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카메라 장비를 갖고 마라톤 대회장에 가야 하니 부담이 되었다.
이럴 때면 차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다.
목동운동장역에는 도대체 물품보관함이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공사 직원에게 물어서 구석에 있는 걸 찾았다.
부지런히 달린 후 신용산초등학교로 가야지. 대동초등학교로 가면 부담이 덜하겠지만 거기엔 사진기를 든 분들이 많을테니까....
무리일 수 있는데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기로 했다.
어제 10킬로미터 대회에 참가한 뒤 광명시에서 내내 서서 사진 촬영을 하고, 고작 4시간 남짓 자고 나와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간다는 일이 그리 쉬워 보지는 않았다.
양천마라톤 대회는 5천명이나 되는 참가자가 나오니 지역 대회치고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회이다.
출발점이나 주로가 협소할 수밖에 없었다.
맨 앞에 설 수 없으니 1시간 40분 페메를 훌쩍 떠나 보낸 뒤 따라잡아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어차피 5킬로미터 내외에서는 잡을 수 없으니 10킬로미터 전후해서 잡아야지.
성산대교가 보이는 한강합수부삼거리에서 다리를 건넜다. 내가 다리를 건널 무렵 페메는 다리를 건너고 있으니 100미터 내외의 거리 차이였다. 페이스로 볼 때 나와 딱 20초 정도 차이가 났다. 킬로미터당 5초 내외씩 꾸준히 줄이면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양평교, 목동교, 오목교, 신정교, 오금교를 지나면서 훌쩍 10킬로미터를 넘었다. 그런데 페메와의 거리는 그냥 유지된다. 땅보고 달리는 사람, 땀 많이 흘리는 사람, 옷 두껍게 입은 사람들이 모두 내 뒤로 왔지만 페메만은 내 앞에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람.
날씨는 점점 더워졌다. 오늘따라 햇빛 쨍쨍이었다. 안양천 주변에는 담배 피는 사람들도 많았고....
2.5킬로미터마다 급수대를 설치한다고 공고했던 주최측은 5킬로미터마다만 설치하였다.
혹시나 영훈이 아빠를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나오지 않으셨다. 용왕산마라톤 달림이들의 하늘색 마라톤 복장을 볼 때마다 영훈이 아빠를 떠올리게 되니......
구일역을 지나고, 안양교, 광명대교, 철산교를 지나 13.27킬로미터를 달리고 난 뒤 반환했다.
다시 철산교, 광명대교, 안양교, 구일역, 오금교, 신정교를 지나 18킬로미터를 달렸는데도 페메는 내 앞에 있었다.
고단하였다. 누가 내 얼굴을 봤으면 잠깐 사이에 10년 이상 늙어버리는 재주가 있는 사람으로 알았을 것이다.
양재천마라톤 클럽 소속인 조성갑씨와 최정훈씨는 계속 스피드를 조절하면서 빨리 뛰었다 천천히 뛰었다 하니 내가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이븐페이스로 뛰었다면 금방 따라잡았을 것이다.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잡는다는 것은 내가 그들보다 30초 이상 늦게 출발하였기 때문에 그들보다 빨리 뛰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무려 20킬로미터를 달린 후에야 그들을 잡을 수 있었다.
따라 오느라 죽는 줄 알았어요.
지금부터는 밟아도 됩니다.
그 말을 듣고 앞으로 치고 나갔다.
지난 아디다스 MBC 한강마라톤과 비교하면 킬로미터당 30초씩 빨리 달린 셈이다. 즉 100미터는 3초씩 빨리 달린 것이다.
페메와 악수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최정훈씨는 여자였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잘 추스리고 부지런히 짐챙겨서 오목교역으로 돌아왔고, 보관함에서 물품 찾아 신용산초로 갔다.
상일동행 5호선, 신길에서 소요산행 1호선, 용산역에서 덕소행 중앙선 탑승.... 신용산초 도착은 12시 반에나 가능했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아디다스 티셔츠(적색)
속옷: 미착용
신발: 아식스 젤 SP트레어너(하프마라톤 대회 전용)
장갑: 미착용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JAKO 중목
목도리: 미착용
테이핑: 왼쪽 종아리 네 줄/ 오른쪽 무릎 두 줄
'도전! 마라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아암환우돕기 제9회 서울시민마라톤(2012/05/06) (0) | 2012.05.06 |
---|---|
노동절 마라톤(2012/05/01) (0) | 2012.05.03 |
장애어린이 돕기 공원사랑 마라톤(2012/04/28) (0) | 2012.04.29 |
포천 38선 하프마라톤(2012/04/22) (0) | 2012.04.25 |
고대 4*18 희망나눔 마라톤(2012/04/18) (0) | 2012.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