洙 형님은 스마트폰에 댄스곡을 담아 오셨다.
3킬로미터 지점부터 18킬로미터 지점까지 동행했기 때문에 흥겨운 기분으로 달렸다.
시스타를 가장 좋아하는 형님이라 시스타 노래는 모두 들은 것같다.
유적으로 남은 철원 노동당사 폐건물을 본 것도 잠시. 민통선 지역으로 들어갔다. 보초 근무를 서는 군인들은 열심히 달림이들의 머릿수를 세고 있었다. 도로변 철망에는 역삼각형의 자주색 표지판이 있었다. 지뢰라고 적힌. 이곳에서는 노상방뇨도 주의해야 한다.
남방한계선을 빗겨 달리기까지......
8시 30분에 출발했을 때에는 안개도 많이 끼고 바람도 이따금 불어 달리기 편했다.
연도에 늘어선 장병들이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니 큰 힘도 얻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점점 힘들어졌다.
해가 쨍쨍 내리쬐기 시작하고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대회 환경은 여름과 진배없었다.
운동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모를까?
지난 주 토요일 10킬로미터 달리고, 수요일에 인터벌 훈련하고 금요일에 단속적으로 30여 분 달려준 게 고작이니.....
하프마라톤 100회 완주 날짜를 9월 15일로 잡으면서 하프를 달려주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결국 대회가 최고의 훈련인데, 그런 대회를 거의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보름 전에 풀코스를 달려서 훈련을 한 셈이라고 해도 페이스는 지지부진하였다.
23킬로미터 이후 希洙 형님을 잡지 못했다.
태봉대교를 건너기 직전이 38킬로미터, 건너갔다 오면서 우회전하면 39킬로미터.
내가 38킬로미터를 달릴 때 그 분은 39킬로미터를 통과하고 있었다.
38킬로미터 이후부터는 1킬로미터가 평소의 3킬로미터만큼 길게 느껴졌다.
주변의 달림이들이 걷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걸을 수 없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기권하였다. 그만큼 힘들었다는 것이다.
39킬로미터 지점을 빠져 나왔을 때 철원 마라톤 클럽의 도움을 받았다. 천막을 쳐놓고 자기들 회원이 아니더라도 음료수를 제공하고 있었다.
콜라 4잔을 연커푸 마셨다.
-콜라 힘으로 달려야지요.
걷지 않고 뛰면 걷는 사람보다는 빨리 골인 지점에 도착한다고 되새기며 달리고 또 달렸다.
응원 나온 사람들이 이제 다 왔다고 소리쳤다.
나도 알지요.
발걸음을 빨리 놀린 적이 거의 없었구나.
골인하였다.
몇 시간이 지났다.
풀코스를 달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42.195킬로미터나 달렸는데 운동한 기분이 전혀 들지 않으니 이 무슨 일인가?
천천히 달렸으니, 아니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었으니 운동을 했다고 볼 수 없었다.
7월부터 9월까지는 풀코스의 실패다.
9월 29일 가기로 했던 아름다운제주국제마라톤은 포기했다.
제주도에는 11월 중순에 가기로 한다.
10월에만 세 번, 11월에 2차례 풀코스를 달리게 되니 9월에는 한 번으로 만족하련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2013년 대구국제마라톤 발렌키 기념 티셔츠
속옷: 착용하지 않음
신발: 아식스 타사게일 와이드2 마라톤화(풀코스 전용)
장갑: 착용하지 않음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착용하지 않음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오른쪽 무릎 두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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