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애환(讀書哀歡)

클라우드 아틀라스 Cloud Atlas

HoonzK 2013. 1. 24. 21:01

원작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진지하지만 실패한 각색을 피해 좋은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는 편이 현명하다.

 

감동적인 역작을 단조롭고 설교조의 뒤죽박죽 사상누각으로 전락시켰다.

 

<뉴스위크>(2013. 1. 14) 지에 실린 David Ansen의 평이다. <타임TIME>지 역시 2012년 최악의 영화라고 비난하였다.

 

그렇다면 내가 받은 감동은 무엇일까? 자유와 인권이라는 주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가운데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의 선율을 따라 심장 박동이 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해랑 연출 유고작이었던 연극 <햄릿>을 보았을 때 심장 박동이 빨라졌을 때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번 보기에는 너무 아깝다. 원작을 읽고 다시 봐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한 영화.

영화관을 나오면서 '대박이야. <아바타>, <매트릭스> 못지 않아. 더 나은 것같기도 해'라고 중얼거리던 나.

 

하지만 세상은 내 생각과 많이 다르다.

영화상영은 오래 가지 못한다. 원서를 다 읽고 다시 보려던 게획이 틀어진다.

알라딘 배송이 일주일이나 걸렸고, 영화는 관객이 별로 찾지 않아 곧 간판을 내릴 것같았다

 

영화관에서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사라지기 전에 다시 봐야 했다.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의 영화를.

원작과 달리 '한번 내린 지퍼를 올리는 대신 지그소 퍼즐처럼 잘게 부순 뒤에 하나의 퍼즐인양 자잘한 교차 편집으로 재조립(듀나)'하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방식에 관한 거대한 장난질(손경원)'이라는 악평을 고스란히 기억한 채, 전날 새벽 6시가 되어서야 들어가는 바람에 휴식이 필요하다는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을 찾았다.

 

이 영화, 두번째 보면 나는 얼마나 실망할까?

<클라우드 아틀라스>

두 번 봐도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연계성, 다른 사람과의 유대의 중요성, 자유와 인권의 가치, 희생과 헌신의 보람이 느껴진다.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의 에피소드들은 한 가지 주제로 묶인다. 1849년 태평양 제도, 1936년 에든버러, 1973년 샌프란시스코, 2012년 런던, 2144년 서울, 2321년 지구 멸망 후의 세계. 6가지 에피소드들은 미스터리, 로맨스, 스릴러, 코미디, SF, 환타지로 탄생한다.

1936년 로버트 프로비셔는 1849년 아담 어윙의 태평양 항해일지를 읽고, 프로비셔의 애인 식스미스는 1973년 핵발전소의 비리와 진실을 캐는 여기자 루이자 레이에게 정보를 준다. 2012년 티모시 캐빈디시의 일화를 소재로 한 영화를 2144년 손미가 본다. '나는 범죄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어(I will not be subjected to criminal abuse.)'라는 대목을 보고 감동받는다. 프로비셔는 다른 시대에 다른 장소에서 연달아 애인을 만나는 것을 상상하며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를 작곡한다. 여기자 레이는 음반 가게에서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를 들으며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이 있다고 말한다.

 

원작과 달리 쉴새없이 시공을 변화시키는 부분이 다소 혼란스러울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영화의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장점으로 다가온다. 왔다갔다 하는 장면을 쉼없이 돌리고도 충분히 감상할수 있다는 것. 영화가 소설보다 나은 점이다.

잔잔하지만 강렬한 주제음을 들으며 엔딩 크레딧을 지켜 보았다

만족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원작을 읽을 것이다.

 

 

 

 

 

 

 

2013년 1월 10일 19시 50분 서울극장 3관 F열 21번
2013년 1월 18일 19시 35분 대한극장 3관 L열 15번

'독서 애환(讀書哀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죄와 벌> 여러가지 판본  (0) 2013.03.04
레미제라블 영어판  (0) 2013.01.31
나의 삼촌 브루스 리  (0) 2013.01.14
안나 카레리나 완독  (0) 2012.11.27
해리포터 10년의 추억  (0) 2011.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