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4회 대전마라톤(2013/09/15)-HALF

HoonzK 2013. 9. 16. 22:24

2년 전 맹렬하게 달렸던 대회. 1시간 36분 13초로 골인했던.......

하지만 그때는 10월 말이었고, 춘천마라톤에 참여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되어 페이스가 올라와 있던 때였다.

 

이번에는 9월 중순. 아직 더운 날씨이다.

나는 뚱뚱한 상태에서 아직 살이 빠지지 않았고......

코스 파악도 어려웠다. 대덕연구단지 일대에서 숱하게 좌회전 우회전 유턴을 하는 대회라 어떻게 코스 공략을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인 강성훈씨와 강필선씨를 부지런히 따라 달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하프 마라톤을 달린 게 두 달 전이었고, 그 때 기록이 1시간 50분을 넘었기 때문에 안정적인 레이스를 자신할 수는 없었다.

새벽 일찍 픽업나온 의찬이 아버지 덕분에 대회장에는 편하게 왔다.

시간 계획을 짜는 자리에서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뛰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No. No. 아직 안 됩니다. 2시간 페메를 따라 뛰어야 될지도 몰라요. 1시간 54분 걸릴 확률도 있어요.

 

3시간 30분 남짓 잤을 뿐이라 차에서 자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렀다.

수면 부족이었지만 그래도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요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속에 울화가 치밀고 있는 게 문제였다.

이번 대회는 10킬로미터 부문이 먼저 출발하니 이로운씨를 만나려면 대열을 비집고 앞으로 가야했다. 꽉 들어찬 마라토너들 사이를 뚫고 나갈 수 없었다. 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이로운씨는 워낙 키가 크니 눈에 띠었다. 하지만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그는 내 쪽을 보지 않았다. 아예 대열에서 나가 출발 아치쪽으로 가서 손을 흔들었다. 이로운씨는 그제서야 나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엄지손가락을 올리니 그도 똑같이 내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지난 해 38분 38초로 연대별 3위를 해서 상을 받은 그라 올해도 입상을 노리는 것같았다.

 

그를 응원하고 난 뒤 하프 주자들 틈으로 돌아왔다.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가 출발선을 지난 지 1분이 지나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첫 1킬로미터 기록이 5분이었고, 2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은 9분 45초였다. 이 페이스라면 1시간 50분 페메를 잡고도 남을텐데 그는 여전히 앞에 있었다. 2.5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강성훈 페메를 따라잡았고, 3킬로미터를 넘어섰을 때에는 강필선 페메 바로 뒤에서 달릴 수 있었다. 4킬로미터 지점에서 강필선 페메는 넘어졌지만 오뚜기처럼 일어나 달렸다. 괜찮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하였다.

 

엑스포대교 건너자마자 우회전, 우회전, 둔산대교 건너 좌회전, 우회전, 좌회전, 우회전, 좌회전, 우회전, 좌회전, 우회전, 좌회전, 우회전, 유턴, 우회전, 좌회전, 우회전, 곡선주로 좌회전, 우회전, 우회전, 유턴, 우회전, 곡선주로 우회전, 갑천을 끼고 좌회전, 엑스포대교 지나 좌회전, 좌회전, 좌회전, 골인.

이렇게 자주 꺽이는 코스를 갖고 있는 대회가 있을까?

5킬로미터까지는 KM마다 거리 표지판이 있었으나 그 이후에는 실종. 10킬로미터 지점과 15킬로미터 지점에서 나왔다. 페이스 조절은 오로지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를 통하여서만 해야 했다. 6킬로미터 정도 달렸을 때 강필선 페메를 제쳤으나 그는 이내 내 앞으로 치고 나왔다. 이미 나는 땀범벅이 되었다. 힘들게 달리고 있다는 의미였다. 10킬로미터 기록은 52분이었다. 계산해 보니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그야말로 1시간 49분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치지 말아야 할텐데...... 1시간 50분 페메를 잡지 못하고 있지만 어차피 조금 늦게 들어가도 1시간 49분대는 가능해 보였다. 나는 그보다 1분 쯤 늦게 출발했으니...... 대전주주클럽, 대전마라톤클럽 등 대전마라톤 클럽의 위세를 느끼며 달렸다. 이번 대회는 5킬로미터 참가자가 859명, 10킬로미터 참가자가 802명, 하프 참가자가 727명이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 남성 참가자로만 본다면 하프가 661명으로 가장 많았다. 10킬로미터 남성 참가자는 642명, 5킬로미터 남성 참가자는 520명이었다.

주로가 비교적 넓어 사람과 부딪칠 일은 없었지만, 둑방길처럼 좁은 길에서는 거리를 두고 달려야 했다. 대덕연구단지 일원은 깔끔한 느낌이라 달리는 기분이 제법 났다. 이 대회가 만약 10월말이나 11월초에 한다면 늦가을의 운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같았다. 이따금 햇볕이 작렬하기는 했지만 구름이 많이 끼어 달리기에는 도움이 되었다. 12킬로미터 넘어-짐작이지만-급수대를 만났다. 포카리스웨트 마시고, 쵸코파이 찾다 보니 페메를 놓쳤다. 이제 1시간 50분 페메와 함께 달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처음에는 급수하세요 하는 식으로 선도를 했지만 아무도 따르지 않자 고개만 한번 돌려 본 뒤 그냥 묵묵히 달렸다. 15킬로미터 가기 전에 그와 함께 있었다.

1시간 15분이 지났다. 15킬로미터 지점에서 물었다.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되나요?

-네 이대로 달리면 1시간 49분에 들어갑니다.

그 말을 듣기가 무섭게 오르막이 시작되었는데 페이스를 줄이지 않고 달리다 보니 드디어 페이스메이커보다 앞서게 되었다. 그 이후 단 한 차례도 페메를 내 앞이나 옆에서 볼 일은 없었다. 거침없는 독주는 아니었지만 제법 운동하는 기분이 났다. 이렇게 달려 보는 것은 몇 달만이었다. 15킬로미터를 넘을 무렵까지도 속에서 치밀어 오른 울화가 가슴에 맺혀 있었는데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엑스포 대교에 올라탔다. 이제 다 왔다. 지난 5월의 페이스로 복귀하고 있었다. 오르막이 제법 있었지만 1시간 45분대로 골인하였다. 사진기를 들고 있었다는 의찬이 아버지는 보지 못했다. 바른손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무거한 DSLR을 들고 계셨는데 ㅠㅠㅠ. 지난 4월 대전3대하천 마라톤 대회 때 엑스포대교 상판까지 나와 계셨던 기억이 있어 찾지 못한 것이었다. 10킬로미터 달렸다는 AC 밀란 유니폼의 김보익 선생님도 보이지 않았다.

 

661명 가운데 163등을 했다.

100번째 하프마라톤일 수도 있었던 대회였는데 98번째 하프마라톤이었다.

대전에서 100번의 하프마라톤을 채우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다음 달로 넘어가게 생겼다.

그때까지는 죽지 말아야지.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미즈노 군산새만큼 마라톤 기념티셔츠

속옷: 미착용

신발: 아식스 젤라이튼 마라톤화(훈련용 경량화)

장갑: 미착용

바지: 아식스 러닝팬츠

양말: (     ) 중목

목도리: 미착용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오른쪽 무릎 두 줄

 

 

대회요강

대회명 에코사이언스 제14회 대전마라톤대회
일시 2013년 9월 15일(일) 오전 09:30분 출발
장소 엑스포시민광장 / 대덕연구단지 일원
종목 건강코스(5km) / 미니코스(10km) / 하프코스(21.0975km)
참가인원 약 4,000명
참가비 건강코스 - 10,000원 / 미니코스, 하프코스 - 15,000원
※ 건강코스(5km) 학생(초,중,고) 참가비 무료(선착순 1,000명) 
주최 대전광역시 체육회, TJB
주관 대전광역시 육상경기 연맹
후원 대전광역시, 대전광역시 생활체육회, KBS, MBC, 대전일보, 중도일보,
충청투데이, 대덕넷, 대덕특구 지원본부
협찬 에코힐링기업-선양, 충청하나은행, 한국수력원자력

09:00 개회식 & 공식행사
09:30 미니(10km) 출발
09:35 하프(21.0975km) 출발
09:40 건강(5km) 출발
12:00 축하공연 (선양 에코페라 or 대덕특구 동호회 초청공연)
13:00 ~ 시상식
13:30 대회종료

접수기간 2013년 6월 27일(목)-2013년 8월 23일(금)까지
신청방법 홈페이지 접수 (전화 또는 우편접수는 받지 않습니다.)
납부방법 참가비는 무통장 입금, 텔레뱅킹(폰뱅킹), 인터넷 뱅킹 입금 가능합니다.
하프코스 입금계좌 하나은행 625-296994-09305 / 예금주 : 대전광역시체육회
미니코스(10km) 입금계좌 하나은행 625-296994-09205 / 예금주 : 대전광역시체육회
건강코스(5km) 입금계좌 하나은행 625-296994-12005 / 예금주 : 대전광역시체육회
입금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