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달아 하프를 달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 해보다 좀 나은 것은 토요일 저녁에 달리고, 일요일 아침에 달린 데다 한숨도 못 자고 달린 것은 아니라는 것.
어제는 9시 정각, 오늘은 9시 10분.
어제는 1시간 45분 이내 달리기로 마음먹었지만 오늘은 2시간 이내로만 달리자고 마음먹었다는 것.
축구부 학부형이 오랜만에 아들이 나왔다며 참치집으로 초대했으니 거절할 수 없었다.
2년 전 무지막지하게 먹어 새벽에 결국 토하고 마라톤 대회장에 가서 배번과 기념품만 받아서 귀가해 버린 사건이 재발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조심하면서 먹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새벽 1시 반까지 배가 꺼지기를 기다렸다.
5시 29분에 모닝콜로 기상, 6시 전후하여 참치캔, 김, 김치, 쌀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7시 조금 넘어 출발, 8시 10분이 되기 전에 여의도 이벤트광장에 도착하였다.
카메라 장비를 챙겨나와 전날과 똑같이 여의나루역 물품보관함(15번)에 넣었다. 오늘은 신발까지 보관함에 집어넣어 움직임이 가볍게 하였다.
빨리 짐 맡기고 난 뒤 스트레칭하고 기다렸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로 나선 광화문페이싱팀의 금풍도사(나금풍)와 인사나눈 뒤 오늘 따라 뛰겠다고 하였다.
사실 7년 전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 하실 때 따라 뛴 것을 시작으로 자주 따라 뛰었고 늘 감사하다고 했더니 그는 밝게 웃었다.
그는 기를 불어 넣어준다며 손을 꽉 잡아 주었다.
첫 1킬로미터가 6분 10초 가까이 나와 좀 늦어지네요 했더니 처음에는 다 그런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이 12분이 넘어가니 다소 위기감이 조성되었다. 11분 20초로 통과해야 맞는 것인데.....
3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이 만약 17분을 넘어간다면 페이스메이커는 실패다.
이런 생각으로 따라 뛰는데 페메가 좀 빨라지는 것같기는 했다.
3킬로미터 합산 기록이 17분 초반대였다. km당 5분 40초로 뛰어야 하는 게 하프 2시간 페이스인데 2킬로미터부터 3킬로미터까지의 구간을 5분으로 뛰었던 것이다.
페메와 함께 달리는 사람이 많아 여러가지로 불편한 점은 있었다. 주변 공간이 넓지 않아 팔이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고, 급수대에서는 여러사람이 한꺼번에 물컵을 잡으려다 보니 달리기의 리듬이 끊어졌다. 오늘 코스는 성산대교 방향이기 때문에 반대 방향에 비하여 주로가 좁기도 했다. 자전거 부대들이 앞뒤로 나타나 무섭기도 했고..... 자전거타는 사람이 마라토너를 바라보고 반응하는 태도는 개인차가 있었다. 누구는 호각을 길게 불어대며 짜증섞인 말투로 한마디씩 내뱉고 갔고, 누구는 페달을 멈추고 격려의 박수를 보내 주었다.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지만 하프 반환때까지는 참았다.
하프 반환. 58분 10초에 했다.
후반도 똑같은 페이스로 달려주면 2시간 이내 완주는 충분하였다.
반환하자마자 나는 돌변했다. 성큼성큼 앞으로 달려나갔다.
피로감을 잊었다.
속주를 시작했다. 전반과 후반을 비교하면 극과 극이었다.
숱한 주자들이 내 뒤로 밀려 왔다. 13킬로미터 이후에는 나를 제치려고 드는 마라토너들이 없었다.
도저히 못 따라갈 것같았던 붉은 티셔츠의 해병대들도 내 뒤로 왔다.
도대체 언제쯤 결승점이 나올 것인가 끝이 나오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골인지점이 점점 가까워 왔다.
양화대교가 나왔고, 국회의사당이 나타났다. 쌍둥이빌딩이 위치한 마포대교도 눈 앞에 바짝 다가왔다.
이전 72차례의 하프 골인할 때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피치를 올려서 골인하였다.
올해 스무번째의 하프를 완주하였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쿨 티셔츠(검정색 아디다스)
속옷: 미착용
신발: 아식스 젤 SP트레어너(하프마라톤 대회 전용)
장갑: 미착용
바지: 아식스 반바지(짧은 신형)
양말: 디아도라 중목
목도리: 미착용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오른쪽 무릎 두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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