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참가자가 불과 100명이 되지 않는 대회.
페메와 레패를 제외하면 남녀 합쳐봐야 90명만이 완주한 대회이다.
강건너편에서 서울신문하프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있으니 참가자가 그쪽에 집중되는 바람에 이 대회는 더 작아졌다.
주최측은 아래와 같은 공지를 알렸다.
기록계측 관련 공지!!
2013.05.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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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려 날씨가 덥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3시간 남짓 자고 나가 하프마라톤을 달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나는 휴식이 필요했다. 지독하리만치.
사흘 연속 대회 출전은 무리였다. 석가탄신일과 토요일은 대회에 출전하지 말아야 했다.
대구금호강마라톤은 5월 17일부터 사흘간 3연풀, 6월 6일부터 4연풀 대회를 열기도 하지만 그런 대회를 감당하려면 더 훈련해야 한다.
여의도 이벤트광장에서 방화대교 방향으로 달려갔다 돌아오는 코스는 한달 새 세 차례.
5월 4일, 5월 12일, 5월 19일.
달릴 때마다 느려졌다.
피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올해 들어 하프도 풀처럼 이미 10번째.
피할 수 없는 피로감이었다.
비가 흩뿌리는 대회장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용왕산마라톤클럽의 송희수씨.
그 분은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겠다고 했다. 나도 그럴 생각이었고.
황순동, 김종복을 비롯한 네 명의 페메가 일렬 횡대로 달리며 달림이들의 기준이 되어 주고 있었지만 처음에는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이미 지친 것이다. 달리기 전부터 벌써 지친 것이다.
하프를 1시간 45분 이내로 달리려고 하면 km당 4분 59초 페이스로 달려야 한다. 5분 00초 페이스로 달려도 실패한다.
그런데 나는 첫 1킬로미터를 무려 5분 40초에 달렸다.
이대로 가다간 1:45 페메와 계속 멀어지고 말 것이었다.
피곤하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한숨도 안 자고 달린 것보다는 낫잖아.
힘들어. 비가 내려서 더위를 식혀주고는 있잖아.
긍정적으로, 계속 긍정적으로......
1킬로미터부터 2킬로미터 지점까지는 4분 58초에 달렸고, 3킬로미터부터 4킬로미터 지점까지는 4분 42초로 달려냄으로써 페메 무리를 가까운 거리에 둘 수 있었다. 6킬로미터 지점에서는 20미터 이내로 따라붙어 7킬로미터를 넘어서기 전에 동반주할 수 있었다. 반환할 때까지는 함께였다. 송희수씨는 스마트폰을 눈높이로 끌어올려 들고 달리면서도 매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고 있었다. 오늘 내 컨디션으로 볼 때 그 분과 같이 달리기는 힘들어 보였다.
반환점에서 물을 먹느라 조금 지체되어 페메 무리와 10여 미터 떨어졌다. 그런데 그게 영원한 결별이었다. 끝내 나는 따라잡지 못했다. 다른 달림이들은 따라잡기도 했지만 페메만은 잡지 못했다. 13킬로미터 지점에서 페메 한 분이 입고 있던 민소매 티셔츠를 벗어 뒤집어 입었다. 페메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베테랑 페메라고 하여 컨디션 조절에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니까. 내 앞에는 3명의 페메만이 있었다. 모두 붉은색 옷을 입고 있어 풍선을 달고 있지 않아도 쉽게 눈에 띠었다.
15킬로미터 이후에도 페이스는 올라오지 않았다. 16.1킬로미터에서 기록을 따져 보니 1시간 44분대에 들어가려면 24분 정도로 달리면 되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예전같으면 남은 5킬로미터를 23분대로 달리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오늘은 그게 되지 않았다. 요즘은 늘 전반보다 후반이 빨랐지만, 이번만큼은 후반이 전반보다 늦어졌다. 불과 13초밖에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출발 직전 앞사람 안마해주는 행사가 있었다. 내 등 뒤에서는 아무도 안마해 주지 않았다.
빚을 갚는 시간.
뒤로 돌았다. 내 뒤에 있던 사람이 뻔뻔스럽게도 자기 등을 내밀고 있었다.
한 대 갈기고 싶었다. 내 뒤에 있을 때에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내게 안마해 달라고 하다니......
속이 뒤틀렸지만 안마해 주었다.
베풀 줄은 모르고 받기만 하겠다는 계산.
베풀기만 하고 받을 줄 모르는 한심함.
생각이 복잡했다.
검은색 민소매 유니폼만 보면 자꾸 이 일이 떠올랐다.
달리는 동안 이 일을 기억 속에서 빼내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제법 걸렸다.
내 배번은 111.
번호만은 죽였는데.....
1시간 45분을 넘기고 말았네.
송희수 형님은 13등, 나는 20등.
골인할 때 찍힌 사진을 보니 아무리 적게 보아도 예순은 되어 보이네.
잠 안 자고 마라톤 골인 사진 찍으면 훨씬 늙어 보일 수 있으니 어르신들이라도 내게는 함부로 반말 못하겠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LIG 마라톤 뉴발란스 기념 티셔츠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젤라이튼 마라톤화(훈련용 경량화)
장갑: 없음
바지: 아식스 러닝팬츠
양말: 아디다스 중목
목도리: 없음
테이핑: 오른쪽 무릎 두 줄/ 왼쪽 종아리 세 줄
홈 > 대회안내 > 대회요강 | |
대회제목 |
"한강에서 독도까지" 제2회 우리땅 동해독도지키기마라톤 |
대회일시 |
2013년 5월 19일(일) 08:00 출발 |
대회장소 |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 이벤트광장 |
접수기간 |
1차 마감 : ~ 2013년 05월 08일 까지 입금자 (기념품, 배번 택배발송) |
참가종목 |
Half, 10km, 5km (일반부문) - 기념품 有 Half 매니아, 10km매니아 (매니아부문) - 기념품 無 |
참가금액 |
전 종목 3만원 (매니아 2만원) |
대회주최 |
동해독도지키기연합회 |
대회주관 |
제 모습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하프, 10km, 5km 동시 출발하다 보니 일제히 엉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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