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가 넘어서 눕기는 했으나 새벽 3시에 깨어 버렸다.
다시 잘 수 없었다. 그냥 버티고만 있었다.
새벽 4시에 아침을 먹었다. 세상에......
새벽 6시 39분에 집을 나섰다. 비몽사몽 상태.
전날은 5킬로미터 달리기이지만 포기하였다. 이동 경로를 생각한다면 하프보다 힘든 일정이 될 수 있었으니까.
압구정역은 의외로 가까웠다.
가는 동안 지하철에서 거의 쉴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현대백화점쪽으로 나가 현대고등학교, 신사중학교까지 걸었다.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로 빠져나갔다.
오늘같이 부담없는 하프 대회가 있을까?
2시간 보다 빠른 페메가 없었다. 페메를 따라가기 위하여 애를 쓸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냥 천천히 달렸다. 후반부에만 잠시 페이스를 올렸다.
반환한 이후 나를 제치고 나갔던 달림이들 세 명이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청색 셔츠, 흰색 셔츠, 서초마라톤 소속.
이렇게 세 명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힘을 쓰고 있었다.
세 명 뒤로 200미터 떨어진 나도 그들과 경쟁하고 있었다.
초장에 천천히 달렸으니 후반에 힘을 쓸 수 있다는 의미였다.
뒤에서 보니 서초마라톤 소속의 달림이가 앞으로 치고 있었고, 그 다음이 흰색 셔츠, 그 뒤로 청색 셔츠가 밀리고 있었다.
반환한 이후 나를 제치고 간 달림이들은 따라잡고 싶었다.
15킬로미터 이후 진검승부를 펼쳤다.
성큼성큼 치고 나갔다.
17킬로미터 지나 청색 셔츠를 제쳤다. 18킬로미터를 지날 무렵 흰색 셔츠도 잡았다.
남은 것은 서초마라톤이었다.
하지만 그를 잡을 수 없었다. 후반부의 기량이 월등해서 아무리 빨리 달려도 순서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후반 3킬로미터 쯤 남기고 100여 명을 제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서초마라톤보다는 몇 초 늦게 골인하였다.
기록을 보니 일주일 전 마라톤 보다 9분 58초 늦게 달렸다. 킬로미터 당 30초 가까이 스피드를 줄였다는 의미인데 그 속도 조절이 사람을 편하게 하였다.
수면 부족을 감당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더운 날씨 속에서 담배 냄새가 진동하고 꽃가루가 날렸지만 바람이 불어서 땀을 식혀 주었고, 햇빛도 등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달린 하프 가운데 가장 편안한 하프가 되었다.
기념품이 있는 대회이지만 이번 대회는 기념품을 포기하고 매니아로 참가하였다. 참가비가 2만원이나 줄었다.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LIG 마라톤 기념 티셔츠(뉴발란스)
속옷: 미착용
신발: 아식스 젤 SP트레어너(하프마라톤 대회 전용)
장갑: 미착용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디아도라 중목
목도리: 미착용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오른쪽 무릎 두 줄
이 대회는 7년만에 다시 참가한 대회이다.
아래 사진은 7년 전 사진이다. 노랑색 마라톤복 입고 흰 모자 쓴 사람이 나다.
당시 소규모 대회라 올해처럼 풀코스나 하프코스가 없었다. 단출하게 10킬로미터 5킬로미터 대회만 열렸다. 칩도 없이 열렸던 대회로 기억한다.
당시 찍어 놓은 완주 후 기념품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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