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어나 한강으로 갔다.
대회 물품 및 배번을 모두 현장에서 수령해야 하니 조금 서둘러야 했다.
카메라 장비는 신천역 물품보관함 2번함에 넣었다.
4시간을 넘기면 안 된다. 2천원의 요금이 4천원으로 올라가니까.
하프 출발시간이 9시 정각. 8시 30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물품보관소에 스태프가 없었다.
한동안은 물품보관용 확인 스티커도 없어서 청테이프에 매직으로 번호를 써서 붙여야 했다.
청테이프 보관표를 붙인 10여명의 주자 중 하나가 나였다.
영화 <완득이>에 나온 이자스민씨도 오고, 가수 션도 왔다.
출발 시간은 행사 때문에 지연되었다.
9시 25분쯤 출발했다.
달리는 도중 유모차를 밀고 달리는 주자를 보았는데 대단했다. 그냥 달리기도 힘든데 어떻게 저렇게 달린담?
나중에야 알았다. 그 사람이 가수 션이라는 사실을.....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몸.
내 기록은 나빠졌다. 어차피 완주가 목적이야. 그렇게 치부해 버리고는 싶지만 달리면서 목표는 수정된다.
일주일 전보다 6분이나 늦어졌고, 보름 전보다 12분이나 늦어지고 있으니......
그래도 오늘은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가 있어서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오늘 코스는 암사대교 부근을 지나가는 한강변 최대 난코스라 늦어질 수 있다고는 판단했지만 노동절마라톤 때에는 이 코스에서도 1시간 38분대로 달리지 않았던가?
결국 지친 상태인 것이다. 반환할 때 49분대였던 사람이 57분대가 될 때에는 경악했다.
통상 마라톤 주로에는 km마다 거리 표지판이 있어야 했는데 이 대회에는 그런 게 없었다.
참가 인원이 적다 보니 저비용으로 운영하는 대회라고 판단할 수밖에.
5킬로미터 반환점을 보고 2.5킬로미터, 또는 18.6킬로미터를 달렸고, 10킬로미터 반환점을 보고 5킬로미터, 또는 16.1킬로미터를 달렸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거리와 시간을 체크하지 않고 달리면서도 갈 때보다 올 때 4분 가량 빨라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긴 하지만 섬세한 레이스 운용은 전혀 할 수 없었다. 끝내 앞에서 어른거리는 페메의 풍선을 따라잡지 못하게 되었다. 오래달리기에 경험이 별로 없는 대학생들을 서서히 떨어뜨리는 레이스 정도만 펼쳤을 뿐.
반환한 이후 10킬로미터 정도는 그야말로 홀로 달리는 느낌이었다. 한강시민공원에 혼자 운동하러 온 달림이 스타일이었다.
7.5킬로미터 지점이자 13.6킬로미터 지점인 급수대는 컵이 없었다. 7.5킬로미터를 지날 때 300밀리 물통을 하나씩 주었는데 물통을 주다 보니 금새 물통이 바닥났다. 되돌아올 때 급수대를 보니 물통이 하나도 놓인 게 없었다. 급수대 도착 직전 100미터 이내에는 바닥에 떨어진 물통이 적지 않았다. 남이 먹다 버린 물통이지만 집어 들었다. 마셨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수분 부족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햇볕이 쨍쨍 내려비치는 5월 중순의 한강 주로.
힘들 수밖에 없었다.
골인한 직후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에 찾아가 감사 인사를 했다.
-오늘 감사합니다. 바로 따라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뒤에서 달리면서 기준이 되어주셨어요.
-제가 1시간 48분대에 들어왔기 때문에 저보다 조금 늦었다면 아마 1시간 50분 이내에 들어오실 수 있을 거예요.
과연 그럴까?
기록증을 받으러 가서 확인해 보니 살짝 1시간 50분을 넘긴 상태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몇 가지로 이유를 정리해 보았다.
1. 식탐, 과체중으로 인한 몸관리 실패(뚱땡이 강훈식)
2. 소규모 대회인데다 5월 최고 기록 경신 후 동기 부여 상실(그래도 최선을 다해야지. 치사하게)
3. 금요일 대회라 주말에만 달리던 레이스를 해오던 방식으로 볼 때 바이오리듬이 깨어짐(흥, 지난 노동절마라톤은 수요일이었거든)
4. 더워진 날씨(5월이면 더운 걸 몰랐니. 다 알면서)
5. 시합 전 날 수면 부족(잠 못 잔 게 누구 잘못인데 다 자기 탓이면서)
6. 코스의 어려움(한강변 최고의 난코스인 줄 모르고 나간 것도 아니고)
7. 승부욕을 자극할만한 달림이의 부족(어차피 따라가지도 못할 거면서)
모자: 바이저 버프
겉옷: 노스페이스 여성마라톤 기념티셔츠
속옷: 미착용
신발: 아식스 젤라이튼 마라톤화(훈련용 경량화)
장갑: 미착용
바지: 아식스 러닝팬츠
양말: 아식스 중목
목도리: 미착용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오른쪽 무릎 두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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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션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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