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상암월드컵점이 24시간 열려 있는 줄 알았으면 굳이 카메라 장비를 돈들여서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맡길 필요가 없었는데.....
요즘 대형할인마트 영업 시간을 제한한다고 하여 닫혀 있는 줄 알았다.
월드컵경기장역에 도착한 것이 오전 7시였으니까.
대회장을 잘 찾지 못하여 조금 헤매긴 했다. 8시 출발이라 여유가 많았는데 대회장을 빨리 찾지 못하는 바람에 시간이 아주 빠듯해져 버렸다.
출발 직전 2분 전까지도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어젯밤 고기를 먹어서 소화시키느라 늦게 자는 바람에 잠이 부족하여 온몸이 노곤하기도 하였다.
공원사랑 마라톤 대회는 거의 매주 열리기 때문에 참가 인원이 그리 많지 않다.
소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대회인만큼 칩도 없고, 코스도 몇 차례 왕복하는 스타일로 이루어져 있다.
풀코스, 하프코스, 10킬로미터, 5킬로미터가 동시에 출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이 대회도 입상 제도가 있긴 있는데 차기 대회 무료 참가권을 준다. 참가 인원이 적으면 아무리 잘 달려도 입상의 혜택은 사라진다.
많이 나와라 많이 나와라 기도하고 빨리 뛰는 수밖에 없다.
하품 길게 하면서 스타트 라인에 섰다.
맨앞에서 출발하였다.
어! 이거 이상하다. 치고 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풀코스 주자 한 분이 내게 물었다. 지금 풀코스 맞지요?
아! 전종목 동시 출발입니다. 저는 10킬로미터 뛰고요.
인천에서 왔다는 젊은이가 내 앞으로 나아갔다 몇 백미터 못 가 내 옆으로 왔다. 10킬로 출전이라고 했다.
내 앞에는 풀코스 주자 3명만 50미터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며 달렸다.
내 옆에서 달리는 사람이 바뀌었다.
동반주를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여 슬쩍 돌아 봤더니 외국인이었다.
뉴욕에서 왔다고 하는 이 외국인은 아주 잘 뛰었다. 나와 일부러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이 친구가 10킬로미터 참가자였다면 좀 수월했을 것이다. 하지만 5킬로미터를 달린다고 하였다.
결국 2.5킬로미터까지만 동행했다. 우리말을 잘 못하니 영어로 줄곧 대화하며 달렸다.
반환점을 알려주자 미처 몰랐다며 정말 고맙다고 하였다. 행운을 빌며 헤어졌다.
그 이후 7.5킬로미터... 앞 뒤로 견제할 달림이가 하나도 없이 계속 혼자였다. 뒤에서 치고 나오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앞에 달리는 풀코스 주자 세 명은 처음 1킬로미터 지점에서 그랬던 것처럼 50미터 간격을 유지하며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이분들도 곧 사라졌다. 10킬로미터와 코스가 달라지면서. 반환하고 난 뒤 돌아가면서 10킬로미터 2등 주자가 나와 1킬로미터 이상 차이가 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지난 주 10킬로미터보다 3분 가까이 늦은 페이스인데 내가 선두로 달리고 있었다. 엄청나게 앞에서.....
혼자서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는 것... 이건 고역이었다.
나 혼자에게 과제를 던지고 나 혼자 해결하는 방식....
8킬로미터쯤 달리고 나서 조금만 숨을 돌리고 걷다가 뛰어도 1등할텐데! 이런 생각까지 했다.
걷기의 유혹을 이기고 또 치고 또 쳤다.
세상에! 내가 정말 1등하는 것인가? 아직 믿을 수 없었다.
500미터쯤 남았을 때 아치가 보였다. 대회관계자가 1등이 들어온다고 소리를 질렀다.
113번 10킬로미터 대회를 완주한 가운데 처음으로 1등을 하였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아디다스 티셔츠(적색)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타사 RS Alivio 2 블루(10킬로 대회 전용)
장갑: 없음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JAKO 중목
목도리: 없음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오른쪽 무릎 두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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