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포천 38선 하프마라톤(2012/04/22)

HoonzK 2012. 4. 25. 16:49

픽업해 줄테니 참가신청하라고 종용받았던 대회.

픽업을 못하게 된 사실을 일찍 말해 주었으면 셔틀버스라도 신청했을 것이다.

대중교통으로 가는 것은 어렵다고 몇 번이나 말하고 다짐까지 해 두었던 대회였는데..... 그 분은 픽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픽업하지 못한다고 했다.

일주일 전 부부싸움을 해서 서로 말도 안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아버님은 일이 생겨서 픽업 못한다고 했다. 애 엄마가 이야기하지 않더냐고 했다.

애 엄마? 어머님은 어이없어 하였다. 일주일 내내 이야기도 안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요?

일요일에도 일을 나가게 된 것은 몇 일 전에 결정된 일이었다고 하였다.

몇 일 전에 결정되었다고 애 엄마가 말씀드린 줄 알았는데요. 그렇게 문자가 왔다.

태도의 돌변이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 자꾸 선약을 깨뜨리는 일이 발생한다.

마라톤 대회 전 날 밤 11시가 넘어서 전화를 걸어서는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으니 픽업 못한다고 했다.

아디다스 한강마라톤 대회 전날에도 일 나간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세 번 네 번 선약을 깨뜨리는 일이 발생하니 더 이상 그 분을 믿을 수 없다.

어머님에게 앞으로 마라톤 대회 출전을 줄이라고 했다는 말도 있었고,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마라톤을 더 이상 나가지 말라고 하였다.

트로피 8개 받아올 때면 그렇게 박수치던 분들이.....

선생님 꼭 신청하셔야 해요. 그래야 애아빠가 픽업해 주니까요.

픽업? 그래. 지난 해까지는 맞았다.

올해부터는 아니다.

5월 5일 화성효마라톤, 6월 3일 새벽강변마라톤, 9월 9일 철원DMZ마라톤....

픽업을 전제로 참가신청한 대회인데....

참가 신청을 조정하거나 달리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일단 5월 5일에는 픽업해 줄 수 있다고 해도 거절할 것이다. 마음이 떠난 분의 차를 어떻게 타겠는가?

부군이 펑크를 내었으니 어머님은 내게 사과해야 했다.

사과 한 마디 없이 대중교통으로 가면 되지요 했다. 누구 때문에 신청한 대회인데.....

이제 가게에는 가지 않을 것이다. 대회장에도 함께 가지 않을 것이고.

솔직히 아버님이 없이 어머님과 함께 다니는 그림, 좋지 않다.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은 하기 싫다.

그 아버님이 신는 미즈노 신발이나 전문마라톤화는 모두 마라톤 대회에서 받은 기념품을 내가 드린 것이다.

티셔츠도 몇 장 된다. 일부러 그 분 사이즈에 맞추어 신청까지 했던 것인데......

남아돌아서 드린 것인 줄 알 것이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드린 것인데  그런 건 모를 것이다.

 

 

 

 

 

 

 

 

 

 

포천마라톤은 버섯세트가 기념품이라

기념품을 현장 수령해야 하는 대회.... 안 갈 수도 없고.

픽업이 된다면 7시에 나가도 될텐데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니 5시 40분에 나가야 했다.

포천에 도착해서도 대중교통 이용하여 섰다 가다를 반복하는 노정. 그래도 일찍 나갔으니 일찍 도착하였다.

휑한 연병장에 도착해서는 우산을 쓰고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군부대라 비를 피할만한 공간도 없었다. 군시설로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차를 갖고 왔다면 차 안에서 쉴 수 있었는데.

출발을 연병장에서 하니 출발선은 아주 진창이 되었다. 포장도로에서 하는 여타 대회와는 차이가 크다.

100등까지 선물을 주니까 열심히 뛰어야지.

지난 해 23등으로 포천쌀 4킬로그램을 받았으니, 올해도 기대한다.

지난 해 기록보다 1초 늦게 뛰었다. 그렇다면 쌀은 받겠군...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대회운영본부 앞에 순위가 게시되는데 내 이름도 내 배번도 내 기록도 없었다.

누락된 것이었다.

골인 지점의 칩기록실로 갔다.

칩을 잘 달고 뛰었다면 누락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지금은 내 기록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하프 주자들이 속속 골인하고 있는데 그 기록을 하지 않고 당신의 기록을 확인해 줄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마냥 기다리라고 했다.

결국 공지된 1등부터 100등까지의 주자들이 선물을 모두 받아간 이후에야 내 기록을 확인받을 수 있었다.

나는 51등이었다.

50등과 51등은 1등 차이지만 선물의 질이 달랐다.

51등은 100등과 같은 대접을 받는다. 쌀 4킬로그램이 아닌 홍삼캔디를 받아야 한다.

내가 누락되는 바람에 101등이 100등이 되어 선물을 받아갔다.

기록실에서 내 기록을 확인받은 후 아쉬운대로 내 선물을 받으러 갔을 때에는 내 선물이 남아 있을리 없었다.

내 잘못이 아닌데 선물을 받을 수 없다면 너무 억울한 것이었다.

오늘만은 누구와 경쟁하여 달리지 않았다. 나 자신과 싸웠다. 악전고투한 데 대한 댓가도 없이 그냥 가야 하는가?

드러 누울 기세로 버티었다.

우여곡절 끝에 홍삼캔디를 받았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캔디이긴 하지만....

 

버스정류장에 나온 것이 12시 쯤.

버스는 오지 않는다고 했다.

차량을 철저히 통제하여 달리기 너무 좋다고 극찬했던 포천38선하프마라톤 대회.

그 통제가 내겐 재앙이 되고 있었다. 또다시 픽업해 주지 않은 분 생각이 났다.

이번 포천 대회는 나와 인연이 없나 보다.

노곡리 군단 앞에서 기다려 차를 탄 뒤 무려 아흔 개 정도의 정거장을 지난 후 의정부역에서 내렸다. 포천에서 내려 시외버스를 타는 게 현명했을지 모르겠다.

5800원 들 차비를 2700원만으로 집에 돌아오는 방법을 택하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었다. 덕분에 책 한 권을 거의 다 읽긴 했으니 나쁠 것도 없다.

 

1. 대중교통 이용의 스트레스
2. 기록 누락의 피해

3. 우천으로 시달림

 

 

 

모자: Salewa 바이저 버프

겉옷: 아디다스 티셔츠(적색)

속옷: 없음

신발: 아식스 타사 RS Alivio 2 블루(10킬로 대회 전용)

장갑: 없음

바지: 아식스 반바지

양말: 아식스 중목

목도리: 없음

테이핑: 왼쪽 종아리 세 줄...../ 오른쪽 무릎 두 줄